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공정보도 정론직필 불편부당... '사시(社是)'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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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공정보도 정론직필 불편부당... '사시(社是)' 믿으세요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3.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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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社是)' 따로 '보도' 따로 부끄러운 언론들

나는 순진하게도 교직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까지도 언론은 진실만 보도하는 줄 알았다. 전교조 관련으로 해직되어 구속·수배당하며 살다보니 언론이 진실만 보도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어떤 신문은 권력의 편에서 혹은 자본의 편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자사의 이익을 위해 왜곡 보도를 예사로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 언론은 진실만 보도하지 않는다

신문사의 소유형태와 통제양식은 경제체제에 따라 크게 다르고 정치적 정책 결정이나 법제도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있다. 즉, 신문사의 성격은 국영 또는 공영을 통한 비영리사업체일 수도 있고, 상업 이윤의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사업체일 수도 있으며, 그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의 변이(變異)가 있을 수 있다.

소유구조로 보면, 우리나라 신문은 재벌이 소유·경영하는 재벌신문과 집안이 소유·경영하는 족벌신문으로 독과점되어 있다다. 족벌신문은 신문으로 억만의 부를 쌓아 신문 재벌로도 불리는 신문도 있다. 대표적인 족벌신문은 동아일보(김병관 회장 일가와 그들 소유의 인촌기념회·일민문화재단이 76.69%의 지분을 가지고 있음)와 조선일보(방우영 회장 일가의 지분 90.93%), 그리고 한국일보(장재구 회장 일가의 지분 99.0%)이며, 재벌신문은 중앙일보(삼성재벌)·문화일보(현대재벌) 등이다.

 

■ 신문이라고 다 같은 신문이 아니다.

신문이라고 다 같은 신문이 아니다. 재벌이 만든 신문도 있고 종교단체가 만든 신문도 있고, 시민단체나 재벌이 만든 신문도 있다.

조선일보는 태평양그룹과 사돈을 맺어 농심그룹과 이어지고, 농심은 동부와 관계를 맺고, 동부는 동아일보 창업주 인촌 김성수와 형제간인 삼양과 연결돼 있으므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한 가족이며… 또한 동아일보 김병관은 중앙일보 초대사장 홍진기의 사위인 삼성 이건희와 사돈 관계이므로 결국 조선일보는 삼성을 거쳐 중앙일보와도 혼맥으로 이어지고 있다.

 

■ 정론보도 버리고 '생존' 위해 재벌 광고에 목매는 신문

‘교육계와 사법부, 그리고 언론이 썩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언론, 특히 레거시(legacy) 미디어로 불리는 족벌신문들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되돌아오기 어려울 정도로 퇴보했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신문은 죽었다'고 얘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신문다운 신문, 정도를 걷는 신문을 찾는 것이 어렵다. 신문 구독 수입이 줄고 경영이 어려워지자 신문사들은 저널리즘 원칙이나 정론 보도를 버리고 '생존' 자체를 지상과제로 선택했다.

■ ‘약한자의 힘’이라는 신문도 있다

조선일보의 혼맥도는 마치 마태복음 1장을 연상케 하는 재벌과 언론, 언론과 언론 간의 관계도이다. 이처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우리 사회의 거대신문들이 재벌들을 매개로 서로 거미줄 같은 혼맥관계로 이어져 있다. 신문사는 하나같이 사시(社是)가 ‘공정보도(公正報道)’,‘정론직필’(正論直筆), 불편부당(不偏不黨)이다. 그밖에도 ‘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라는 사시를 내건 신문도 있고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느니 ‘민주 민족 통일’, ‘자주와 통일을 지향함, 민중의 나팔수를 자임함’, ‘의회민주주의 신봉’, ‘시장경제체제 원칙 지지’라는 사시도 있다. 이런 신문들 중에 특이하게 ‘경남도민일보’는 사시 중 유일하게 ‘약한자의힘’이라는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언론이란 오너가 없이 독자가 만들어야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쓸 수 있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 <경남도민일보>는 사주가 없이 독자들이 만든 신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영향력이 큰 신문은 조·중·동이다. 노동자들이 만든 신문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만 재벌이 만든 신문은 재벌을 대변한다. 상식적인 이런 논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소속 인사들 중에도 조중동을 구독하는 이들이 있다. 노동자가 부자들이 만든 신문, 피해자가 가해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머릿속에 재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재벌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다. 재벌이 만든 이데올로기는 시장에만 있는게 아니다. 생활 속 전통에도 있고, 학생들이 배우는 수요자중심의 교과서 속에도 담겨 있다. 착하기만 한 사람, 가만있으라고 가르치는 학교의 교훈에도 있다. 성을 상품화 하는 유행 속에도 있고, 눈만 뜨면 보는 광고 속에 깊숙이 녹아 있다. 노동자를 블루와 화이트로 나누고 노동자를 근로자로 만드는 말장난 속에도,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더불어 사는 세상이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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