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칼로 흥한자는 칼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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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칼로 흥한자는 칼로 망한다”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0.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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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전쟁을 하고 싶은가
김용택 이사장
김용택 이사장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 대제사장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체포하려 할 때 예수와 함께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칼을 뽑아 대제사장의 종을 쳐서 그의 귀를 잘라 버렸다. 그때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칼을 제자리에 도로 꽂으십시오. 칼을 잡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할 것입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26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19일 부산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한 미국 오하이오급 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에 승함한 뒤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전략 자산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이 된다”며 “한반도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 배치를 제고하기로 했다"면서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도발할 능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경고(?)를 북한이 들으면 겁을 먹고 도발 의지를 포기할까?신약성서 마태복음에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말아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은 당선돼 취임선서를 할 때 나라의 주인인 국민 앞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한다. 힘에는 힘으로 제압하지 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다.

 

■ 권력과 폭력은 다르다

우리헌법 전문과 본문 130조 그리고 부칙 6조에는 ‘권력’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나온다. ‘권력’이란 ‘남을 자기 의사에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권리와 힘’이다. 이에 반해 ‘권리’란 ‘어떤 일을 자유로이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이요, 법률적으로는 ‘일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그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권력은 민주주의에서 주인인 국민만이 가지고 있다. ‘위임받은 권력이란 국민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권력‘이요, 주권자가 권리행사를 지켜 줘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속인이 손바닥에 임금왕(王)자를 써 준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대통령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요 주인인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임기 5년간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라고도 위임한 고용인이요, 공복(公僕)이다.

 

■ 권력에 취하면 이성을 잃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제 1의 군사대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동맹을 맺으면 북한이 한미일 동맹이 드려워 미사일을 쏘지 않고 핵 개발을 멈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만에 하나 정말 북한이 ’정권 종말‘ 상황이 되면 순순히 죽을까? 아니면 ’너죽고 나죽자‘고 할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窮鼠囓猫, 궁서설묘)라고 했다. 사람이든 국가든 자기가 한계상황에 처하면 너 죽고 나죽다‘하지 앉아서 당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정권 종말‘ 경고도 마찬가지다. 협박(脅迫)은 “남에게 어떤 일을 하도록 위협하는 행위로, 상대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 위하여 생명·신체·자유·명예·재산 따위에 해(害)를 가할 것을 통고하는 일”을 말한다. 힘으로 풀 일이 있고 협상으로 풀어야할 일이 따로 있다. 우리는 1971년 8월 분단 26년만에 '남북적십자회담'과 '7·4 남북공동성명' 그리고 1980년대에는 '체육회담' 과 '적십자회담', 1990년대에는 '남북기본합의서' 와 '한반도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2000년대에 '남북정상회담', '6·15 남북공동선언', 그리고 '판문점 선언'을 발표해 이제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천명하였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이 아니다”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측이 군사대결을 선택할 경우 핵무기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와 헌법 제66조, 그리고 69조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힘에 의한 논리가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남과 북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남은 ‘압도적인 힘으로 정권의 종말’ 운운하고 북은 ‘핵무기로 대응’한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전화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것도 남북이 함께 공멸하는 핵전쟁으로... 평화를 두고 전쟁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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