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명분 없는 단일화는 역풍만 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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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명분 없는 단일화는 역풍만 불 것!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3.0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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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인 꼴’

안철수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윤석열과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하자 보수 측에서는 벌써 선거에서 이긴 듯 호들갑을 떨고 있으나 오히려 역풍이 불어 선거를 망칠 거라는 분석도 다수 나오고 있다. 보통 단일화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번 단일화는 그 반대다. 그 이유가 뭘까?

 

(1) 명분 없는 단일화

선거, 특히 대선은 대의명분이 매우 중요하다. 명분이란 일종의 시대정신인데, 보수가 외친 ‘정권교체’는 그들만의 구호이지 시대정신이 아니다. 시대정신은 우선 국민들에게 공감을 주어야 한다. 가령 ‘평화와 통일’, ‘빈부 격차 해소’, ‘중앙과 지방의 상생’ 등은 훌륭한 시대정신으로 출마의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윤-안의 단일화는 그저 정권교체만 주구장창 외칠 뿐, 구체적으로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로드 맵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이 외친 공정과 상식은 본부장 비리로 이미 무너졌고, 안철수가 외치는 ‘과학 강국’은 문재인 정부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만 발전한다고 해서 사회 전체가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2) 감동이 전혀 없는 단일화

화학적으로 결합된 단일화는 깊은 감동을 준다. 그러나 윤-안 단일화에는 감동이 전혀 없다. 심지어 국당도 어안이 벙벙하고, 국민의당 홈페이지에는 비난 댓글이 수만 개 달렸다. 심지어 “안철수 당신은 배알도 없느냐? 지지를 철회한다.” 등의 댓글도 다수 보였다.

단일화를 발표하는 윤-안의 표정도 왠지 거북해 보였다. 안철수의 경우 누구를 원망하는 듯한 눈빛을 자주 보였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빛을 보는 듯했다. 그걸 보고 어떤 네티즌이 “안철수가 뭔가에 발목이 묶여 있는 것 같다.”라며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이른바 ‘안철수 엑스파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뭐가 진실이든 단일화 기자 회견장에 나온 안철수는 매우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반면에 윤석열은 우리에 갇힌 토끼를 바라보는 늑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마치 “너 잘 걸렸다!” 하는 표정 말이다.

 

(3) 고인의 유지 운운하던 안철수의 국민 기만

안철수는 유세차 사고로 당원이 죽자 “고인의 유지를 받아 완주하겠다.”라고 국민께 약속했다. 또한 안철수는 울산에 가서 “윤석열이 당선되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다.”라고 하는 이른바 ‘명연설’을 했다.

그런 안철수가 불과 며칠 사이에 돌변해 그것도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새벽 세 시에 단일화를 발표하자 사람들은 마치 꿈을 꾸는 듯 잠시 넋을 놓았다고 한다.

안철수가 며칠 전 단일화 결렬을 발표할 때도 이준석의 망언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준석은 안철수가 고인의 유지를 받아 완주하겠다고 하자 “고인이 무슨 유서라도 써놓았나?”하고 힐난했다. 그걸 알고 안철수가 단일화 결렬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결국 윤석열에게 투항했다. 그렇다면 고인의 유지를 받아 완주하겠다는 말은 립서비스였다는 말인가? 그 유족들은 어떻게 될 것이며 당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준석이 ‘가출’했다가 돌아선 계기도 가로세로연구소가 성상납 의혹을 발표한 후다. 안철수가 전격적으로 단일화 발표를 한 것도 이른바 ‘안철수 엑스 파일’이 공개된 후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4) 단일화 발표로 오히려 민주 개혁층 결집

윤-안 단일화가 발표되자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고, 지지자들도 운동화 끈을 다시 묶기 시작했다. 침묵하던 2030 여성층도 성명을 발표하며 이재명 공개 지지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민주화의 성지 호남 역시 놀라 그동안 이재명 후보 지지를 미루던 사람들까지 안철수의 배신에 치를 떨었다.

안철수의 배신에 호남이 치를 떤 것은 과거에 안철수에게 속은 경험도 있고, 윤석열이 전두환을 찬양한 이유 때문이다. 호남이 결집하면 덩달아 수도권 지지율도 오르게 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도 접전이고, 경기와 인천은 확실히 이재명 후보가 앞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윤-안 단일화는 민주 진영을 긴장케 해 오히려 결집하게 만들고, 지지를 미루던 무당층이나 중도층도 이재명 후보의 지지로 돌아서게 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과 안철수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고 만 것이다.

 

(5) 단일화해도 박빙 여론조사 다수 나와

3일부터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므로 2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가 10여개 나왔는데, 그중에는 단일화를 가상한 여론조사도 몇 개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단일화해도 윤-이의 격차가 초접전이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것은 단일화가 효과를 발휘하기는커녕 역풍이 불어 오히려 윤석열이 손해를 본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지지를 관망하다가 윤-안의 단일화 발표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다수 생기기 시작했다.

선거는 수학이 아니어서 1+1이 반드시 2가 되는 게 아니다. 잘못하면 역풍이 불어 마이너스가 나올 수 있다.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지지자 중 윤석열보다 이재명 후보에게로 가는 지지자가 12% 더 많았다.

문화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일화를 해도 45% 대 45.9%가 나와 단일화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OBS여론조사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자세한 것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6) 최근에 공개된 녹취록도 변수

선데이저널에서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윤석열이 박근혜를 엮어 넣었다, 라는 말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이 녹취록을 우리공화당 조원진이 입수해 하루종일 대구, 경북에서 틀고 있다고 한다.

이 녹취록이 널리 공유되면 그렇지 않아도 분노하고 있는 박근혜 지지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대구, 경북의 표심도 상당히 흔들릴 것이다. 거기에다 박근혜 동생 박근영도 이재명 후보 지지를 하고 나섰으니 윤석열로선 신경깨나 쓰일 것이다.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이 또 힘 발휘할 것

이재명 후보는 3일 서울 유세에서 “저는 우리 국민을 믿습니다.”하고 윤-안 단일화가 별게 아니라고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믿을 것은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밖에 없다.

우리 국민은 본부장 비리로 얼룩진 가족이 청와대로 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도이츠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가 다 드러났는데도 검찰 소환도 거부하는 김건희가 영부인이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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