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유신시대를 그리워 하는 야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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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유신시대를 그리워 하는 야만의 시대
  • 김용택
  • 승인 2023.12.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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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헌법을 알고도 박정희를 존경할까

유신(維新)이란 말은 중국의 고전인 <시경>의 대아문왕편(大雅文王篇)에서 문왕의 국정 혁신을 칭송하며 “주나라가 비록 오래된 나라이나 (개혁으로) 그 명을 새롭게 했다”(周雖舊邦 其命維新)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유신이란 민주주의가 말살된 독재헌법, 독재시대를 의미한다.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정권이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단행한 초헌법적 비상조치가 ‘10월 유신’이다.

 

■ 나라의 주인이 만든 헌법시대는 언제?

우리나라 헌정사는 9차 개헌 중 4월혁명 직후를 제외하고는 유신 이전에는 ‘발췌 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에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헌법개정은 4·19혁명으로 개정한 3, 4차 개헌 외에는 하나같이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헌법을 개정했다. 특히 박정희는 3차례나 헌법을 개정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헌법을 사유물로 만들었다. 유신헌법은 헌법이 아니다. 10월 유신으로 만든 유신헌법을 지키자는 자들은 독재의 앞잡이이고 개헌을 요구하는 쪽이 민주세력이 된 것이다.

박정희가 얼마나 국민을 사맹(史盲)으로 알았기에 유신헌법 전문 제1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했다. 유신헌법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민국’이요, 정체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민주공화국’이라면 지나가던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헌법뿐만 아니라 박정희는 뻔뻔스럽게도 정당명을 민주공화당(民主共和黨)이요, 국가의 정체를 공화국이라고 당당하게 헌법 1조에 명시했다. 국민이 민주주의니 공화주의의 뜻도 모르는 청맹과니로 알지 않고서야 이런 모욕적인 말장난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정치 교과의 교사용 지도서에는 ‘유신헌법을 형식적으로는 7차 헌법 개정이나 실질적으로는 구헌법을 폐지하고 새 헌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서술했다. 유신헌법은 전문(前文)과 12장 126조, 11조의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신헌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문(前文)에 민족의 평화통일 이념을 규정하고 법률 유보조항을 두어 기본권 제한을 보다 쉽게 하였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설치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여 대통령을 영도적 국가원수로 하였다. 정당 국가적 경향을 완화하고, 정부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연대성을 가지게 하였으며, 국회의 회기를 단축하고 권한을 약화시켰다. 또 사법적 헌법 보장 기관인 헌법재판소를 정치적 헌법보장 기관인 헌법위원회로 바구고 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였다.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거하도록 하였고, 국민투표제를 채택하였으며 헌법 개정 절차를 2원적으로 하였다. 그리고 지방의회를 통일 달성 시까지 구성하지 않도록 하였다.

박정희는 1975년 5월 13일 유신헌법에 따라 발령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를 행사했다. 긴급조치 9호는 ‘헌법을 부정·반대·왜곡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선동하는 행위’, ‘학생의 집회·시위, 정치관여 행위’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행위’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시민들이 대거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법원은 정찰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박정희는 이런 초헌법적인 긴급조치를 무려 아홉차례나 발령해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박정희가 발령한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된 사람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4년 동안 1천명이 넘었다. 독재의 하수인이었던 검찰과 법원은 정권이 시키는 대로 기소하고 판결한 야만의 시대였다.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안철상 대법관은 다수 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 “판사가 쓴 판결문이 아니라 마치 철학자나 역사학자가 쓴 수필처럼 아름답습니다.”라는 ‘별개 의견’을 붙이기까지 했다.

■ 국민이 선택한 정당과 대통령이 박정희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박정희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뤄냈다”. “지금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놓은 철강산업, 발전산업, 조선산업,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방위산업으로 그간 번영을 누려왔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뤄낸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정희 44주년 추도식에 참석해 부른 윤석열 대통령의 박정희 용비어천가이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 지금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산업화의 위업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분의 혜안과 결단과 용기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정희가 만든 ‘민주공화당’, 학살자 전두환의 ‘민주정의당’ 변절자 김영삼의 ‘민자당’(민주자유당), ‘신한국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의 후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회의실에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람이든 역사든 부끄러운 과거는 감추려는게 인지상정이다.구러나 국민의힘은 뻔뻔스럽게도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 영구집권을 꿈꾸다 부하의 손에 최후를 맞은 박정희 그리고 변절자 김영삼을 떳떳하게 당사에 걸어놓았다. 주권자를 청맹과니로 아는 야만의 시대는 어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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