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UNCRPD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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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UNCRPD를 아시나요?
  • 김철홍 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 승인 2023.11.2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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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자유 기고가
김철홍 자유 기고가

며칠 전 신석훈 한국장애인연맹(Disabled Peoples’ International Korea) 대전 DPI 회장으로부터 모바일 초청장을 받았다. 내용인즉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정책세미나’ 행사였다. 평소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분야이기에 처음엔 고민이 되었다. 평소 인문학 강의 등 강좌 프로그램 및 역사 문화 탐방에 호기심 반 즐거움에 적극 동참하고 전문가 그룹 소모임에서 토론하는 것이 일상인 필자는 그 속에서 기고문의 컨텐츠 소재도 얻고 변화하는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했기에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행사 당일 참석 통보 후 아침, 점심도 거른 채 서둘러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으나 교통 체증이 문제였다. 다행히도 노련한 택시 기사님 덕분에 컷오프 바로 직전 간신히 도착해 ‘5분 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진행자의 구세주 같은 멘트에 행사장 밖의 다과로 요기를 하는 정말 드라마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장애인연맹 회장이 좌장을 맡고 네 명의 패널이 발표했는데, UNCRPD는 협약 당사국들이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하기 위한 약속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협약이나 당사국의 협약위반 사실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인통보제도와 직권 조사 제도를 담고 있는 선택의정서가 UNCRPD에 가입한 지 14년 만인 작년 12월에야 비로소 선택의정서까지 비준함으로써 명실공히 완전한 UNCRPD 협약국 반열에 들어가고 법과 제도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기회평등 실현, 즉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바로미터(barometer)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내용 등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알기 싑게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패널의 발표 내용에도 있지만 한 심리학자가 주장하는 한국과 외국의 중산층 기준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의 중산층은 부채없는 30평 집, 연봉 6천만원 이상, 2천cc이상 자가용, 1억원이상 예금, 연 1회 해외여행 등으로 나타났으나, 프랑스는 1개 이상 외국어 구사, 직접 즐기는 스포츠, 1개 이상 악기 연주, 색다른 요리법 보유, 사회적 분노에 공감하고 약자를 돕는 봉사활동 등이고 영국은 페어플레이, 자신의 주장과 신념, 독선적 행동 안할 것, 약자 보호·강자에 대응, 불의·불법·불법에 대응 그리고 미국은 신념, 약자 지원, 부정과 불법에 저항, 비평지 정기 구독 등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외국과의 차이는 한국인의 특성인 양극적이고 직선적 관계보다는 순환적이고 복합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경향을 뜻하는 복합유연성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출산율 35위, 우울증 56%, 사회적 자본 85위, 삶의 질 27위, 사회적 갈등 지수(열패 감) 2위, 자살율 1위’라는 오명과 취업난과 불안정한 생활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층을 ‘삼포세대’, 인간관계(사포), 내집마련 포기가 추가된 ‘오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요즈음의 웃픈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과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사춘기의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으로 비유하며 ‘인간에겐 사춘기로 묘사되는 이 시기는 자신의 현재 모습에 비판이 강해지고, 그 부정적인 인식이 곧 미래의 변화와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며 아름다운(?)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아니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고 요즘의 세태를 지적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권익옹호 지원체계는 체계적이지 못하고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 한 예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주요 권한은 조사 권한과 직권 조사 등의 권리규제 권한을 들 수 있는데 법률과 절차에 따른 사건처리에 국한된 조직적인 특성과 차별에 대한 협소하고 보수적인 판단, 경향, 구제조치 기능보다는 조정과 합의를 우선시하는 점은 긴급한 개입과 구조조치가 요구되는 장애인 인권침해 권익옹호 기구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장애인차별 진정이 14,673건이며, 이 중에서 인권위가 장애인차별을 인용한 사건이 1,147건으로 7.8%에 불과하다는 인권위 자체 발간 보고서가 말해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장애인 관련법은 주로 복지서비스에 기반하고 있어 장애인의 권리를 다루는 법들은 극히 드물고, 장애인의 권리를 다루는 법조차도 실효적이지 않아 현재의 권익옹호 체계로는 효과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국내의 구제 절차를 마치고 진행해야 하는 CRPD의 개인 진정 사례는 다반사로 발생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처럼 앞에서 언급한 내용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세미나를 통해 이제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역량을 강화하고 정책의 일선에서 목소리를 내고 당사자주의 운동과 정책활동은 사회통합의 영역에서 이질적인 계층과의 평등한 권리 실현을 위한 이해 및 참여와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설치, ‘장애인지예산제·징벌적 손해배상제’도입 등의 미션과 비젼으로 목표인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기회균등에 한 발짝 나갈 수 있다는 한결같은 마음을 참석자 모두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또한 “UNCRPD의 원칙을 현실에 적용하고 지역사회에서의 협력을 촉진함과 동시에, 지역연맹과 함께 UNCRPD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증진시키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이행을 촉진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는 신 대전 DPI 회장의 다짐과 많은 장애인 관련 단체 관계자 여러분의 눈물겨운 헌신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응원의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솔직히 그 동안 소홀했던 장애인에 대한 이슈 및 정책내용에 대해 이해와 공감, 자기성찰의 계기가 되었고,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지행병진(知行竝進)의 삶, 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하녀의 자식까지 배려하며 살았다는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이야말로 반목과 갈등이 날로 심해지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신적 가치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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