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독재자’의 동상을 세우면 ‘애국자’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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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독재자’의 동상을 세우면 ‘애국자’가 되는가?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08.28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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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영웅이 되는 독재자들...
김용택 이사장
김용택 이사장

독립 전쟁 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을 철거한 자리에 일제 만주군 출신 백선엽 장군 흉상을 설치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18년 3월 1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제막한 독립 전쟁 영웅 5인의 흉상은 육사 생도들이 독립 영웅들의 애국심과 독립투혼을 본받고 국가관과 역사관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다.

<내 생각과 같으면 동지, 다르면 적인가>

백선엽이 누군가? 백선엽은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정한 인물이다. 역사가 검증한 독립 영웅들을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워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독립투혼 대신 반민족 행위를 배우라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백선엽에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동상까지 경기 파주에서 다부동전적기념관으로 옮겨 세웠다.

1960년 4월 26일 분노한 시민들이 탑골공원에 있던 이승만의 동상을 와이어로 매 종로-화신백화 앞-세종로까지 끌고 다녔다. 죽어서 와이어에 매여 끌려다닌 독재자의 동상을 다시 세운다고 독재자가 애국자가 되는가? 4·19혁명 때 성난 시민들 손에 파괴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은 새끼로 묶인 채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종로 2가-화신백화 앞-세종로 거리로 끌려다녔다. 이승만의 동상 제작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한 반역사를 정당화 하겠다는 의도다.

11년 8개월 11일, 1년 7개월 10일, 15년 10개월 9일, (8개월 10일, 7년 5개월 23일, 1,827일(5년), 1,826일(5년), 1,826일(5년), 1,826일(5년), 1,827일(5년), 1,474일(4년 13일), 1,826일(5년).... 무슨 숫자일까? 눈치 빠른 독자들은 짐작하겠지만 위의 숫자는 전직 대통령의 재직일 수다. 임기가 4년, 혹은 5년인 대통령의 재직일 수가 왜 이렇게 들쑥날쑥할까? 장기집권을 하겠다고 헌법을 어기다 쫓겨나고 혹은 탱크와 헬리콥터를 동원, 주권자를 학살한 욕망이 이런 비극을 연출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까지 13명의 대통령 중 존경받는 대통령이 몇 명이나 되는가? 11~2대 대통령은 광주시민을 학살한 살인자요, 초대 대통령은 이승만은 4·19혁명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경제를 살린 대통령 운운하는 박정희는 군사정변을 일으켜 4·19혁명 정부를 뒤엎은 범죄자다. 18대 박근혜는 직권남용을 비롯해 18가지 범죄로 탄핵당해 중도 사퇴하고 17대 이명박은 17년 형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이 확정돼 복역 중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재임 기간 중 주권자인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지 못하고 주인 노릇을 하려던 대통령, 권력의 맛에 취해 4~5년의 임기를 이승만은 11년 8개월, 박정희는 15년 10개월 동안 대통령이 아닌 군주 노릇을 하다 주권자에게 쫓겨나거나 불행한 최후를 마쳤다. 하지만 이들은 죽어도 죽은게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은 죽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현충원에 묻혀 역대 대통령의 참배를 받고 있다. 살아 독재자로 주권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죽어 현충원도 부족해 동상을 세웠지만 후대 사람들 모두가 존경할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왜 존경받지 못할까>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도 대통령궁을 노숙자에게 내주고 본인은 원래 살던 농가에서 출·퇴근을 하고, 화초 키우는 일을 계속했던 사람. 1987년식 폴크스바겐 비틀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니고, 대통령 월급의 90%를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한 사람이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우루과이 대통령이다.

또 한 사람, 그녀는 18년간 나라를 통치하는 동안 법치의 위반과 비리가 없었고 어떤 친척도 임명하지 않았으며, 화려한 패션이나 돈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으며 영광스러운 지도자인 척도 하지 않았고 자신보다 앞섰던 정치인들과 싸우지도 않았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 우리는 왜 이런 지도자를 만나지 못할까?

4·19혁명을 불러온 독재자 이승만. 쿠데타로 4·19혁명정부를 무너뜨린 박정희. 독립군을 학살하고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정한 백선엽의 동상을 세우면 학살자가 애국자가 되는가? 검사 출신 국가보훈부 장관이 국민의 혈세로 ‘이승만 기념관’ 추진, ‘백선엽 동상’ 건립하겠다고 한다.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 쿠데타를 자행하고 친일청산을 방해했는가 하면, 수십만명의 양민을 학살한 이승만이 애국자라면 “내 남편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학살자 전두환의 동상도 세우고 현충원에 모시자고 하지 않을까? 주권자가 주인인 나라, 주권자를 위해 정치를 하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도 모르는 자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동영상을 세워 기리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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