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한국전쟁 이야기
상태바
[타파스]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한국전쟁 이야기
  • 뉴스타파
  • 승인 2023.07.23 2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이나에 ‘함께 싸우자’? 전쟁 불씨 키우는 대통령

▲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출처: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70여 년 전 한국전쟁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며,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울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상 러시아를 적대 세력으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와 ‘함께 싸우겠다’ 라고 선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요.

또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적을 살펴보면 위 발언이 한층 더 위험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중국-러시아를 배척하고, 한국-미국-일본의 공조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어요.

더군다나 북한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전쟁 준비’를 강조하는 등, 사실상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 역시 미사일과 군사위성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반복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을 두고 외신에서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전쟁은 시간 문제’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 지난 6월 28일, 윤 대통령은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 지난 6월 28일, 윤 대통령은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의 도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압박 등으로 국가 안보가 위태로운 지금,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의 말은 누구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설령 아무리 작은 불씨라고 해도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그 불씨를 차단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전쟁의 불씨를 키우고만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무엇보다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대통령도,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국민들입니다. 그 사실은 바로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희생자 6만 여 명 확인

한국전쟁은 전투원의 희생보다 비전투원, 즉 민간인의 희생이 훨씬 컸던 전쟁이라고 불립니다. 조사 기관이나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만 명에서 10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한국전쟁 시기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정전협정 이후 70년이 지나도록 몇 명의 민간인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희생됐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처럼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지난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약 2만 4천여 건의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 신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 상반기까지 총 252권의 사건별 보고서를 펴냈어요. 뉴스타파는 이 252권의 보고서를 모두 분석해, 한국전쟁 시기에 해당하는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사이에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별도로 추려냈습니다.

▲ 충남 아산의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올해 봄에만 62구의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뉴스타파 분석 결과, 해당 시기 민간인 학살 희생자는 총 57,96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10만 명 ~ 100만 명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죠. 이에 대해서 안병욱 1기 진실화해위원장은 ‘실제 희생자 수의 5~10% 정도만 진실규명 신청을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뉴스타파가 확인한 숫자가 전부라고 해도, 전쟁과 상관 없는 민간인 수만 명이 억울하게 숨졌다는 사실 자체가 전쟁의 끔찍함을 보여줍니다. 더 끔찍한 사실은, 이렇게 희생당한 민간인 중 약 71%가 바로 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당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군대와 경찰이 오히려 국민을 학살하는 데 앞장선 셈이죠.

 

국가에 의한 ‘조직적 민간인 학살’, 보도연맹 사건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에 의해 일어난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바로 보도연맹 사건입니다. 보도연맹은 과거 공산당이나 좌익 계열 활동을 했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인데,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부는 이 보도연맹 가입자들에 대해 조직적인 학살을 지시했어요.

문제는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 중 실제로는 좌익 활동과 관련 없는 사람도 많았고, 또 과거 좌익 활동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북한군에 부역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당시 국군과 경찰은 가족, 친구, 이웃이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까지 잡아다 무차별 학살을 저질렀습니다.

이처럼 전쟁의 광기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억지 누명을 쓰고 학살당하는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또 국군과 경찰에 의한 학살 이외에도,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희생된 희생자 역시 뉴스타파가 확인한 것만 2,600명 이상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전쟁 시기 우리 국민들은, 적군 이외에도 아군의 폭격과 조직적인 학살 역시 두려워해야만 했습니다.

▲ 1950년 11월 29일, 서울에서 ‘부역혐의자’ 처형이 진행되는 장면이 영국 신문에 실렸습니다.
▲ 1950년 11월 29일, 서울에서 ‘부역혐의자’ 처형이 진행되는 장면이 영국 신문에 실렸습니다.

때때로 권력자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혹은 자신의 신념을 따르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내뱉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 살펴봤듯이, 전쟁은 학살과 전쟁 범죄, 수많은 억울한 피해자들을 만들어내는 끔찍한 재앙입니다.

70년 전 한반도의 국민들은 이 끔찍한 재앙을 한 차례 경험했습니다. ‘전쟁 불사’를 외치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역사를,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국민들의 목숨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길 바랍니다. 

이런 기사도 있어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