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유권자의 정치의식 부재가 가난을 재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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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유권자의 정치의식 부재가 가난을 재생산한다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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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만든 이데올로기에 벗어나지 못하면...

통계청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객관적 삶의 조건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삶의 만족도는 2022년 10점 만점에 6.5점으로 전년보다 0.2점 높아졌다. 지난 2018년 만족도는 6.1점까지 높아졌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6.0점으로 정체된 이후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엔데믹 이후 고용률, 대학 졸업자 취업률,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 1인당 국내 여행 일수 등이 개선된 영향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36위에 해당하는 점수이며 OECD 평균보다는 0.8점 낮았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4.6점), 콜롬비아(5.6점), 그리스(5.9점) 등이었다. OECD 평균은 6.69점으로 우리보다 0.74점 높았다. 핀란드(7.8점), 덴마크(7.6점), 스위스(7.5점) 등 북유럽 국가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전체인구 중 기준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가

열심히 산다고 해서 무조건 잘사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다고 못사는 것도 아니지만 확률상 성실할수록 가난에서 벗어날 확률도 높아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우리나라는 반드시 그렇지 못하다. 요즈음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저소득계층의 자녀들이 일류 대학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입학생 중에서 저소득 직업 부모를 가진 자녀들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이나 고액과외 등 사교육이 대학입학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사교육비가 가난뱅이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 갈수록 양국화가 커지는 이유

양극화란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노동자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착화된 부의 대물림. 양극화의 원인은 가난을 대물림하는 부의 세습, 노동시장 유연화, 소득분배정책의 실패, 빈약한 조세와 복지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로 나뉠 수 있다. 일찍이 상해임시정부의 조소앙선생은 평등이 아니라 ‘완전균등’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완전균등을 건국의 기본이념으로 채택하기를 주장했지만 자본주의는 평등도 아닌 약육강식의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는 “69억 인구에 비춰보면 국내엔 더 이상 가난한 사람이 없다. 아직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한국의 빈곤율(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빈곤이 사회적 배제와 기회의 박탈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임을 고려할 때, 박노해의 말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 부자들이 만드는 빈부격차의 정당화

정치란 한 사회의 ‘자원과 가치 배분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을 뜻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한, 그 사회 속에 내재한 다양한 가치와 이익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정치다. 정치를 정치인만 하는게 아니다. 지금까지 ‘자원과 가치 배분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 주도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이해당사자는 구경꾼이 되고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 칼을 쥐고 파이의 크기를 조정하다 보니 양극화가 극에 달하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갈등을 최종적으로 조정 배분하는 권력은 누구 것인가?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가진 권력을 잠시 위임한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공정성을 잃고 자당 혹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크기를 조정하다 보니 이익을 보는 세력과 손해를 보는 세력이 생겨난다. 정치인들은 주권자를 위한 가치배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따라 권력을 배분한다. 공정한 정치란 ‘이해와 배려, 양보와 타협, 신뢰...를 통해 이해당사자의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파레토 법칙(Pareto Theory)'이라는 말이 있다. 80:2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칙은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전체 성과의 대부분(80%)이 몇 가지 소수의 요소(20%)에 의존한다는 통계적 법칙이다. 모두가 다 똑같이 공헌을 하고 모두가 다 그 열매를 함께 나누며 산다면 그것처럼 아름답고 바람직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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