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윤석열 교육시장화 정책 ‘고교 학점제’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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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윤석열 교육시장화 정책 ‘고교 학점제’ 중단해야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06.2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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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학점제’ 도입하면 교육 살릴 수 있나?
김용택 이사장
김용택 이사장

교육부가 2025년 전면 실시를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로 교육계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직접 교육과정을 설계하여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개방형 학점제”다. 고교 학점제가 도입돼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원하는 과목을 마음대로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하면 인기 과목은 학생은 넘쳐날 것이고,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비인기 과목은 철저히 외면받게 될 게 뻔하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수능 주요 과목들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선택과목이 아닌 ‘여행 지리’, ‘고전과 윤리’, ‘과학사’, ‘스포츠생활’, ‘농업생명과학’, ‘미술 감상과 비평’ 같은 과목들은 수강시청자가 없어 폐과르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학생들은 다 다양한 교과를 개설과목을 유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런 과목 교사들을 갑자기 구할 능력도 여력도 갖추지 못하면 학교가 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고교 학점제 도입하면 일류학교가 사라지는가?>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교 학점제를 도입하면 “입시·경쟁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교에서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여 학교 유형에 관계없이 학생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고교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교육 주체의 인식조사 결과‘ “고교생의 83.6%, 학부모의 81.2%, 교사의 77.5%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만, 보수적인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조차 고등학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한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3%가 2025년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수적인 교원단체인 교총이 고교학점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학교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 미흡(38.5%) △학생 선택·자기주도성 강조의 교육 결과 미담보에 따른 불신(35.3%) 등이며, 이와 더불어 직업계고 교원들 중 45.6%는 △여건 미흡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 밖에도, 과목선택권 강화를 이유로 일반고에 자칫 전문교과를 과도하게 개설하는 것은 직업계고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들고 있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가 전국 일반계고 84%로 확대되어 운영 중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 도입 및 정착을 위해 외부 기관과의 협약을 추진하며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한계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반하는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폐기 입장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는 진로·진학 방향을 설정하는 데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교사들이 제시한 선결과제 해결에 교육부가 지금처럼 미온적인 대처를 계속한다면 고교학점제 파행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과목한 과목을 이수하고 기준 학점에 도달하면 졸업시키는 학사제도는 교육부는 과목의 이수 기준으로 출석률 2/3이상, 성취도 40%이상을 제시하였다. 교육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학교에서는 미이수 학생들에 대한 책임교육을 진행함으로써 기초학력을 담보하겠다고 말한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점은 고교학점제가 교육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전문교과, 고시외 과목, '학교 밖 교육'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인적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전문가가 강사로 학교에 투입되거나 학생들이 인근 학교 또는 지역사회 교육기관에 가서 수업을 듣고 이수토록 한다는 것이다.

과목선택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학급이라는 개념이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선도학교 중 학생들이 같이 듣는 과목이 전혀 없는 학교도 있다. 같이 듣는 수업이 없기에 조·종례시간과 창의적체험활동 일부시간에만 같은 반 친구를 만난다. 그러니 학급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기가 어렵고 같은 반 친구에 대한 관심도, 공동체라는 의식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특히 학생들이 100명도 안되는 시골학교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과목을 개설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대안은 없을까? 일류대학을 두고 추진하는 ’고교 학점제‘는 중단해야 한다. 왜 우리는 유럽교육선진국처럼 고교교육을 충실히 하고 바칼로레아같은 졸업시험으로 합격한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대학 평준화와 대학무상교육을 고민해야 할 교육부가 교원수급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를 졸속으로 도입해 학교의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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