[김용택 칼럼] ‘교권’ 위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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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교권’ 위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거짓말이다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3.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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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요구로 부결된 지 1개월 만에 다시 부결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이 3개월 만에 또다시 충남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충남도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이뤄진 재표결로 조례가 부활한 지 1개월 만이다. 충남도의회는 19일 제350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박정식(국민의힘·아산3)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을 상정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의원 34명이 재석했고 찬성 34명으로 폐지안은 가결됐다. 충남도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33명과 더불어민주당 11명, 무소속 의원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 교사를 위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거짓말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경기도에서 최초로 제정·공포된 지 13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학생인권조례는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6개 지역에서 제정·시행되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서울, 충남 등지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경기, 전북 등에서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축소시키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특별한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다. 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면 교권이 신장된다는 확신이 있ㅎ어서는 더더구나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을 추진하라”는 말 한마디에 도의회가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다시 한번 충남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폐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한 지 3개월만이자 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이뤄진 재표결을 통해 조례가 부활한 지 1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역사에 오점이 남는 표결은 하지 않겠다”면서 본회의장을 떠나 반대표는 없었다.

■ 학생인권조례를 왜 반대하나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2조 제1항에서는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고 했다. 또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학생의 인권보장)에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 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상위법인 법률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법인 조례로 별도의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없다. 정말 그럴까.

■ 경기도가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이유

2010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때만 해도 학생들의 인권이란 거론의 대상이 아니었다. 체벌이 교육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고 성적이 뒤져도, 교칙을 지키지 않아도 동물을 순치시키듯 길들이는 것을 교육이라고 착각했다. 당시 학부모들은 “‘사랑의 매’로 실추된 교권(敎權)을 바로 세우고 무너지는 교육기강을 바로 잡아주세요.”라며 교사들에게 사랑의 매 전달식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육은 순치가 아니라 가치 내면화다. 최근에는 동물조차 체벌로 길들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제정한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학생인권조례란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 각 교육청들의 조례이다. 경기도에서 2010년 제정되어 경기교육청이 2010년 10월 5일 처음으로 제정·공포됐다. 그 후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공포되었다.

2013년에는 전라북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전북 교육청이 공포하였다. 2018-2019년에는 경상남도에서 경남교육청 주도로 제정이 시도되었지만, 기독교계를 주축으로 하여 3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반발이 심하여 결국 제정 시도는 좌절됐다. 2020년 충남교육청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7월 10일 공포되었다.

■ 충남도의회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싶은가

대부분의 학생인권조례가 그렇지만 충남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하고, 자유권·평등권·참여권·교육복지권 등을 보호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이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 명분이 무엇인가. 충남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심의기구로 충남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등을 두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교육청이 이번에도 재의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하는 부끄러운 선례를 남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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