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 검찰, 뉴스타파 압수수색... 혐의는 '윤석열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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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검찰, 뉴스타파 압수수색... 혐의는 '윤석열 명예훼손'
  • 뉴스타파
  • 승인 2023.09.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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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8시 30분경, 검찰이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약 20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 함께센터와 한상진,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의 자택 등 총 세 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이 뉴스타파 사무실에 들어와 서류를 압수해가고, 서버에 저장된 파일까지 뒤지는 모습. 불과 일 년 전, 아니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 어제(14일) 오전, 검찰이 뉴스타파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 어제(14일) 오전, 검찰이 뉴스타파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용한 혐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었습니다. 즉 뉴스타파가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보도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은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해야 기소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의 움직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검찰이 대통령 개인의 심기를 지키기 위해, 사실상 ‘대통령 보위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핵심은 ‘조우형 수사 무마 의혹’... 검찰은 ‘수사 대상도 아니었다’?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기사는 작년 3월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김만배 음성파일’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만배 전 기자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대화 녹음 파일을 바탕으로 보도한 것으로,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대장동 사건’의 자금책을 맡았던 조우형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다.

2. 김만배는 당시 자신이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해주고, 박영수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고 말했다.

3. 실제로 조우형은 몇 차례 조사만 받고 수사를 피할 수 있었다.

4. 김만배의 부탁을 받은 박영수가 대검 중수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조우형 수사를 무마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결국 핵심은 김만배가 박영수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했고, 이에 따라 조우형 수사가 무마됐다는 의혹이다. 당시 조우형 씨에게 커피를 타준 검사가 누구인지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 ‘커피 논란’은 사실 사건의 본질과 별 관계 없는 내용이다. 

기사가 제기하고 있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우형은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없었다’ 라는 입장이다. 애초에 수사 목표를 벗어나는 인물이어서 수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는 말이다. 과연 검찰의 주장은 사실일까?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조우형은 ‘100% 수사 대상’ 이었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등 14개의 저축은행이 연쇄 파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분식회계 등 각종 불법 행위가 드러나게 된다. 

은행법상 원래 저축은행은 대출만 해줄 수 있을 뿐 직접 투자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친인척 등의 명의로 회사를 만든 후, 그 회사에 돈을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당시 검찰의 주요 수사 목표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차명 법인들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법인 120개를 수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이는 당시 검찰이 배포한 설명자료에도 나와있는 내용이다.

▲ 2011년 검찰이 배포한 부산저축은행 사건 설명자료 중 일부.
▲ 2011년 검찰이 배포한 부산저축은행 사건 설명자료 중 일부.

그런데 문제는, ‘수사 무마 의혹’의 대상인 조우형 씨 역시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법인을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뉴스타파는 여러 판결문과 수사 자료, 그리고 조우형 씨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조 씨가 부산저축은행 차명 법인으로 의심되는 회사 4곳을 운영한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조우형 씨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이었다. 검찰의 수사 목표에 정확히 일치하는 대상이었다.

실제로 조우형 씨는 2021년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대표로 있던 ‘더뮤지엄양지’라는 회사에 대해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였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이 만든 차명 법인의 대표로 일했던 셈이다.

즉 ‘애초에 조우형은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없었다’ 라는 검찰의 주장은, 검찰 스스로의 수사 결과에 비춰 봐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대통령 역시 ‘부산저축은행은 차명 SPC(특수목적법인) 불법 대출 혐의만 조사한 것’ 이라고 밝혔는데, 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더더욱 조우형 씨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어야 합니다.

▲ 2022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
▲ 2022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

그런데 어째서인지, 2011년 수사 당시 조우형 씨는 참고인 조사만 받았을 뿐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이 100개가 넘는 차명 법인을 조사하면서 유독 조우형 씨와 관련된 것만 빠뜨렸거나, 아니면 알고도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정권의 탄압에 맞서, 당당히 걸어가겠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김만배 음성 파일’에 등장하는 두 사람, 김만배 전 기자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이에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기사 자체가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인사들은 ‘1급 살인죄’, ‘사형’, ‘폐간’, ‘패가망신’ 등 극단적인 단어를 동원해 연일 뉴스타파를 공격했다. 

▲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비난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비난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만약 뉴스타파의 보도가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보도의 핵심 내용인 ‘조우형 수사 무마 의혹’이 틀렸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석연찮은 해명만 내놓고 있고, 정부와 여당 역시 검찰과 똑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김만배 음성 파일’ 기사와 관련해, 뉴스타파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정황이 존재할 수도 있다. 앞서 사과문에서도 밝혔듯이 뉴스타파는 신학림 전 전문위원의 금전 거래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해당 보도 과정에 대해서는 추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소상히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주장처럼 뉴스타파가 대선에 개입할 목적, 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획 조작 보도’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그들의 주장이 마치 사실인 양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는 결국 독립언론 압수수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까지 번지게 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해직된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10년간 뉴스타파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자유로운 언론을 바라는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이후 뉴스타파 제작진에게는 수많은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후원회원과 시민들의 응원이 헛되지 않도록,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정권의 탄압에 맞서 당당히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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