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258]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나토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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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58]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나토의 갈등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7.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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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다.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허무맹랑한 ‘북한 미사일 유럽 공격설’을 주장한 것이나 김건희 씨가 현지 상인의 호객 행위에 넘어가 명품 가게를 다섯 군데나 휩쓸고 다녔다는 해괴한 변명이 주로 회자되었다. 하지만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그런데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였다. 

나토 회의가 끝나자 특이한 사진 한 장이 트위터에 돌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혼자 군복을 입은 채 화려한 정장을 입은 나토 정상 부부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듯한 사진이다. 사람들은 ‘올해의 사진’을 건졌다며 조롱했다. 나토 회의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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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란

나토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원한 것은 나토 가입과 전쟁 지원이었다. 

그런데 나토 공동선언문 초안에는 “가입 조건을 충족하고 동맹국이 동의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을 하기로 합의했다”라는 문구만 있고 구체적인 가입 일정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식 일정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트위터에 “터무니없다”, “나약하다”라며 나토를 비난했다. 언제까지 가입시켜 줄지 시간을 확정하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상회의장에 모여있던 이들이 이 트윗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특히 백악관 관리들은 매우 분노해 그나마 있던 ‘가입 초청’ 문구를 재검토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12일 회의장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0분가량 격한 어조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회원국 가입 문제는 전혀 논의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전쟁 지원을 많이 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젤렌스키를 향해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고 전쟁이나 똑바로 하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한편 12일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사람들은 약간 감사받기를 원한다”라며 “우리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주문하면 나토가 가져다주는 걸 온라인 쇼핑몰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어떤 다른 방식으로 감사를 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장관님께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할 수 있다”라고 맞대응했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누구나 감정적으로 되면 어떤 말을 하고는 후회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나토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공개 포럼에서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우크라이나 활동가를 향해 “미국인들은 어느 정도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며 그동안 많은 지원을 했다고 강조했다. 

사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공동선언문 초안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대변자들조차 이런 긴장감으로 인해 지치고 분노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집속탄 지원 논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집속탄은 폭탄 안에 수많은 작은 폭탄이 들어있어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하는 무기다. 우크라이나 남부 타브리아 연합군 작전사령관인 올렉산드르 타르나브스키 준장은 “전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무기”라고 기뻐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푸틴은 이미 전쟁에서 패했다”라고 자신했다. 물론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는 다연장로켓포 하이마스 등 이전에도 여러 번 등장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에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집속탄은 작은 폭탄 가운데 불발탄이 많아 사용 후 민간인 피해가 속출할 수 있어 ‘비인도적 무기’, ‘악마의 무기’라고도 부르며 국제 협약에 따라 사용이 금지된 무기다. 그래서 미국의 집속탄 지원을 두고 영국, 캐나다, 스페인이 반대했으며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독일은 미국의 방침을 이해한다면서도 자신들은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반대했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유럽이 이렇게까지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유럽이 한 단계 높은 무기를 요구하면 미국이 마지못해 동의하는 모양새였다. (「유럽 목소리 높이면 美는 “예스”... F-16 지원도 탱크 각본대로?」, 조선일보, 2023.2.3.)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미국이 한 단계 높은 무기를 지원하자 유럽이 반발하고 있다. 집속탄이 비인도적 무기라서 예외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유럽과 미국 사이에 심각하게 내재한 갈등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란과 집속탄 논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서방 진영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으며 대립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 인

우크라이나 전황이 심각하다


원래 망해가는 집구석은 가족끼리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집에서는 “내가 이 꼴 보려고 뼈 빠지게 일해서 먹여 키웠니?”, “엄마 아빠가 나한테 대체 뭘 해줬는데?”, “저런 배은망덕한 녀석을 봤나!”, “아이고, 고맙습니다. 됐지?” 이런 대화가 일상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대화 수준이 딱 저렇다. 

올 초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상반기에 대반격, 대공세를 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거꾸로 러시아가 동부 격전지이자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빼앗았다. 그러자 나토의 무기 지원이 늦어지면서 반격을 못 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고 마침내 6월 초 대공세를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방어선은 예상보다 튼튼했고 우크라이나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관한 뉴스 제목만 봐도 이런 흐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英 가디언 “우크라이나, 곧 봄철 대공세 시작”」(경향신문, 3.24)
「우크라 5월 춘계 대공세, 전쟁 판도 좌우한다-NYT」(뉴스1, 4.25)
「우크라이나 전쟁 중대 분수령…백악관 “대반격 성공 확신”」(한겨레, 6.5)
「우크라이나 ‘대반격’ 공식화?… 젤렌스키 “진격 성공” 푸틴 “실패”」(천지일보, 6.11)
「부서진 서방 탱크 속출…우크라 대반격에 군사 지원 ‘한도’ 고심」(KBS뉴스, 6.17)
「만만찮은 러…“우크라, 반격 일시 중단하고 전술 재평가할수도”」(연합뉴스, 6.19)
「‘대규모 인명 피해’ 우크라이나군 대반격 주춤...나토 “우크라이나 공식 가입 초청 불가”」(미국의소리, 6.20)
「젤렌스키 ‘대반격’ 부진 인정 “전쟁은 영화가 아니다”...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등 타격 경고」(미국의소리, 6.21)
「나토 사무총장 “우크라이나 대반격 너무 힘들다”」(동포투데이, 6.23)

7월이 되자 우크라이나 대반격은 언론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승리의 가망이 없다는 게 명백해진 것이다. 뉴시스는 7월 6일 자 보도에서 “예상보다 강한 러시아군의 저항에 막혀 늦어지고 피해도 크다”라고 하였다. 또 8일 자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총참모부가 지난 5일(현지 시각)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달 4일 대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이 한 달 동안 탈환한 러시아군 점령지는 9개 마을 160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하다. 대반격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전과다”라고 하였다. 

11일(현지 시각)에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대반격 기간에 우크라이나군이 2만 6천 명 이상의 병력을 잃고 3천 대 이상의 각종 무기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전투기 21대, 헬기 5대, 전차 및 장갑차 1,244대를 파괴했는데 여기에는 나토가 지원해 준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 17대, 프랑스 AMX 전차 5대, 미국 브래들리 장갑차 12대도 포함된다. 또 미국 M777 곡사포 43대, 폴란드·미국·프랑스의 자주포 46대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하이마스, 영국의 스톰 섀도 미사일 공격도 요격했다고 한다. 즉, 나토가 아무리 우크라이나를 지원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러 국방 “우크라, 지난달 반격 이후 병력 2만6천여명 잃어”」, 연합뉴스, 2023.7.12.)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 집속탄 지원을 “절박함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표현하며 “대대적으로 떠벌렸던 우크라이나의 소위 ‘대반격’이 실패한 데서 생긴 무력감의 증거”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젤렌스키는 ‘아직 대반격을 시작한 게 아니다’, ‘나토가 F-16 전투기를 지원해야 본격적인 대반격을 할 것이다’며 또 나토에 손을 내밀었다. 이러니 자국 무기고를 털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나토 국가들의 인내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미국이 번다

애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구상하면서 미국과 유럽은 전리품을 나눠가질 꿈에 부풀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이기면 좋고, 설사 이기지 못하더라도 전쟁을 명분으로 전 세계에 대러시아 제재를 강요하면 러시아 경제가 무너지고 결국 푸틴 대통령은 실각한다. 그러면 제2의 옐친 같은 친서방 인물을 내세워 러시아의 방대한 자원과 우량기업들, 1억 4천만 인구의 시장을 서방 자본이 차지할 수 있다. 

이들은 과거 동구권이 몰락했을 때 동유럽 국가들을 약탈한 것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약탈한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미국은 이런 구상을 소개하며 유럽에 대러시아 제재를 하는 동안 가스 공급이 줄어들겠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전리품을 나눠가질 때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약속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태는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분명 전쟁 초기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40%나 폭락하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한 달 만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고 몇 달 후에는 오히려 루블화 환율이 7년 만에 최고의 강세를 보이면서 모두를 아연케 했다. 전쟁은 500일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러시아 경제는 무너질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푸틴은 실각은커녕 지지율 80%를 찍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천연가스난을 비롯해 심각한 경제 피해를 보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지역)이 이미 기술적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5월 유로존 기업체감지수는 0.19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에 침체 닥친다”…월가가 주목한 종목은?」, SBS, 2023.6.28.)

반면 미국은 남아도는 셰일 가스를 유럽에 팔아먹으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4개월 동안 은행 4곳이 파산하였으며 극심한 물가 인상이 쉽게 잡히지 않아 제2의 금융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덕으로 셰일 가스를 버팀목 삼아 살아남고 있다. 

이러니 유럽이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갈등은 유럽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도록 젤렌스키 대통령을 다독여야 하는 미국 처지에서 유럽 대신 새로 꺼내든 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느닷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응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나토 회원국의 대우크라 지원은 임계점으로 가고 있다. 도처에 피로감이 묻어난다. 이럴 때 아직 신선한 새로운 피가 있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중략… 즉 윤석열의 우크라 방문은 미국의 기획상품이라 할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전 망

지난 6월 23일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자 서방 진영은 환호하였다. 우크라이나 대공세가 실패로 끝나는 상황에서 예상 밖의 변수 덕분에 승리의 가능성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반란은 하루 만에 끝났고 서방 진영은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얼핏 러시아 내부에도 갈등과 혼란이 나타난 것 같지만 나토의 갈등과는 본질에서 정반대 성격이라 하겠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TV 연설에서 반란 사건을 “프리고진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반란 사건이 있었음에도 푸틴 지지율은 변동이 없는 등 러시아 내부의 갈등 양상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푸틴(검은 옷)과 프리고진(맨 오른쪽). [출처: 러시아 연방 정부]
푸틴(검은 옷)과 프리고진(맨 오른쪽). [출처: 러시아 연방 정부]

프리고진 반란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은 전쟁 성과를 둘러싸고 공로를 인정받으려는 욕심이 빚어낸 사건으로 본다. 즉, 전황이 불리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생긴 갈등과는 정반대 성격인 것이다. 그래서 사태는 금방 해결되었다. 

반면 나토의 갈등은 전황이 불리한 데다 나토 안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처지라서 생긴 것이다. 따라서 애초에 나토가 기대한 것처럼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고 러시아가 무너지지 않는 한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갈등이 커지면 미국과 유럽이 대립하는 최악의 상황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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