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발목을 다쳤는데 손목을 치료하면 낫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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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발목을 다쳤는데 손목을 치료하면 낫는가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1.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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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의 행복은 무상교육 무상의료부터

선거가 좋긴 좋다. 민생은 외면하고 억지 부리기, 막말, 내로남불, 멱살잡이를 하는 국회원들.... 이런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가 되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여야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이 그렇다.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완전히 소멸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하고부터다. 그것도 2006년 첫 경고 때는 눈도 끔뻑하지 않더니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지자 발등에 불이 붙었다.

발목을 접질렸는데 손목에 깁스를 하면 접질린 발목이 낫는가.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일자리·주거·육아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산물’이다. ‘젊은이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도 취업을 하지 못해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성인 남녀 절반이 ‘캥거루족’으로 살고 있는데 지자체가 출산율 높이겠다고 ‘아이 한 명 키우는데 1억을 주겠다’느니 하는 대책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 전체 근로자의 40%가 비정규직

2023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수는 2,841만 6,000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812만 2천명이다. 취업을 한 근로자 중에는 일급·시급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6년째 역대 최대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66만 6,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62만 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만 3,000원' 오른 데 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95만 7,000원으로 '7만 6,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도 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직장이 있더라도 삶의 보금자리를 갖기 힘들고, 힘들게 마련한 내 집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사교육비에서부터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 지자체가 ‘한 명 낳으면 얼마, 두 명 낳으면 얼마..’ 식으로 선심을 쓰겠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시행하면...

10년 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통령 후보가 자신이 당선되면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서민들의 소득 중 대부분의 지출이 교육비와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귀를 기울이는 서민들은 별로 없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을 정책으로 제안하는 주장은 유권자들오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비싼 유기농 식자재를 구매력이 없어 첨가물투성이, 사구려 음식을 사먹고 늙어 병들면 애써 모아 산 집까지 팔아 병원을 쫓아다니며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다.

사회주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복지를 강조하면 색깔칠을 한다. 시민단체나 진보적인 언론이 10년 전부터 “세금 10%만 더 내면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쇠귀에 경 읽기’였다. 당시 대학까지 전액 무상으로 하면 14조원 정도면 가능다고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무상교육은 먼 남의 나라 얘기다. 사람을 대학 졸업자 일류대학출신 여부로 가치는 매기는 현실에서 수능을 없애고 모든 국민이 법앞에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고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사교육 참여율 78.3%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약 23조 4000억 원에 비해 2조 5000억 원(10.8%)이 증가한 수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이지만 고소득 가구는 저소득 가구의 학원비보다 2,4배에 달하는 월평균 114만원이다. 집세에 등록금이며 학원비에 허리띠를 졸라매도 갈수록 가난해 지는 부모세대를 보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고 싶겠는가.

 

■ 계층간 사교육비 차이 27배 두고

“소득이 높은 가구가 지출하는 자녀 학원비가 빈곤층 가구 학원비의 무려 27배에 달한다”고 한다. 초등교육비만 따로 보면 고소득가구와 저소득층의 격차가 44배로 더 벌어진다. 2022년 한해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이 넘는다는데 이런 사교육을 받아 특수목적고를 다닌 학생과 사교육을 아예 받지 못하는 학생이 수학능력을 치르는게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가?

마이클 샌델교수는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라고 했다. 과정은 덮어두고 결과를 두고 공정이니 정의 운운하는 것은 공정도 정의도 아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능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실, 타고난 재능은 덮어두고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문제를 몇 개나 더 맞추는가 여부로 서열를 매기는 것은 결과의 평등일 뿐, 공정도 정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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