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국당 갈등 2라운드 혹시 제2탄 비단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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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국당 갈등 2라운드 혹시 제2탄 비단 주머니?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1.12.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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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이준석이 국당 상임선대위원장 및 홍보 본부장 직을 모두 사퇴했다. 일차적 이유는 조수진 공보 담당관이 이준석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 라고 사실상 항명을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조수진은 이준석의 정신이 이상하다는 가로세로 연구소의 영상을 링크해 기자들에게 돌렸다. 이에 분노한 이준석이 상임선대위원장 및 홍보 본부장 직을 모두 내려놓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그 내면, 즉 의도를 들여다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주지하다시피 이준석은 약 20일 전에도 지방을 돌며 몽니 아닌 몽니를 피웠다.

그러나 울산에서 극적으로 합의를 본 이준석은 언제 그랬느냔 듯 다음날부터 윤서열과 빨간 후티트를 입고 부산 서면을 돌아다니며 존재감을 알리는 데 열중했다.

웃기는 것은 대선 후보인 윤석열보다 이준석과 셀카를 찍으려는 사람이 많았고, 이준석이 더 조명을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그후 청년 문화인과의 대담에서도 이준석은 윤석열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신 답을 하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나온 말이 “도대체 저 당은 후보가 누구야?” 하는 말이었다. 이준석이 대선 후보인 윤석열보다 더 돋보이려 하자 나온 비아냥이다. 대선의 주인공은 후보지만 국당은 윤석열, 이준석, 김종인이 서로 주인공이 되려 하고, 거기에다 김병준, 김한길까지 붙어 소위 ‘신3김시대’라는 비판까지 일었다.

여기서 의심해봐야 할 것이 이번 파동의 진의다. 이준석과 조수진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난번 곽상도 사퇴 처리 때도 두 사람은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대선을 78일 앞둔 지금, 과연 두 사람의 갈등으로 이준석이 사퇴할 만큼 큰 사건일까? 제1차 갈등 때도 지지율이 폭락했는데, 또 다시 갈등이 시작되면 지지율은 더 폭락하는 것은 불문가지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준석은 사퇴했을까? 정치란 겉으로 벌어지는 현상만 봐서는 그 이면 즉 본질을 알 수 없다. 필자 생각에 지난번 사건과 이번 사건은 공통점이 있다.

지난번에 이준석은 “ ‘윤핵관’이 내가 홍보비를 해먹으려 한다.”고 밝히며 서울을 떠나 부산, 순천, 여수를 거쳐 제주도로 갔다가 마지막으로 울산에 가서 극적으로 합의를 했다.

윤석열이 김종인의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준석이 말한 ‘윤핵관’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왜 이준석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윤석열과 어깨동무를 하며 웃는 제스쳐를 썼을까?

정치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이준석이 지방을 돌 즈음에 열린공감TV에서 ‘쥴리’를 실제로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나 방송을 한 것을 잊고 있다. 수구들은 다시 ‘쥴리’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그것을 덮어버리는 이벤트가 필요했을 것이다.

예전부터 수구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다른 사건을 터트려 앞 사건을 덮어버리는 작전을 자주 구사했다. 다른 또 하나의 방법은 내용보다 메신저를 공격해 묻어버리는 방법이다. 박관천 행정관이 그 대표적인 희생자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터진 이준석의 사퇴도 별로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최근 약 2주 동안 김건희의 허위 학력 및 경력 논란이 온 지상을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이 기간 중 여론조사가 뒤집어진 결과가 다수 나오자 긴장한 수구들은 김건희 허위 학력 및 경력 사건을 덮어버리는 커다란 이벤트가 필요했을 것이다.

실제로 21일 오후부터 모든 언론이 이준석 사퇴를 대문짝만하게 도배를 했다. 그 바람에 김건희의 허위 학력 및 경력 사건을 다루는 기사는 모두 사라졌다.

물론 필자의 억측일 수 있지만, 정치의 속살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고, 수구들이 늘 써먹던 수법이라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수구들은 분열하다가도 금세 언제 그랬느냔 듯 다시 뭉치는 특기가 있다.

따라서 약 1~2주 동안 이준석 사퇴로 언론의 도배가 끝나면 이준석이 슬그머니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준석도 정권교체만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할 터, 자신의 몽니 아닌 몽니가 잘못하면 대선 자체를 말아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이준석이 돌아오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면 필자 역시 이준석의 진심을 믿고 사과할 것이다. 하지만 선대위는 그만 두면서 당 대표를 지키는 것으로 봐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모르긴 모르되 조수진의 사퇴와 윤핵관이 자진 사퇴하면 이준석은 슬그머니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준석은 눈엣가시인 조수진을 사퇴시키고, 거의 원수격인 윤핵관을 물리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 성공하므로 ‘일석삼조’가 되는 것이다.

혹자는 30대 중반의 당 대표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느냐고 의구심을 가질만 하지만, 이준석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10년 넘게 무관의 제왕으로 정치판을 경험한 이준석의 내공은 생각보다 강하다.

특히 아이디어가 번뜩여 순간순간을 잘 극복하는 이준석으로선 이번 사건이 제2탄 비단주머니는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아니라면 필자가 사과하겠지만 왠지 예감이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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