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국힘당 호랑이는 윤석열인데, 호랑이 잡으러 간다는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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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국힘당 호랑이는 윤석열인데, 호랑이 잡으러 간다는 이상민
  • 승인 2024.01.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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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상민이 드디어 국힘당에 입당했다. 이상민은 국힘당 입당식에서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다부진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 집권여당 비대위 자리에 앉게 돼서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란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과거 김영삼이 민주진영을 배신하고 3당 합당을 해 전두환, 노태우 세력과 손잡을 때 한 말이다.

현재 국힘당의 호랑이는 당대표도 마음대로 갈아치우는 윤석열인데, 과연 이상민이 윤석열을 잡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 말을 들은 윤석열이 씩 웃으며 “이 새끼가...”하고 괘씸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자신에게 거역하는 사람은 무조건 제거한다는 것을 이상민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에서 5선하고 국힘당으로 가는 게 가문의 영광?

이상민은 한동훈의 추천으로 국힘당 비대위에 포함되었는데, 그걸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5선을 하고도 국힘당으로 가는 게 가문의 영광이라니, 그쪽 가문은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하다. 이건 마치 독립투사가 조선총독부에 들어가 한 자리 하고 가문의 영광이라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검사 출신인 이상민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부르짖을 때도 친정인 검찰을 비호하였고, 윤석열 정권이 저토록 죽을 써도 비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이재명 대표만 공격했다. 민주당에선 경선 통과도 어렵게 되자 국힘당으로 가 국회의장을 노리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하게 되어 있으니 꿈 깨시라.

 

한동훈의 이미지 연출

한동훈은 이상민이 탄 휠체어를 직접 밀며 회의장으로 들어섰는데, 이 또한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이상민이 장애인이니 마치 자신이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한동훈은 이미지 연출에 매우 능한 사람으로, 민주당에 인사를 하러 왔을 때도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있었고, 민주당 지도부와 사진을 찍을 때 ‘까치발’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어 비웃음을 샀다.

그래서인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구두 신으면 180, 구두 벗으면 170’이란 말이 회자되었다. 한동훈만큼 타인을 의식하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어떤 네티즌은 “동훈아, 제발 바람 부는 언덕엔 가지 마라”라고 조롱했다. 한동훈이 쓴 가발을 지적한 말인 것 같다. 안경을 벗고 가발을 벗은 한동훈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누가 그를 ‘조각미남’이라 하겠는가? 20대와 30대 여성들이 지지한다는 말도 다 헛소리다. 까종 여론조사를 보면 그 세대에서 지지율이 가장 낮다.

 

이상민이 국힘당으로 간다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나?

이상민은 입당식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고 이후 정권 재창출이 되려면 당장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은 국힘당이 원내 1당이 되어야 자신이 국회의장이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그렇게 돌려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힘당에도 5선 의원이 몇 명 있는데 과연 이상민이 국회의장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민주당에서 누가 이상민에게 투표하겠는가?

그리고 과연 이상민이 국힘당으로 간다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을까? 탈당의 목적이 국회의장이란 건 이미 알려진 바, 이상민이 국힘당에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4월 총선에서 당선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상민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은 민주당에선 허태정 전 대전 시장이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경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도 이곳에서 총선을 준비하다가 수구들의 ‘보복 운전’ 프레임에 갇혀 출마가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유성을은 이상민이 비록 고정표를 조금 가지고 있다 해도 다시 당선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올해 총선은 지역구 선거라기보다 윤석열 정권 심판에 무게가 더 실려 있기 때문이다.

 

개딸 전체주의?

한동훈은 민주당에 있는 개딸을 적대시하며 ‘개딸 전체주의’ 운운했다. 윤석열이 말한 ‘공산전체주의’도 사전에 없는 말인데, 개딸 전체주의는 또 뭔가? 그들은 아무 말이나 가져다 붙이면 말이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구태여 말하자면 국힘당은 ‘친일매국 전체주의’가 아닌가. 카르텔도 ‘검찰 카르텔’만한 카르텔이 있는가?

이상민과 한동훈은 걸핏하면 개딸을 비난했는데, 정치가에게 ‘팬덤’이 형성되는 게 왜 비판의 대상인지 모르겠다. 노무현도 노사모에 의해 당선되었고, 박근혜도 박사모에 의해 당선되었으며, 문재인도 ’문팬‘에 의해 당선되었다. 정치인이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지 흠이 아니다.

팬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팬덤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무능력자들이다. 아무나 팬덤이 형성되는 줄 아는가? 민주당에 있는 이른바 ‘개딸’이 민주당을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 전체 240만 권리당원 중 개딸은 5%도 되지 않는다. 한동훈에게도 ‘한사모’가 결성되지 않았는가? 그리고 개딸들이 아무에게나 문자폭탄을 보내는가? 수박들에게만 보냈다. 겉은 파랗고 속은 뻘건 배신자들 말이다. 그렇다면 왜 극우들은 이준석에게 문자폭탄을 보낼까? 그들은 ‘개아들’인가?

 

이상민 탈당 총선에 영향 없어, 과학연구단지 직원들 불만 팽배

국힘당은 이상민의 입당으로 대전의 총선 구도가 변할 것으로 믿고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이상민은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 이경 전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에게도 밀렸다. (자세한 것은 여론조사 ‘꽃’ 참조). 그리고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서도 3위를 한 이상민이 국힘당으로 간다고 갑자기 표가 늘까? 

오히려 민주당원들이 배신감에 더 똘똘 뭉쳐 이상민 낙선 운동을 펼칠 것이다. 이상민 딴에는 자신에게 기존 조직이 있다고 여길지 모르나, 몇 명이나 따라갈지 의문이다. 또한 대전 유성을은 과학 단지가 많은 곳이라, 윤석열이 4조 6000억이나 깎은 R&D(기초과학 연구 개발비) 예산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 국힘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더욱 힘들다. 대전 유성을은 원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김건희 특검 재의결 1표 보태기?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 심지어 한동훈이 영입한 비대위원도 노인 비하로 쫓겨났다. 한동훈이 이상민을 영입한 것도 알고 보면 '김건희 특검' 재의결을 저지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국힘당에서 공천에 탈락한 자들이 이준석 신당으로 가 특검 재의결에 찬성할 것 같자 수구들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모양인데, 그런다고 분노한 민심을 덮을 수 있을까?

설령 특검 재의결이 불발된다 해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200석 이상 얻으면 윤석열 정권은 바로 탄핵될 수 있다. 이상민은 4월 총선에 낙선하면 즉시 토사구팽될 것이다. 배신자는 또 배신한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결국 국힘당으로 가려고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나보다’. 하지만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날 것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죽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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