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254] 바이든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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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54] 바이든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의 배경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6.2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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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OA 갈무리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다녀온 직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 불러 파문이 커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6월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 등을 두루 만났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모인 이번 미중 대화의 결과를 두고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일단 반년 넘게 단절된 미중 고위급 대화가 재개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며 양국 모두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도 겉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아래 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중 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린 지금 여기 올바른 길 위에 있다”, “블링컨 장관이 대단한 일을 했다”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중국 풍선 사태를 설명하면서 “내가 차량 두 대 분량의 첩보 장비가 실린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언짢았던 이유는 그것이 거기 있는 사실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며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는 말을 하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 발언이 나오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해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주미 중국대사관도 22일 성명에서 “중국 정치 체제 및 최고 지도자에 대한 최근 무책임한 발언들로 미국 쪽의 진의에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라고 항의했다. 

사태가 커지자 미국도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미-인도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거나 말하기를 피하는 것으로 내가 무언가를 크게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재자’ 발언이 의도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향후 가까운 시기의 어느 때에 시 주석과 만남을 기대한다”라고 하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2일 파리에서 “그 발언들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오해와 오산을 해소하기 위해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라며 오해를 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을 보면 바이든의 ‘독재자’ 발언은 미중 관계를 깨기 위한 의도적 발언은 아닌 듯하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그 전부터 잦은 말실수 때문에 ‘치매’ 의혹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기억을 잘 못해서 실수한 것이지 ‘독재자’ 발언처럼 어떤 정치적 용어를 두고 실수한 적은 많지 않았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 불쑥 말로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정책이 담기기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해도 신중해야 하는 데 이런 실언을 한 걸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블링컨 방중 결과에 굉장히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지난해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시당하고 기분이 나빠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한 것과 유사하다. 즉, ‘독재자’ 발언은 바이든 판 ‘날리면’ 발언인 셈이다. 


1. 미국이 중국에 요구한 것

이번 블링컨 방중은 원래 올해 2월 5~6일에 예정된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미중정상회담 후속 논의를 위해 고위급 대화를 이어 나가려던 이 일정이 갑작스러운 풍선 사건으로 연기됐다. 

풍선 사건이란 중국이 띄운 풍선이 미국 상공을 통과하자 2023년 2월 2일 미국이 이를 격추한 사건이다. 

미국은 이 풍선이 정찰 풍선이라며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고 중국은 기상 관측 등 과학연구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미국은 최첨단 전투기인 F-22 랩터를 출격해 미사일로 풍선을 격추하였고 중국은 미국이 군대를 동원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했다며 항의했다. 이후 미 정보당국은 이 풍선이 상업용, 연구용 풍선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블링컨 방중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미중 사이의 고위급 대화도 모두 끊겼다. 이후 미국은 군사 대화라도 하자고 거듭 요청했지만 중국은 철저히 거절하였다. 결국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탈동조화’를 부정하고 ‘위험 방지(디리스킹)’라는 그럴듯한 말을 지어내며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방문을 끝내기 직전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풍선 국면’을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꼬리를 내린 것이다. 지난 반년 동안 미중 대결 결과 미국이 패배했다고 볼 수 있다.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 사장은 이번 블링컨 장관 방중에서 중국이 미중 관계가 어려운 원인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특히 현재 미중 관계가 수교 이래 최저점에 놓인 이유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대중국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이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중국 처지에서는 미국을 향해 뭘 한 게 없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대미 정책은 바뀐 게 없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공격을 퍼붓다가 자기가 힘들어지고 위험해지자 공격을 중단하고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따라서 이번 블링컨 방중에서 미국이 중국에 요구할 건 많지 않았다. 

먼저, 미중 관계에서 미국이 중국에 요구할 게 무엇이었을지 살펴보자. 

블링컨 장관은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만 독립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의 요구에 맞췄고 “우리는 중국과 ‘탈동조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이룩한 성과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라며 중국 눈치를 봤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대만해협과 동·남중국해 문제, 인권 문제 등에 관한 우려를 전달했으며 군사 회담 복원을 요구했다고 하였다. ‘우려 전달’에 관해 중국이 어떤 답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군사 회담 복원은 중국이 거부했다. 중국 언론들은 ‘관계 악화를 막는 데 합의를 했지만 관계 개선까지 기대하면 안 된다’라며 “미국 측의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하였다. 

사실 미국이 한 것도 아직은 ‘말’뿐이지 ‘행동’으로 뭘 한 것은 없다. 관세를 낮추지도 않았고, 반도체 관련 제재를 풀지도 않았고,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군사행동을 중단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중국도 아직은 행동으로 상응 조치를 할 단계는 아니다. 

왕이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에 대한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를 취소하고, 중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압박을 폐기하며, 중국의 내정에 대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또한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국가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모든 중국인의 운명이자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사명이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이 타협하고 양보할 여지는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아무튼 이번 블링컨 방중이 미중 관계에 관해 중국에 무언가 요구해서 관철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기에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실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러시아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요구했을지 살펴보자.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으며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방침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는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반대한다거나, 대러 제재에 동참한다거나 하는 것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니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련해 중국에 실망했다고 보긴 어렵다. 

끝으로, 북한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요구했을지 살펴보자. 

블링컨 장관은 19일 시진핑 국가주석 면담 후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하고,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게 압박할 ‘특수한 위치’에 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에 관한 중국의 반응은 소개하지 않았다. 

아마 미국은 중국에 ‘북한의 군사행동을 막아달라’, ‘북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두 가지 요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을 통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은 미국도 이미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2022년 2월 4일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중국과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도 당장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중국에 매달리는 것밖에 없다는 푸념 섞인 발언이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의 반응을 소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예상대로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과 관련해 어떤 정보를 주었을 수는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20일 사설에서 “우리는 블링컨이 미국에 돌아가 중국에서 받은 정보를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여…”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정보’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한 게 특이하다. 보통은 ‘우리 측 입장’이나 ‘우리가 보낸 메시지’라고 하지 ‘정보’라고는 하지 않는다. 즉, ‘정보’에는 중국의 입장이 아닌 제3국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러시아보다는 북한의 정보다. 러시아에 관한 군사 정보는 아마 중국보다 미국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 정보는 미국이 가진 게 거의 없다. 특히 북한의 군사 관련 정보가 미국은 절실하다. 아마 중국이 북한의 군사 동향,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는 훈련을 할 거라는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것은 미국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요구를 우리에게 해봐야 소용없다. 다만 북한이 조만간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거리 발사 훈련을 한다고 하니 미국이 잘 판단하길 바란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했다면 미국은 지금쯤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2. 북한의 ‘강압’에 시달리는 미국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6월 22일 「북한: 2030년까지 핵무기 활용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국가정보평가(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를 공개했다. 이 평가서는 올해 1월에 작성되었고 지난 6월 15일 기밀 해제되었다. 

미국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은 이 문서가 “중대하고 시급한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최고 권위의 전략정보문서”라고 하였다. (「[개벽예감 544] 헤인즈가 부분적으로 기밀 해제한 국가정보판단서」, 자주시보, 2023.6.26.) 그런데 국가정보평가가 우크라이나(혹은 러시아)나 대만(혹은 중국)이 아닌 북한을 다룬 것을 보면 미국이 가장 중대한 국가안보 문제로 꼽는 게 바로 북한임을 알 수 있다. 

이 평가서 내용을 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3가지 경로로 분석하는데 실제 공격이나 단순 방어로 사용할 가능성은 작고 강압적 목적에 활용할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걸 뒤집어 생각하면 지금 미국이 북한의 ‘강압’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특히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심각한 ‘강압’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아직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만 발사하고 있는데 만약 북한이 공언한 것처럼 정상 각도로 실거리 사격을 하면 미국은 발칵 뒤집힐 것이다. 

이 미사일이 미국 앞바다에 떨어질지, 내륙에 떨어질지 미리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요격하면 북한이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진짜로 핵미사일을 내륙에 쏠 수 있다. 만약 요격을 시도했는데 실패하면 미국인들의 불안은 극도에 달할 것이며 전 세계 앞에 미국이 망신당할 것이다. 요격을 시도하지 않으면 북한은 앞으로 미국 앞바다를 자기 미사일 훈련장으로 종종 사용하게 될 것이다. 

지금 미국 패권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우방들도 하나둘씩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마저 중국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 앞바다를 자기 미사일 훈련장으로 선포한다면 미국 패권 붕괴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넘어가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처지에서도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기에 북한의 군사 행동을 막아야 할 절박함이 있다. 

지난 6월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 선출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 집권 시절에 북미 관계가 좋아서 미국이 안전했다는 것을 강조해 내년 대선에 승리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내년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북한의 핵공격 위협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을 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을 무너뜨리고 싶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하고자 한다면 북한의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하면 된다. 북한을 겨냥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한반도에 전략 무기를 반입하지 말고,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라도 하면 북한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못 한다. 북한에 우위를 점하면서도 북한의 군사 행동은 막으려고 하니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중국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호응해 주지 않으니 화가 나서 ‘독재자’ 발언을 내뱉은 것으로 보인다. 


3. 한국, 일본까지 동원하는 미국

미국이 블링컨 방중에서 북한 문제 해법을 찾는 데 공을 들인 것은 더불어민주당 움직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링컨 장관 방중 열흘 전인 6월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났다. 여기서 싱하이밍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베팅(도박 등에서 돈을 거는 행위)’ 발언을 흉내 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라고 하였는데 이 대표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정부·여당과 언론이 모두 들고일어나 싱하이밍 대사와 이 대표를 공격했다. 특히 민주당이 친중 사대주의를 한다며 신색깔론 공세를 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적폐 세력이 공격하면 회피하거나 방어하면서 움츠러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중 사대주의’라는 공격을 받았는데도 12일 민주당 민생경제 위기 대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4명이 중국을 방문하는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당연히 국힘당과 보수 언론은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15일 2차로 국회의원 7명을 더 보냈다. 매우 특이한 모습이었다. 

민주당 방중 의원단은 18일 귀국했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언론은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도종환, 민병덕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티베트 인권 문제는 70년 전 일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음에도 조계종에서 항의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쟁점이 되지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이 사안만으로도 정부·여당이 민주당을 공격하고 극우 유튜버들이 민주당사 앞에서 난동을 부리며 온통 언론을 뒤덮었을 것이다. 

적폐 세력이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민주당을 향한 공격을 멈춘 것은 이들 전체를 지휘하는 미국의 입김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아마도 미국은 ‘민주당 중국 방문은 우리 뜻이니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듯하다. 

미국은 블링컨 장관 방중에 맞춰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한국을 동원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반중 행동대장 역할을 하다 보니 정부·여당은 활용할 수 없다. 그래서 민주당을 동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민주당의 중국 관련 행보가 모두 5월 25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뒤에 일어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민주당은 중국을 설득할 명분도 충분하다. 북한이 군사 행동을 자제해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하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해야 판문점선언 이행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로 북한을 설득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할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내 쟁점도 아닌 북일정상회담을 자꾸 강조하는 것도 어떻게든 북한의 군사 행동을 막기 위한 미국의 입김에 따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한국, 일본을 모두 동원해 가능한 통로를 열어보려고 시도하는 것을 봐도 북한의 군사 행동을 막는 게 미국의 사활이 걸린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 * *

중국 처지에서는 북한이 선군정치를 하며 미국에 강압적 태도를 보이면서 몸값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 행동을 강압으로 느끼며 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중국은 미국에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14일 미중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시험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기 위해 미국이 그만큼의 반대급부를 지급했으리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 세력은 국제 질서 변화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세계 패권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으며 북한에 ‘강압’을 느낄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의 정치 세력은 판문점선언을 계승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승인’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하는 민족 자주, 민족 자결을 내걸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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