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573] 고전하는 ‘불침함대’, 기만극에 출연한 ‘전략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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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73] 고전하는 ‘불침함대’, 기만극에 출연한 ‘전략폭격기’
  •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승인 2024.02.0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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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
2. 공습기만극에 출연한 ‘최강의 전략폭격기’
3.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br>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1.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

홍해와 아덴만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기이한 현상은, ‘최강의 불침함대(the most powerful invincible fleet)’로 자처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이 예멘의 안사르 알라 무장군(Ansar Allah Armed Forces)과 맞붙은 전투에서 고전하는 것을 말한다. 백악관과 펜타곤은 ‘최강의 불침함대’가 고전하는 꼴을 슬금슬금 감추고 있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미국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에서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양각색 아랍인 전통 복장을 하고, 잠비야(Jambiya)라고 부르는 전통 단검을 허리춤에 한 자루씩 차고,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에 흙먼지 묻은 양가죽 쌘들(sandal)을 신었다. 군모, 군복, 군화를 착용한 군대가 아니다. 그래서 무장군이라 부른다. 육군, 해군, 공군을 두루 갖춰야 정규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전투기나 헬기가 한 대도 없고, 전투함도 단 한 척이 없으며, 전차나 장갑차도 갖지 못한 후줄근한 민병대 수준의 지상군 전투부대만 있으니, 영락없는 3류 군대다. 오죽했으면, 미국이 그들을 ‘후티 반군(Houthi Rebels)’이라고 부르겠는가.

그에 비해, 미국 해군 제2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굉장하다. 핵추진 항공모함 1척, 미사일 순양함 1척, 미사일 구축함 4척, 핵추진 잠수함 1척, 보급지원함 1척으로 편성되었다.

제2항모타격단의 지휘함인 100,000t급 핵추진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USS Dwight D. Eisenhower)는 함재기 약 80대와 작전 헬기 약 10대를 가득 싣고 대서양이 좁다하게 활개를 치며 싸돌아다닌다. 항공모함을 따라다니는 전투함 5척은 9,600t급 미사일 순양함 필리핀씨호(USS Philippine Sea), 9,200t급 미사일 구축함들인 그레이블리호(USS Gravely)와 메이슨호(USS Mason), 6,900t급 미사일 구축함들인 카니호(USS Carney)와 라분호(USS Laboon)다. 거기에 더하여 핵추진 잠수함 1척도 바다 속에서 항공모함을 졸졸 따라다닌다. 제2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은 웬만한 나라의 전체 무장력을 능가할 만큼 엄청나다.

‘최강의 불침함대’로 자처하는 제2항모타격단이 전투함을 한 척도 갖지 못한 3류 군대를 상대로 싸우는 것 자체가 대제국의 체면을 왕창 깎아내리는 ‘창피 사건’인데, 전투가 벌어지면 제2항모타격단이 3류 군대를 단숨에 제압할 줄 알았더니, 제압은커녕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군사학의 일반 이론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분석, 고찰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살육하는 극악무도한 전쟁범죄를 중단시키기 위해 화물선들이 홍해와 아덴만을 드나들지 못하게 봉쇄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려고 페르샤만에서 홍해에로 긴급 이동 배치된 미국 제2항모타격단을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자폭무인기로 공격하고 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의 살육만행과 무관한 중국의 화물선이나 러시아의 화물선은 홍해를 무사통과하도록 특별히 배려했다. 2024년 1월에 들어와 안사르 알라 무장군과 미국 제2항모타격단의 불꽃 튀는 타격전은 다음과 같이 벌어졌다.

1월 9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홍해 남부 해역과 아덴만을 향해 지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하고, 자폭무인기 20대를 발진시켰다. 당시 그 해역에서는 화물선과 유조선 약 50척이 항행하고 있었다. 제2항모타격단은 황급히 방공망을 가동하여 미사일과 자폭무인기를 요격했다.

1월 12일 공습에 나선 미국은 예멘 각지에 있는 군사시설 10개소를 73차례 집중폭격했다.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 정밀유도폭탄 150발을 발사했고, 제2항모타격단에 배속된 미사일 구축함들과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60발을 발사했다. 영국 공군도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공습에 가담했다. 이것이 제1차 대공습이다. 미국 국방부는 제1차 대공습으로 타격 대상의 약 90%를 완전히 파괴했거나 손상을 입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들의 큰소리는 큰 헛소리에 불과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운용하는 미사일 발사차들은 미국의 공습을 피해 신속히 자취를 감추었고, 지상에 고정되어 대피할 수 없는 무장 장비 20~30%만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을 뿐이다. 안사르 알라 대변인은 미국의 대공습으로 자국인 5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제1차 대공습을 받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국은 대공습을 감행한 바로 다음 날인 1월 13일 홍해에 배치된 미사일 구축함 카니호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 발사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레이더기지를 공습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습은 실패했다. 예멘 정보부 차관은 미국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레이더기지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강의 불침함대’가 그처럼 많은 정밀유도폭탄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했으면, 3류 군대는 전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인명 손실과 시설 피해를 입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들은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 군사학의 일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2024년 1월 23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 보도에서 그 의문을 풀어줄 단서를 찾아냈다. 보도에 의하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란혁명수비군으로부터 미국의 공습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미사일 발사차와 이동식 레이더를 전부 안전지대로 대피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항모타격단의 제1차 공습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이번에는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반격을 시작했다.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의 반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2024년 1월 14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미국 미사일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지대함 순항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그런데 라분호는 이 순항미사일이 자기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때마침 인근에서 비행하던 미국 전투기가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발견하고 공대공 미사일을 황급히 발사해 요격했다.

1월 15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에 인접한 아덴만을 지나던, 미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bulk carrier) 지브롤터 이글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1월 16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 암브라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1월 17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 제코 피카르디호를 향해 자폭무인기 여러 대를 동시에 발진시켜 그 화물선의 좌현을 타격했다.

1월 18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미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유조선 쳄 레이전호를 향해 지대함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미사일은 빗나가 유조선 부근 해상에 떨어졌다.

1월 22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아데만을 지나던, 미국 군수 해운사령부가 임차한 17,000t급 대형 수송선 오션 재즈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이 명중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미사일 공격과 자폭무인기 공격을 거의 매일 계속하자 백악관은 제2항모타격단에 제2차 대공습을 명령했다.

1월 22일 미국 항모타격단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군사 거점 8개소를 여덟 차례에 걸쳐 공습했다. 제1차 대공습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제2차 대공습에서도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 정밀유도폭탄을 발사했고,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미사일 구축함들과 잠수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제2차 대공습도 실패로 끝났다. 미국 국방부는 제2차 대공습에서 어떤 전과를 거두었는지 발표하지 못했고, 안사르 알라 무장군도 공습피해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4년 1월 23일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친 대공습으로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무장력 약 20%를 제거했다고 월스트릿저널 취재기자에게 말했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제2차 대공습을 받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제2차 반격에 나섰다.

1월 24일 미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화물선들인 머스크 디트로잇호와 머스크 체서픽호가 미국 미사일 구축함 그레이블리호의 호위를 받으며 아덴만을 지나고 있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구축함 그레이블리호를 향해 2시간 동안 지대함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구축함은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1월 26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국 미사일 구축함 카니호를 향해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구축함 카니호는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1월 27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아덴만을 지나던, 영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이튿날 아덴만에서 인디아 해군 7,400t급 구축함 비사카파트남호(INS Visakhapatnam)는 미사일 타격을 받고 구조요청신호를 보낸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에서 선원 23명을 전원 구조했다.

1월 29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국 해군 소속 90,000t급 초대형 원정 이동기지선 루이스 풀러호(USS Lewis B. Puller)에 지대함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했다. 미국 해군은 루이스 풀러호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1월 30일 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국 미사일 구축함 그레이블리호를 향해 또 다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구축함은 순항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그 미사일이 1.5km 밖까지 날아왔을 때, 구축함을 타격하기 불과 2~3초 전에 포착하고 황급히 팔랑스 속사포(Phalanx CIWS)를 발사해 요격했다. 팔랑스 속사포의 유효 사거리는 1.5km이므로, 유효 사거리에서 간신히 요격한 것이다. 미국 해군 출신 전문가는 그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구축함까지 날아가 손상을 입혔을 수 있다고 말했다.

 

2. 공습기만극에 출연한 ‘최강의 전략폭격기’

알 하쉬드 알 샤아비(Al Hashd al Shaabi)는 이라크 각지에서 활동하는 반미민병대들이 2014년에 결집한 군사협동체의 이름이다. 그 이름은 대중동원군이라는 뜻이다. 반미민병대 67개가 이 군사협동체에 가입했는데, 총병력은 약 230,000명이다. 이 군사협동체에 가입한 반미민병대들 중에서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 아사이브 아알 알-하크(Asaib Ahl al-Haq), 하라카트 헤즈볼라 알 누자바(Harakat Hezbollah al-Nujaba), 카타이브 사이이드 알 슈하다(Kataib Sayyid al-Shuhada)는 2020년에 시아파 반미민병대들끼리 뭉친 연맹체를 결성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이라크 이슬람 저항(Islamic Resistance in Iraq)이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은 쿠드스군(Quds Force)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었다. 쿠드스군은 이란혁명수비군이 1988년에 창설한 해외 주둔 특수작전부대다. 쿠드스군 병력은 5,000명이다. 반미민병대 연맹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이 쿠드스군과 직접 연계되었다는 말은, 쿠드스군으로부터 무기조달, 군사훈련, 재정지원, 병참지원, 정보제공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소속된 4개의 반미민병대 중에서 가장 강한 무장력을 가진 반미민병대는 카타이브 헤즈볼라다. 이 반미민병대는 2003년 10월 미국이 도발한 이라크 침략전쟁 중에 창설되었는데, 이라크를 침공한 미제침략군을 상대로 20년 동안 맞서 싸운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총병력은 약 30,000명으로 추산된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추구하는 목적은 이라크에서 미제침략군을 몰아내고 이란과 결속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는 것이다. 현존 이라크 정부는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노선을 지키고 있는데,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중립노선을 폐기하고 이란처럼 반미노선을 견지하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투쟁한다.

미국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2009년에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미국이 어떤 교전단체를 ‘테러단체’ 목록에 올려놓은 것은 그들을 죽여 버리겠다는 살해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반미민병대가 미국을 상대로 결사 항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속한 4개의 반미민병대는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2023년 10월 18일 하마스를 지원해주기 위한 반미-반이스라엘 무장투쟁에 나섰다. 그동안 그들은 이라크, 요르단, 수리아에 있는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을 150차례 이상 계속 공격했다.

그런데 이라크 반미민병대의 무장력은 예멘의 안사르 알라 무장군보다 더 약하다. 반미민병대는 살상력이 약한 로켓포, 박격포, 자폭무인기, 기관포, 유탄발사기, 자동보총밖에 갖지 못했고, 허름한 철공소 같은 무기제조소에서 선반, 망치, 줄칼로 만들어 도로에 매설하는 급조폭발물을 사용한다. 무장력이 빈약한 반미민병대가 세계적인 ‘강군’으로 자처하는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을 공격했으니, 몇 명의 부상자만 발생하는 경미한 피해만 입혔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은 다음과 같다. 이라크-요르단-수리아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요충지에 요르단 영토인 룩반(Rukban)이라는 지역이 있다. 미국이 중동을 무력으로 지배하기 위해 건설한 전초기지가 룩반에 있다 그 전초기지가 ‘타워(Tower) 22’다.

2024년 1월 17일 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타워 22’를 향해 폭탄을 장착한 자폭무인기를 날려 보냈다. 원래 그 전초기지에는 적들이 날려 보낸 자폭무인기를 격추하는 카요티(Coyote) 무인기요격망이 24시간 작동되기 때문에, 야간에도 자폭무인기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날 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날려 보낸 자폭무인기가 카요티 무인기 요격망을 뚫고 들어가 전초기지에 있는 전투원 막사를 직격한 것이다. 막사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미국군 병사 3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노련한 전투 경험을 가진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그날 밤 미국군 무인정찰기가 야간 정찰비행을 마치고 전초기지로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 자폭무인기를 날려 보냈다. 그랬더니 전초기지 경계부대는 그 자폭무인기를 자기들의 무인정찰기로 오인했고, 그래서 카요티 무인 요격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백악관 상황실에 전투상황 보고가 도착할 때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혹시 이번에 미국군 전사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노심초사한다고 한다. 그런데 2024년 1월 27일 밤에 반미민병대의 자폭무인기 공격을 받고 미국군 3명이 사망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니, 백악관이 받은 충격은 컸다.

2024년 1월 31일 백악관은 이번 자폭무인기 공격을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소행으로 특정하고 보복 의지를 밝혔다. 2024년 2월 1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이 작성한 보복 타격계획을 승인했다. 미국이 반미민병대에 대한 보복 타격을 과연 어떻게 감행할 것인지 전 세계의 시선이 일제히 이라크로 집중되었다.

2024년 2월 2일 오후 7시 40분경 미국 본토 텍사스주에 있는 다이어스 공군기지에서 정밀유도폭탄을 가득 실은 B-1B 전략폭격기 2대가 이륙했다. B-52H 전략폭격기의 폭장량은 31.5t밖에 되지 않는데, B-1B 전략폭격기의 폭장량은 56.7t이나 된다. 미국이 ‘최강의 전략폭격기’라고 추켜세울 만하다.

그날 밤 B-1B 전략폭격기 2대는 9,600km의 항로를 7시간 11분 동안 비행한 끝에 2024년 2월 3일 오전 3시경 이라크-수리아-요르단 국경지대 상공에 진입해 정밀유도폭탄 125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미국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을 공격할 때는 항모타격단을 동원하고, 이라크 반미민병대를 공격할 때는 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한다.

존 커비(John F. Kirby)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이라크의 3개소와 수리아의 4개소에 있는 85개 시설물을 30분 동안 폭격한 이번 공습이 “성공적”이었는데, 공습으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인명손실에 관해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미국 B-1B 전략폭격기 2대의 야간 공습으로 이라크-수리아-요르단 국경지대에 있는 이라크 영토 안바르(Anbar)의 아카샤트(Akashat) 마을에서 알 하쉬드 알 샤아비 반미민병대 지휘소가 파괴되어 전투원 16명이 사망했고, 안바르(Anbar)의 알 카임(Al-Qaim)시 외곽에서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무기고로 사용했던 가옥 3채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수리아 정부는 이번 야간 공습으로 민간인과 전투원 23명이 사망했고, 사회기반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야간 공습 상황을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그림이 나타난다. 백악관이 발표한 대로, 만일 새벽 3시에 집중발사한 정밀유도폭탄 125발이 85개 타격 대상에 명중했다면, 현장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 100명 이상이 사망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라크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 16명이 사망했고, 수리아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과 민간인 23명이 사망했다. 수리아 국경지대에 있는 반미민병대의 인명손실이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반미민병대의 인명손실보다 컸고, 수리아 국경지대의 시설피해도 이라크 국경지대의 시설피해보다 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연유를 파헤쳐보자.

1)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 본부는 국경지대에 있는 게 아니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Baghdad)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주르프 알사카르(Jurf al-Sakhar)에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번에 주르프 알사카르에 있는 반미민병대 본부를 공습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330km 떨어진 알 카임(Al-Qaim)시 외곽에 있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작은 주둔지를 공습했다. 그 주둔지는 미국 공군이 2024년 1월 23일에 이미 한 차례 폭격한 곳이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폐허화되었다.

미국은 정작 폭격했어야 할 본부는 그대로 놔두고, 거기에서 약 330km나 떨어진, 이전에 공습을 받아 거의 폐허화 된 변방의 작은 주둔지를 폭격하는 척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과거에 변방의 무기고로 사용했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가 3채를 공습으로 파괴해놓고 그것을 ‘보복 공습’이라고 떠들어댄 것이다. 미국은 아무 것도 없는 폐가 3채를 파괴하기 위해 B-1B 전략폭격기 2대를 출동시켰고, 값비싼 정밀유도폭탄을 마구 발사했다. 그리고 폐가 3채를 파괴한 것을 마치 전과를 거둔 것처럼 둘러대면서 세상을 속였다.

2) 미국의 어설픈 기만극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이번에 야간 공습을 실행하기 전에 야간공습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미리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습하기 전에 공습계획을 미리 알려주다니,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흥미로운 것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이라크 정부 산하 보안군에 정식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보안군 소속 전투부대들은 이라크 총리의 지휘를 받으며, 이라크 정부에서 보안군 월급도 받는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합법적인 교전단체다. 그래서 그들은 정당을 건설하여 2021년 총선에서 여러 의석을 차지하고, 원내 정당으로 등장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이라크 정부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변방 주둔지를 공습하기 전에 야간공습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미리 통보해주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라크 정부는 미국의 야간공습계획을 당연히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에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러면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미국 공군의 야간 공습을 받게 될 현장에서 대피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명 손실이 적었다.

그와 달리, 미국은 이번에 야간 공습을 감행하기 전에 수리아 정부에는 야간공습계획을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리아 반미민병대는 자기들이 공습대상으로 정해진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야간 공습을 받는 바람에 이라크 반미민병대보다 더 많은 인명 손실을 입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미국이 반미민병대가 대피할 수 있도록 야간공습계획을 사전에 알려주고 나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미국 본토에서 출격시켜 변방의 주둔지를 폭격하였다는 사실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만극이다.

여기서 강한 의문이 생긴다. 미국은 왜 그런 기만극을 천연덕스럽게 연출한 것일까? 기만극에 감춰진 백악관의 저의는 무엇일까?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란혁명수비군 산하 쿠드스군은 4개의 반미민병대 연맹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무기 조달, 군사훈련, 재정지원, 병참 지원, 정보제공을 비롯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준다. 이란은 이라크를 점령한 미제 침략군을 하루빨리 몰아내고 이란과 결속한 새로운 정부를 이라크에 세울 수 있도록 반미민병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라크가 반미동맹국으로 재건되면, 이란-이라크-수리아-예멘 4국 동맹이 자기들의 “철천지 원수”인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압박을 가할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란의 전략목표다.

그런데 만일 미국 공군이 B-1B 전략폭격기 편대를 출동시켜 이라크 이슬람 저항을 궤멸시키면, 이란은 자기의 전략목표를 실현할 수 없게 된다. 이란이 그런 절망적 상황에 빠지면, 이란혁명수비군은 중동 각지에 건설된 미국 군사 기지들을 공격하는 보복을 단행할 것이다. 이것은 이란과 미국의 정면충돌을 불러와 중동전쟁이 폭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란의 전략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전략목표를 실현하지 못하게 방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란을 너무 극도로 자극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미국의 중동전략은 이란의 전략목표 실현을 적당한 선에서 방해하고 전면전을 피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연출한 공습기만극은 미국이 이란의 전략목표 실현을 적당한 선에서 방해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2월 3일 뉴욕타임스는 이번 미국의 야간 공습으로 중동 정세의 주도권이 이란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월스트릿저널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반미민병대들의 공격을 미국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이 하마스와 정전협정을 체결하도록 이스라엘을 강하게 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이란의 전략적 승리와 미국의 전략적 패배를 예고해주는 징후들로 보인다.

 

3.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을 살펴보면, 두 가지 특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현상은 반제국주의 진영과 제국주의 진영이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2024년에 들어오면서 진영의 충돌은 이러다가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격화되었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연안에 이르는 동유럽에서 러시아와 벨로루씨가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나토 산하 서유럽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다. 또한 페르샤만에서 아덴만을 거쳐 홍해에 이르는 중동에서 이란, 안사르 알라 무장군, 반미민병대들이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서유럽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가 연합한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첨예한 군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조선)반도에서는 조선이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전면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제국주의 진영의 우두머리인 미국은 반제국주의 진영의 중심축을 형성한 조선, 중국, 러시아, 이란을 이른바 ‘악의 축’이니 뭐니 하면서 중상비방하고, 공격과 대결을 계속하고 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현상은, 미국이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대응 속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느려졌고, 이전처럼 강력한 무력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 미국은 공갈이나 협박만 늘어놓거나, 제국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미적지근한 무력 행사를 하고 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국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과의 무력충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라크 반미민병대와의 무력 충돌도 이란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공격 수위를 낮추었다.

이런 정세변화는 미국이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뒤흔드는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무력을 투입, 대처하는 즉응능력을 상당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허약한 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얼마 전까지 미국이 보여준 모습과는 생판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전쟁사를 살펴보면, 미국의 태도 변화가 뚜렷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미국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첫 전면전으로 폭발했던 6.25전쟁에서 강력한 무력을 행사했었고, 1961년부터 1973년까지 지속된 윁남전쟁 무력 개입에도 그러했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광란적인 무력 행사를 감행한 미국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된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도 그러했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지속된 이라크전쟁에서도 그러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저강도 무력 침공을 도발했다. 이를테면, 1961년 꾸바 침공, 1965년 도미니까공화국 침공, 1982년 레바논 침공, 1983년 그레나다 침공, 1989년 파나마 침공, 1993년 소말리아 침공, 1994년 아이티 침공과 보스니아 침공, 1999년 코소보 침공, 2011년 리비아 침공, 2017년 수리아 내전 무력 개입 등 저강도 무력침공을 도발하였을 때도 즉시에 무력을 행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무적함대’는 3류 군대와 맞붙은 타격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개망신을 당하고 있다. 미국은 반미민병대를 폭격하는 척하는 공습 기만극에 ‘최강의 전략폭격기’를 출연시키면서 이란의 눈치나 슬슬 살피고 있다. 미국의 그런 모습은 그들이 반제국주의 진영과의 전쟁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이 연대의 손을 잡은 반제국주의 진영의 힘은 허약해진 미국을 누르기 시작했다. 21세기는 반제 반미 자주화의 시대로 전변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서 격화되는 전쟁 위기를 반제 반미의 관점에서 인식할 때, 전쟁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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