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한동훈은 운동권 청산 말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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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한동훈은 운동권 청산 말할 자격 있나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2.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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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운동권에 대한 열등감 있나

시위를 하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승객 중에 “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좋아질텐데..”하며 불평을 하는 사람을 보곤 한다. ‘가만 있으면...’ 세상이 좋아지는가? 광주항쟁 당시 시민들이 왜 총을 들었을까. 내 아들이 경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혹은 죽어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내 아들·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4·19혁명과 부마행쟁과 6월 항쟁, 5·18광주민중항쟁이란 불의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저항한 의거요, 민주혁명이다.

농민이나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몰려나오면 보다 못한 학생들이 책을 덮고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에 참여하다 최루탄을 마시며 경찰들에게 개처럼 끌려가 죽고 불구자가 되거나 혹은 전과자가 되기도 했다. 친구들이 시위를 하다 죽어가는데 “군인은 국방을, 경찰은 범죄 예방을, 근로자는 일을, 학생은 공부만 하면,...” 살기좋은 나라가 되는가.

 

■ 한동훈은 그 때 어디에 있었는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6 운동권 정치인을 향해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국민과 민생은 도외시하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하면서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고 질타했다. 이런 한 위원장을 향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동시대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 선후배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인간에 대한 예의"라며 "군사정권 시절에 양심을 못 가졌거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자기 일신에만 매달렸거나 하는 것이 무슨 콤플렉스가 있는 게 아니라면 다시는 그런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말하는 운동권은 누구일까. 4·19혁명과 부마항쟁, 5·16광주민중항쟁, 6월항쟁 당시 생업을 전폐하고 불의에 맞서다 죽고 혹은 불구자가 되어 고통받던 학생들이 운동권이다. 이한열 열사와 박종철이 왜 죽었는가? 전태일 열사가 동생같은 봉제공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자본에 침묵할 줄 몰라서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면 죽어간 것이 아니다.

헌법 전문(前文)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 하고 라고 했다. 헌법 전문(前文)의 불의에 저항하다 죽어간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운동권이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동조하는 비겁한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한동훈 위원장은 친구들이 불의에 저항하다 죽거나 불구자가 된 사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도서관에 앉아 고시 공부를 한 사람이다. 이런 사실을 몰라 ‘운동권 청산’ 운운했을까.

1989년 전교조에 가입했던 1만여명의 교사들은 거짓된 역사를 제자들에게 가르칠 수 없다며 탈퇴각서를 쓰지 않겠다며 1600여명이 교단에서 쫓겨났다. 교단에서 쫓겨난 교사들이 까짓 ‘탈퇴각서’ 달랑 한 장 쓰고 교단에 남아 승진점수를 모아 교장도 되고 장학사 장학관이 될 줄 몰라서가 아니다. 이들이 저항하지 않았다면, 거짓 교과서를 배운 학생들이 성장 후 선생님들을 어떤 사람으로 보겠는가. 그들이 불의에 저항하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다.

 

■ 운동권 출신. 그들은 누구인가

‘운동’이란 말은 현재의 모순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의 지속적인 행동(Action)을 뜻한다. ‘운동권’이란 말은 어느 특정 시대에 사회변혁을 위해 노력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운동이라고 다 같은 운동이 아니다. ‘새마을 운동’이나 ‘바르게 살기 협의회’와 같은 관변단체들이 벌이는 운동도 있고 ‘동학 농민항쟁’, ‘3·1 독립운동’, ‘4.19 민주혁명’, ‘6, 10 민주항쟁’과 같이 불의에 저항하는 운동도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 사회운동을 하는 집단을 비정부 민간운동단체, 즉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라고 한다.

■ 변절자도 운동권인가

우리나라 근대사를 가로지르며 변절의 상징적인 인물로 이재오와 김문수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재오는 농촌운동가를 꿈꾸며 대학생활을 하던 중 박정희의 굴욕적인 한일회담에 저항하는 6·3운동을 주도하다 제적되어 재야운동의 중심인물로 성장하였다. 그 후 김영삼의 권유로 민자당에 입당, MB 대통령 만들기 일등 공신이 되어 권력의 품에 안긴 배신자가 이재오씨이다.

김문수씨는 운동권 활동으로 대학에서 제적당한 후 위장취업으로 노동운동의 중심에 섰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두껍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배신의 길을 찾아 걸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겨냥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을 청산해야 한다"고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한 위원장이 청산해야 한다는 운동권 대상은 이애오, 김문수와 같은 배신자를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친구들이 죽고 혹은 불구자가 되어 고통받고 살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고시준비를 해 검사가 되고 판검사가 된 사람들.... 그들은 어렵게 정치계에 입문한 친구들을 향해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국민과 민생은 도외시하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 막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임종석씨의 말처럼 양심없는 소리다. 한동훈 위원장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운동권에게 최소한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지는게 인간적인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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