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성적은 1등, 행복은 꼴등’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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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성적은 1등, 행복은 꼴등’ 이대로 좋은가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3.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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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은 교육 아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는 “한국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는 세계 최고이지만,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시간이 없다”라고 썼다.

성공회대 김동춘교수는 그의 저서 <시험능력주의>에서 “한국에서의 교육은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한국을 ‘시험선수들이 지배하는 나라’로 규정하고 시험이 능력을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며, 시험 합격 이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함은 물론 정의롭기까지 하다는 ‘시험능력주의’를 신봉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험선수’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그 자녀도 좋은 학교 보내서 지위까지 세습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한국교육 100년 중 30년간 식민교육, 40년간 반공교육, 또 30년간은 인적자원교육이었다. 사람을 위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다운 교육을 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박노자 교수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시험 공화국”이라고 진단하고 "만 3살 아이들이 레벨 테스트를 거쳐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고 세계에서 3살 유아가 입시를 보는 나라는 한국 말고 그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의 각종 시험 응시는 초로의 나이까지 지속되기도 하고 “공무원 시험 합격자 통계를 보면, 간혹 50대 합격자들이 눈에 띈다”고 했다.

 

■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문자를 습득하기 바쁘게 시험부터 친다. 초등학교의 받아쓰기, 중고등학교에서는 입학도 하기 전 진단평가, 학습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는 형성평가, 학습이 끝난 후에는 총괄평가, 학기 중간고사·기말고사, 학력평가, 모의평가, 수학능력 고사…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은 시험에서 시작해 시험으로 끝난다. 평가는 이제 교사도 학부모도 치러야 할 당연한 교육의 과정으로 본다.

인간의 가치를 서열 매기는 시험(?)은 공중파까지 나선다.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도전 골든 벨이라는 프로그램에는 전교 1등짜리를 뽑고 연말에는 전국 일등을 골라낸다. 골든 벨뿐만 아니다. 전국 노래자랑, 도전 꿈의 무대, 미스·미스터 트롯, 보이스퀸... 아예 인간의 외모를 쇠고기 등급 매기듯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까지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형상을 보면 어쩌면 대한민국은 아예 거대한 시험장이다. 일등만이 살아남는 세상, 직업도 외모도, 남편감, 아내감도... 일등짜리를 찾아내는 세상이 됐다. 교육이란 개인적으로는 ’생존 방식을 습득하는 과정‘이요, 사회적인 존재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하는 과정‘이다.

 

■ 공부를 해야하는 진짜 이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못하면 무시당하기 때문?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칭찬을 받기 위해? 친구들도 하니까?...정말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할까. 이런 답변 중에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있나요? 교과목별 공부의 목적을 찾아볼까. 국어교과목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도덕이나 윤리는 ‘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수학은 ‘수를 통해 세계 법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 사회는 ‘공동체를 세우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 ‘미술은 아름다움을 세상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체육은 ‘몸의 소중함을 알고 건장과 체력을 관리하는 사람’, 외국어는 ‘외국인과 소통하며 외국 문화를 이해하고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학교는 현재 그런 인간을 길러내는가.

■ 사람이 행복한 교육을 왜 하지 못하나

우리헌법 제 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교육기본법 제 4조는 ‘모든 국민은 어떤 이유로든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김영삼 정부 때의 잘못된 교육정책(1995년 수요자 중심의 5.31 교육개혁안)을 거의 수정 없이 집행하고 있다.

5.31 교육개혁안은 바로 신자유주의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학교의 시장화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교육의 시장화정책은 교사 개개인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성과(업적)에 바탕을 둔 평가체제다. 대표적인 정책이 성과급제다. 학교를 ‘시장’으로 보고 학생을 ‘상품’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교육관으로는 헌법 31조도 교육기본법 4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 교육이란 개인적으로는 ’생존 방식을 습득하는 과정‘이요, 사회적인 존재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하는 과정‘이다.

지난 50년 동안 무려 38번이나 입시제도를 바꾸고 대학입시전형 방법을 3,298가지나 만들어 내놓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2003년부터 교육과정을 무려 9차례,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까지 나서서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았다. 교육이란 개인적으로는 ’생존 방식을 습득하는 과정‘이요, 사회적인 존재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하는 과정‘이다. 교육다운 교육을 하려면 교육의 시장화정책부터 폐기처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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