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살다보니 홍준표를 응원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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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살다보니 홍준표를 응원할 줄이야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4.02.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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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이 총선 전략으로 ‘운동권 청산’을 들고 나오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뜬금없다”라고 일갈해 화제다. 홍준표는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에 나와 "여당이라면 선거에 이겨서 나라를 이렇게 한 번 만들어 보겠다는 미래 비전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한동훈은) 586 운동권 청산론만 앞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운동권 출신인 줄 아는 한동훈

홍준표는 "이재명 대표는 586 운동권도 아니고 운동권에 신세만 진 사람"이라며 "그걸 보면서 결국 임종석 하나 심판하자는 거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홍준표는 한동훈이 이재명 대표가 운동권 출신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홍준표는 “나는 그거 보면서 딱 떠오른 게 '아, 임종석 심판하자는 건가?' 그러니까 뜬금없는 논리다 이 말이야. 뜬금없는 논리인데, 왜 그런 논리가 나왔는지 나는 이해가 안 돼요. 무슨 저기서 정권심판론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쪽에 한 줌도 안 되는 586 운동권 심판론을, 그게 매일 테제로 들고 나오는 자체가 내가 보면서 '저거 뜬금없다. 임종석이 하나 심판하려고 저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라고 일갈했다.

 

윤석열 신념대담 사전녹화도 비판한 홍준표

홍준표는 윤석열의 신년 대담이 사전녹화로 방송된 것과 관련해 “(나는) 정치할 때 누구 겁낸 일이 없다. 딱하지만 대통령이 하기 싫다는데 어떻게 강요를 하겠냐”라고 말해 은근히 윤석열이 겁이 많음을 비판했다.

홍준표의 말인즉, 윤석열이 기자회견을 하면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몰라 일부러 사전녹화를 해 그것도 3일 동안 편집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홍준표는 직접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실력도 없으면 그만 물러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김건희 명품수수도 잘못했다 일갈

홍준표는 이어서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윤석열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고 답한 것을 두고 "뇌물이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잘못했다' 한마디 하고 끝낼 문제가 커져 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는 "우리나라에 퍼스트레이디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 없어요. 퍼스트레이디가 공무원도 아니에요. 선출된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퍼스트레이디가 무슨 개인적으로 지인들한테 선물 받았으면 이게 뇌물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무식해서 그러는 거예요. '아이고, 내가 처신 잘못했습니다.' 한마디 하고 그냥 끝내야 될 문제인데, 그걸 몰카니 아니니, 그걸로 계속 물고 늘어지니까 문제가 커졌잖아요. 그래서 내가 앉아서 참 딱하다."하고 말했다.

하지만 홍준표가 모르는 것이 있다. 김건희가 비록 법적 지위가 없지만 윤석열의 부인이다. 우리 법에는 공직자의 부인이 선물을 받으면 신고하게 되어 있다. 공직자가 그걸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위법이다. 대통령실이 디올백이 반환창고에 있다고 한 것으로 봐 윤석열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김건희가 “네? 금융위로 보내주라고요?‘, ”앞으론 남북문제도 제가 나설 테니 목사님도 저와 큰일 하셔야죠“ 하고 말한 것으로 봐, 김건희는 인사에도 개입하고 국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명품수수는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의 의견이다.

 

차기 대선 후보 견제 나선 홍준표

홍준표는 한동훈이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가기 어려워지니까 이재명 대 한동훈으로 만들기 위해 청부 여론조사를 벌이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2년도 안 지났는데 차기 대선 조사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준표의 불편한 심기 속에는 차기 대선 후보에서 자신이 소외될까 하는 염려가 반영된 것으로, 벌써부터 한동훈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홍준표로선 ‘애송이’에 불과한 한동훈이 같잖을 것이다.

 

원희룡, 오세훈은 가만히 있을까?

국힘당엔 대선 후보로 홍준표, 한동훈만 있는 게 아니다. 원희룡이 험지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도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 차기 대선 후보의 입지를 다지려는 꼼수다. 자신은 이재명과 붙어 졌지만 한동훈은 출마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려는 계산이다.

지금은 정중동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오세훈도 강력한 대선 후보다. 총선에서 국힘당이 참패하고 윤석열 정권이 레임덕에 빠지면 오세훈이 서서히 고개를 들 것이다. 거기에다 안철수가 간을 보며 움직일 것이고, 나경원도 대선에 도전하려 할 것이다.

 

국힘당 총선 참패하면 홍준표 부각될 수도

만약 4월 총선에서 국힘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하면 홍준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홍준표는 지역 기반이 대구, 경북인데다 20대와 30대 남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이준석이 가져간 표를 일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홍준표가 대선 후보로 부각되면 잠시 한동훈에게 쏠렸던 TK민심이 급격하게 홍준표에게 몰릴 수 있다. 경력으로 보나 말 실력으로 보나 한동훈은 홍준표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유머 감각이나 인간적 풍모도 홍준표가 앞선다. 물론 홍준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윤석열이나 한동훈처럼 욕은 먹지 않을 것이다. 살다보니 홍준표를 응원하는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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