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 '이권 카르텔' 강조하는 대통령... 검찰은 '특활비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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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이권 카르텔' 강조하는 대통령... 검찰은 '특활비 카르텔'?
  • 뉴스타파
  • 승인 2023.07.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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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많은 자료를 볼 수 있어요.

지난 26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는데요.

이날 주된 논쟁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검찰 예산 관련 의혹들이었습니다. 야당 측에서는  증빙자료 불법 폐기관리 소홀‘명절 떡값’ 유용 등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질의를 던졌고, 한동훈 장관은 이에 맞받아치는 모양새였죠.

이 과정에서 한동훈 장관이 사실상 증빙자료 불법 폐기 사실을 시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에 정리되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장관과 박범계 의원. (출처: YTN)
▲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장관과 박범계 의원. (출처: YTN)

위에서 말씀드린 검찰 예산 관련 의혹들은 모두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검찰의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밝혀낸 내용이에요. 그리고 오늘 ‘타파스’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의혹을 더 제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활비를 유용해 포상금으로 지출했다는 의혹이에요.

 

특활비는 검찰총장·고위 검사 통치자금?

검찰 특활비는 ‘기밀 수사 등 특수한 상황’에 써야 하는 예산이지만, 불투명한 집행 과정 탓에 검찰총장과 일부 고위 검사들의 ‘통치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활비를 포상금이나 성과금, 또는 명절 상여금으로 나눠주면서 다른 검사들의 충성을 얻고, 친분이 있는 검사들을 챙겨주기도 한다는 의혹이죠. 검찰의 비리를 폭로해온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 역시 일부 검사들이 특활비를 ‘나눠먹는’ 행태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 특활비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임은정 검사. (출처: MBC)
▲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 특활비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임은정 검사. (출처: MBC)

뉴스타파는 검찰의 특활비 예산 자료를 살펴보던 중, 위와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검찰 내부 주요 행사가 있던 날, 특수부 검사들의 만찬이 열리던 날, 그리고 주요 피의자가 구속되거나 기소된 날에 유독 거액의 특수활동비가 지출된 것이에요.

검찰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특활비는 본래 목적대로 기밀 수사 활동에 쓰였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해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지금부터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검찰 주요 행사일’에 특활비 수천만 원 지출됐다

2018년 2월 22일, 서울중앙지검은 범죄수익환수부 현판식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부정부패 사건을 통해 발생한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전문 부서입니다. 이전에는 ‘범죄수익환수반’이라는 이름으로 범죄수익 환수 이외에 다른 업무도 병행했다고 하는데, 이 날부터 전문 부서로 개편하고 조직 규모도 더 늘렸다고 해요.

이날 현판식에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윤대진 1차장검사, 한동훈 3차장검사 등 고위 검사 여럿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현판식 사진을 확인해보면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제외하고 총 7명이 현판식에 참석한 것으로 보여요.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범죄수익환수부 현판식에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박철우 범죄수익환수부 부장검사, 윤대진 1차장검사, 박찬호 2차장검사, 한동훈 3차장검사, 이두봉 4차장검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범죄수익환수부 현판식에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박철우 범죄수익환수부 부장검사, 윤대진 1차장검사, 박찬호 2차장검사, 한동훈 3차장검사, 이두봉 4차장검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3,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출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을 받아간 사람의 수는 500만 원씩 5명, 300만 원 1명, 200만 원 1명으로 총 7명이었어요. 다만 영수증에 있는 수령인의 이름은 가려져 있어서 누가 돈을 받아갔는지 확인은 불가능했습니다.

현판식에 참석한 사람도 7명, 특활비를 받아간 사람도 7명. 이상하리만치 딱 떨어지는 숫자죠? 범죄수익환수부 현판식을 개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관계자들에게 포상금을 나눠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정황이에요.

 

업추비 만찬 27회 중 20회, 만찬 당일에 특활비도 함께 지출?

2018년 1월 17일 새벽,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가 구속된 김 전 기획관을 첫 소환 조사했어요.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시절부터 함께한 최측근으로, ‘MB집사’라 불릴 정도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즉 당시 검찰 입장에서는 이명박 수사의 ‘큰 산’을 하나 넘은 셈이었죠.

이날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강남의 한 식당에서 특수부 검사들과 만찬을 열고, 업무추진비 98만 1천 원을 지출했습니다. 아마 그동안 고생한 검사들을 격려하려는 목적이었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날 거액의 특수활동비가 함께 지출됐다는 것입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총 18명에게 4,500만 원의 특활비를 지급했습니다. 500만 원씩 3명, 200만 원씩 15명이 한 장의 영수증을 작성하고 현금으로 특활비를 받아갔어요. 역시 검사들에 대한 포상금, 격려금 목적으로 특활비를 유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들과 만찬을 가진 날, 업무추진비와 함께 거액의 특활비가 지출되는 패턴은 서울중앙지검장 임기 내내 반복됩니다. 뉴스타파 분석 결과,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기간 윤 대통령이 업무추진비로 특수부 검사들과 만찬을 가진 날은 모두 27차례였는데, 이 중 특활비 집행 기록이 있는 날은 20일이나 됩니다.

하필이면 특수부 검사들의 만찬이 있던 날, ‘기밀 수사 상황’이 발생해서 특활비를 지급하는 일이 20번이나 일어난걸까요? 아니라면 특활비를 포상금 목적으로 유용해서, 만찬에 참석한 검사들에게 나눠준 것일까요? 만약 후자라면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활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지출하는 일을 스무 번이나 반복한 셈입니다. 

 

‘MB 구속’ 당일에 특활비 3,900만 원 지출… ‘윤석열 사단’ 포상금 의혹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재직하던 2018년 당시, 세간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것인지 아닌지에 쏠려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김백준 전 기획관 수사 역시 결국은 ‘이명박 수사’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2018년 3월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됩니다. 검찰의 수사가 일정 부분 결실을 맺은 셈이죠. 그리고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특활비 3,900만 원을 많게는 1천만 원씩, 적게는 200만 원씩 총 8명에게 지급했습니다.

이날 특활비를 받아간 사람들 중 대부분은 영수증에 이름이 가려져 있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장의 영수증에 눈에 띄는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바로 당시 특수부 검사로 재직 중이던 이복현 현 금감위원장의 이름이었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당일 서울중앙지검이 지출한 특활비 영수증, 화면 중앙 상단에 '이복현'이라고 쓰인 글씨가 보입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당일 서울중앙지검이 지출한 특활비 영수증, 화면 중앙 상단에 '이복현'이라고 쓰인 글씨가 보입니다.

이복현 위원장은 2018년 당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지휘를 받아 이명박 수사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도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해요.

또 윤 대통령은 얼마 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날에도 특수부 검사들과 만찬을 열고 특활비 4,900만 원을 지급했어요. 수사 도중이라면 모를까, 수사가 마무리되고 법원에 사건을 넘긴 상황에서 거액의 특활비를 지출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밀 수사 목적’이라는 특활비의 본래 취지와 어긋나 보입니다. 

결국 위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에 대한 포상 목적으로 ‘윤석열 사단’에게 특활비를 지급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됩니다. ‘특활비를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 라는 검찰의 해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정황이죠.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활비 오남용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이 사실은 스스로도 특활비를 오남용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 셈이에요.

 

‘이권 카르텔’ 엄단하겠다는 대통령… 검찰은 ‘특활비 카르텔’?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권 카르텔’의 폐해를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노동조합, 공공기관, 민간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며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죠.

윤 대통령이 말하는 ‘이권 카르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정부 지원금 등 공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증빙자료 관리를 소홀히 하고, 공익보다는 조직의 이익이나 사익을 추구하는 것 등등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몸담았던 검찰이야말로 ‘이권 카르텔’에 부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밀 수사 활동에 써야 할 특활비를 포상금과 명절 떡값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증빙자료를 무단 폐기하고 소홀히 관리했다는 의혹, 공금을 유용해 검찰 조직 내부 ‘사단’을 챙겨줬다는 의혹 등,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이 해명해야 할 의혹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의혹들을 해소하고 검찰 스스로를 개혁하는 것이 바로 검찰이 ‘이권 카르텔’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요.

 

전국 65개 검찰청 특활비 검증 착수… 특활비 제도 개혁 움직임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 작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 고등검찰청과 지방검찰청 등 65개 검찰청의 예산 자료도 입수해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입수한 자료만으로 검찰 전체의 예산 관리 실태를 검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 검증 작업에는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5개 언론사가 함께합니다. 뉴스타파와 5개 언론사의 공동 취재 결과는 조만간 기사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또 지난 26일에는 국회에서 특활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특활비 오남용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회에서도 시작된 것이죠. 이 법안을 바탕으로 검찰뿐 아니라 특활비를 사용하는 모든 기관들이 더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 웹사이트에서는 검찰 특활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검 도입에 관한 청원이 진행 중이에요. 검찰 특활비 제도의 개혁에 관심 있는 구독자님이라면 청원에도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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