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사과와 용서가 전문인 민주당
상태바
[문경환 칼럼] 사과와 용서가 전문인 민주당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2.26 0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자와 서자 논리로 본 한국 정치

1. 임미리 교수에게 사과하는 민주당

(1) 피해자가 범법자에게 사과하는 기이한 모습

지난 1월 29일 임미리 고려대 교수가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임 교수 칼럼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고발조치했고 임 교수는 이에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당 내외에서 고발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자 민주당은 2월 14일 고발을 취하하면서 유감 입장을 밝혔다. 임 교수는 재차 지도부 사과를 요구했고 이낙연 전 총리가 첫 공식 사과를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 이재정 의원,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줄줄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만약 민주당이 고발을 취하하지 않았다면 임 교수 칼럼은 선거법 위반 판결을 피하기 어렵다. 언론중재위원회도 이 칼럼을 공직선거법 제8조 위반으로 판단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민주당이 무리한 고발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볼 때 토론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기에 민주당은 고발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은 가능하다.

사실 국민 누구든 자기가 지지 혹은 반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개혁세력도 보수적폐세력에 대해 선거에서 심판하자, 찍어주지 말자고 주장할 수 있고 이런 게 언론에서 논쟁이 붙을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는 이런 행위가 선거법 위반이다. 사실 선거법이 이런 국민의 정치 표현을 막은 것은 진보민주개혁세력의 입을 막으려는 측면이 강하다. 선거법으로 막아놔도 공권력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적폐세력들은 암암리에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임 교수를 굳이 고발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현행법 위반은 맞기에 고발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라고 일방적으로 손발이 묶인 채 얻어맞아야하는 건 아니다. 임 교수 칼럼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인데 평범한 사람들은 선거법에 막혀 하지 못하는 일을 임 교수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위반이기도 하다.

어쨌든 고발을 하든 말든 민주당이 판단할 문제다. 민주당은 고발을 선택했고, 반발이 있으니 취하했다. 이런 일련의 모습은 그러려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사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과를 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의도야 어쨌든 임 교수는 법을 위반한 사람이며 민주당은 피해자다. 범법자가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건 당연하지만 피해자가 범법자에게 사죄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임 교수는 민주당 지도부에게 사과를 강요했고 결국 릴레이 사과를 받아냈다. 이를 두고 노영희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고발한 것도 썩 잘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애초에 임 교수 글도 선거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고발을 취하하니 대국민 정식사과 요청 주장이라니, 과유불급”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임 교수가 민주당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고발을 취하하고 범법 사실을 묵인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사과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사과를 요구할 입장이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사안을 ‘준법과 불법’의 구도로, 법 적용의 공정성 문제로 강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선거사범 엄단한다더니 이렇게 대놓고 선거법 위반하는 걸 왜 지켜만 보는가’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강하게 밀고 나갔으면 지금 임 교수와 보수적폐들이 하나가 돼 만들고 있는 ‘표현의 자유’ 프레임을 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통쾌해하면서 기세등등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사과를 하는 바람에 원래 진보의 기치였던 ‘표현의 자유’를 보수적폐가 가져가는 황당한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하나부터 백까지 잘못한 죄인이 되었다.

반면 임 교수는 대단한 진보인사, ‘표현의 자유’의 전사로 포장되고 임 교수의 주장도 정당한 것이 되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힘이 빠졌다. 적폐세력들에게 끌려다니는 유약한 지도부를 보며 불만이 쌓이고 분열이 생겼다. 사과 하나가 만든 엄청난 후과다.

 

(2) 습관적으로 사과하는 민주당과 언제나 뻔뻔한 보수적폐

민주당은 전에도 논란이 발생하면 습관처럼 사과를 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2006년 10월 20일 김근태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당시는 한반도 정세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며 특히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중단하라는 한미 대북강경파의 목소리가 들끓을 때였다. 김 의장은 이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당 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김 의장이 개성공단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간단한 무대 공연이 있었는데 분위기에 맞춰 잠시 무대에 올라 박수를 쳤는데 이를 두고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과 적폐언론들이 ‘춤판’을 벌였다며 비난 폭탄을 쏟아 부은 것이다.

당연히 의도적인 정치 공세였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적폐세력들의 공세에 동요해 사과를 요구했고 김 의장은 끝내 자신이 “부적절하고 부주의”했다며 ‘유감’ 표명을 해야만 했다.

2013년 7월 ‘귀태’ 논란도 살펴보자. 당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본 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가시 노보스케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라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여기서 ‘귀태’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을 말한다.

그러자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등으로 위기에 몰렸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발끈하며 국회 일정 전면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폈고 언론도 홍 의원과 민주당을 공격했다. 정작 여론은 ‘솔직히 박정희는 귀태 맞는데 웬 호들갑?’이라는 반응이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동요했고 결국 하루 만에 홍 의원은 사과 표명과 함께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반면 보수적폐세력은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왔다.

얼마 전 황교안 대표는 성균관대 앞 분식점을 방문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1980년, 그때 뭐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라며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슨 사태’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는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기 위해 ‘광주사태’라 불렀다. 황교안이 군부독재세력과 똑같은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여론의 따가운 비판에도 황교안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황교안은 “(1980년 사태 발언은) 광주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뻔뻔한 변명만 늘어놓았을 뿐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황교안 뿐 아니라 보수적폐세력들은 전부터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해도 사과를 하지 않고 당당하게 넘어가왔다.

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세력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일까? 현상적으로 보면 언론이 그렇게 상황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통해 확연히 드러났듯 언론은 사실에 기초해 옳고 그름을 보여주는 기관이 아니다. 친미친일적폐의 확성기, 통치수단일 뿐이다. 보수적폐세력도, 진보민주개혁세력도 이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사회 여론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조작한다. 언론윤리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며 편파, 왜곡보도는 기본이고 ‘카더라’ 뉴스, ‘관계자에 따르면’ 뉴스, 가짜뉴스를 마음껏 퍼트린다.

이번에도 언론은 황교안의 ‘1980년 사태’ 발언에 대해서는 보도를 자제해 굳이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반면 민주당은 집중포화를 통해 사과를 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게 상황을 몰아갔다. 그리고 여기에 민주당이 굴복했다.

 

2. 친미친일보수적폐는 적자, 민주당은 서자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상반된 태도의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보려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사회 전반을 놓고 보면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미국과 일본임이 자명하다.

먼저 남북관계를 보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미국의 승인을 받으려 하고 있고 미국도 대놓고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한다. 종주국과 식민지의 관계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꼴이다.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내문제도 비슷하다.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여야 의원들을 불러놓고 현직 대통령에게 ‘종북좌파’ 의혹을 제기하고, 일본에서 공개적으로 ‘문재인 탄핵’을 주장하며 현 정부를 흔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정상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상식선에서 보면 미국에서 ‘승인’ 망언이 나왔을 때 주한미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를 했어야 맞다. ‘종북좌파’ 발언에 대해서는 외교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마땅하다. 일본의 막가파식 경제공격과 ‘탄핵’ 운운에 대해서는 외교 단절 조치도 가능하다. 이런 조치들을 취해야 정상국가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을 변호해주느라 급급한 모습이다.

반면 친미친일보수적폐세력은 대놓고 성조기, 일장기를 들고 시위를 한다. 나경원 의원은 미국에 가서 총선 전에 북미회담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또 미국 ‘어르신’들이 일본과 친하게 지내랬다고 말하고 다닌다. 미래통합당은 주한미군 지원금 대폭 인상, 지소미아 폐기 중단 등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미국, 일본의 요구를 대변인마냥 주장한다.

▲ 성조기와 일장기를 함께 들고 있는 태극기집회 참가자. © 출처: 인터넷
▲ 성조기와 일장기를 함께 들고 있는 태극기집회 참가자. © 출처: 인터넷

미국의 부당한 압력과 예속에서 벗어나 자주를 하자고 하면 한국 경제가 철저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무슨 수가 있냐는 변명이 나온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무서운 존재이므로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총독부 같은 기관에서 모든 정책을 ‘승인’ 받는 걸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국민도 대체로 인정한다. 사실 이런 논리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론의 연장선이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현실이다.

이렇게 한국사회 전반을 보면 정치, 경제, 국방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이 가장 큰 영향 주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사회 구조를 봐야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보수적폐세력과 민주당의 관계를 살펴보면 한 마디로 보수적폐는 미국의 적자(본처의 자식), 민주당은 서자(첩의 자식)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미국의 필요에 따라 친미친일을 중심으로 한 질서가 구축되어 있다. 여기서 보수적폐세력은 친미친일의 정통세력, 미국과 일본에게서 권력과 돈을 보장받은 세력이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친미세력이면서도 미국에게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서자다.

미국은 한국 국민의 민족자주와 민주주의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한국사회를 민주사회인 것처럼 포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적자와 더불어 서자를 키웠다. 따라서 민주당은 친미친일적폐세력을 보완하고 보조하는 차원에서만 의미가 있지 결코 한국사회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적자는 한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귀한 대우를 받는다. 반면 서자는 항상 찬밥신세로 설움을 당하고 산다. 서자는 적자를 돋보이는 데 필요한 도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서자가 적자보다 잘나면 안 된다. 잘나면 핍박받는다. 적자가 부족하거나 잘못한 게 있으면 모두 서자 탓이 된다.

집안 분위기가 이러니 적자는 자기가 잘난 줄 알고 항상 당당하며 큰소리치고 억지를 부린다. 반면 서자는 자기 운명에 체념하고 저항하지 못하며 항상 눈치를 보고 자기를 검열한다. 그래서 적자와 서자 사이에서는 항상 방귀 뀐 놈이 성내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며, 도둑이 매를 드는 일이 나타난다.

이 심리가 보수적폐세력과 민주당 사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황교안은 자기가 분명 잘못했지만 전혀 눈치 보거나 반성하거나 하지 않는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혹시 상황에 떠밀려 사과할 때도 본심으로 사과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항상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어서 사과하는 게 체질로 되어 있다. 조금만 비난이 들어와도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쩔쩔맨다. 잘못이 없어도 남들이 잘못했다고 우기면 자기 탓이라고 여기고 용서를 빈다.

서자는 조금이라도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민주당도 그렇다. 그래서 조그만 흠집에도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한다. 민주당 안팎에서 모두 민주당의 도덕적 흠집을 엄청난 일로 대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조국 사태’ 때 진보민주개혁세력 내에서조차 흔들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 있다.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하는데 아니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의 부도덕한 모습에 대해서는 ‘저기는 원래 그러니까’라며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보수적폐세력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자신이 더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라고 여기며 만족한다. 그래서 상황에 떠밀려 보수적폐세력의 만행을 묵인, 용인하면서도 자신이 ‘용서’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사면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는 “그들(전두환 노태우)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다”며 용서하자고 주장했고 사면을 통해 “동서화합의 길이 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두환, 노태우 사면을 주장해 도덕적 우위를 점했을지는 몰라도 ‘쿠데타와 학살을 해도 용서받는다’는 선례를 남기는 바람에 이후 보수적폐세력은 끊임없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음해모략하고 명예를 훼손했으며 끝내 황교안 입에서 ‘무슨 사태’ 발언이 나왔다. 또 박근혜 탄핵 촛불 당시 군부는 쿠데타를 모의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조선일보와의 싸움에서 ‘언론탄압’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결국 패배하여 참혹한 보복을 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그 싸움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무기로 쓰지 않았다”, “국민이 언론과 싸우는 데 쓰라고 그 권력을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 “나는 정치인의 권리, 시민의 권리만 가지고 싸웠다”고 회고했다.

대통령 권력을 쓰지 않아 도덕적 우위를 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일보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결과 한국사회는 15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적폐언론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보수적폐세력의 관계는 ‘친미’라는 한 집안에 있는 적자와 서자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3. 대안은 있다

(1) 친미 집안에 스스로 서자로 들어간 민주당

홍길동전에 나오는 홍길동이라면 서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모습에 동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홍길동은 처지가 다르다. 민주당이 서자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민주당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서자로 태어난 게 아니라 ‘친미 집안’에 스스로 서자로 들어간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노선으로 볼 때 미래통합당보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정당이지만 기본은 ‘친미’ 정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시기 ‘미국에 노(No) 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에 달려갔고 대미 저자세 외교로 비판을 받자 ‘한신도 무뢰한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고 변명했다. 미국이 강대국이고 우리 명줄을 쥐고 있으니 ‘친미’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89~1992년 『국가보안법 연구』 1, 2, 3을 써서 국가보안법 폐지론의 최고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 책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의 교과서, 바이블로 꼽힌다. 그러나 서울 시장 2년 만에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2013년 11월 3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이제 제가 시장이 됐잖아요, 또 세월이 많이 바뀌었죠”라며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민주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니 체제 우호적인 입장으로 바뀌어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은 서자라도 되기 위해 미국의 영향 아래 스스로 들어갔다. 서자라도 돼야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잡은 권력은 진짜 권력이 아니었기에 임기 내내 흔들리고 위태로워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권력을 내려놔야 했다.

아무튼 민주당은 권력을 위해 ‘친미 집안’에 스스로 서자로 들어간 친미개혁세력이기 때문에 핍박받는다고 불쌍히 여길 이유는 없다.

우리 역사에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민족자주의 입장, 민중의 입장을 가지고 정치를 하려는 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친미 집안’ 밖에 있는 자주, 민중 진영이다. 이들은 언제나 탄압의 대상이었다. 오늘날에는 민중당이 대표적인 정당이다.

조국 전 장관은 과거 사회주의를 주장했고 지금도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주장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낸다. 이런 인물은 민주당에 있어도 ‘친미 집안’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은, 그래서 미국 입장에서는 위험한 존재다. 그래서 철저히 공격받았고 끝내 자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친미 구조 아래에서는 아무리 개혁적인 정책을 펼쳐도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 한국사회를 참답게 발전시킬 대안은 ‘친미 집안’ 밖에서 활활 타오르는 자주, 민주의 횃불이다.

 

(2) 민주당에 의존 말고 스스로 주인이 되자

나라의 주인은 언제나 국민이어야 한다. 친미개혁세력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

박근혜가 집권했을 당시를 돌이켜보자. 국정원 선거개입을 통해 불법으로 집권한 박근혜에 맞서 국민들은 박근혜 취임 전인 2013년 2월 16일 투쟁의 포문을 열고 상반기 내내 끈질기게 싸웠다. 그러다 6월 들어 전국 곳곳의 여러 대학들이 연이어 시국선언을 발표해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이후 종교계와 노동자, 교수, 언론인 등 각계각층이 합세하며 투쟁을 확산시켰다. 국민은 불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를 대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해 말에는 박근혜 퇴진 주장까지도 나왔다.

▲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기 위해 국정원 앞에서 '캠핑'을 진행한 '국정원국민감시단'. © 출처: 인터넷
▲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기 위해 국정원 앞에서 '캠핑'을 진행한 '국정원국민감시단'. © 출처: 인터넷

그러나 민주당은 일찌감치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투쟁에 합류하지 않았다. 일부 재야 인사들은 민주당에게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함께 싸울 것을 호소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투쟁이 지속되면서 점점 불이 붙고 규모가 커지자 그제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6월 21일 국회에서 ‘국정원 국기문란 국정조사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투쟁에 합류하였다.

박근혜 탄핵 촛불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싸울 때 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0월 26일 긴급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제안했다. 이에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국민은 루비콘 강을 건넜는데 야당이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다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고 박근혜도 국회에 총리 추천을 제안하자 민주당은 조건에 맞지 않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하야하라’는 얘기를 뭐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하느냐”, “야당이 먼저 제안한 거국 중립내각을 우리 당이 수용하니 걷어차 버리는 갈지자 행보는 한두 번이 아니다.

개헌·특검도 받아들이니 걷어차 버리고 야당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끊임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일주일도 안 돼 입장을 바꾼 민주당을 공격했다.

결국 박근혜 탄핵 촛불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자 민주당은 그제야 탄핵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검찰개혁 정국도 마찬가지로 국민이 서초동, 여의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과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최근의 역사만 돌아봐도 민주당은 언제나 하나의 목표를 내걸고 싸우기보다는 보수적폐와 국민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어느 쪽에 설지 기회를 살피는 기회주의를 하였다. 보수적폐가 더 강력해보이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고, 국민이 더 강력해보이면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것처럼 한다. 민주당은 원래 기회주의 세력이며 이게 미국이 ‘친미 집안’의 서자에게 준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이 중심이 되어 주인다운 역할을 하면 민주당은 그나마 따라온다. 반대로 국민이 민주당에 의지하면 민주당은 언제나 보수적폐세력에게 사과하고, 보수적폐세력을 ‘용서’할 수밖에 없다. 대결의 구조가 전체 적폐세력 대 민주당의 구도로 되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이 주인이 되어 나선다면 국민역량 대 보수적폐의 구도로 되며 민주당이 국민 쪽으로 온다.

 

(3) 국민을 대변할 진보정당을 키우자

국민이 주인이 되려면 기회주의세력에 의존할 게 아니라 국민을 참답게 대변하고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실현할 진보세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 존재하는 정당 가운데 한국사회 근본 문제에 대해 가장 정확한 해법과 노선을 제시하며 국민의 요구를 가장 충실하게 대변하는 정당은 민중당이다. 민중당은 미국의 부당한 강요와 내정간섭을 인정하지 않고 철저한 민족자주의 입장을 보여주었으며, 박근혜 탄핵과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을 위한 투쟁에 언제나 앞장섰다.

남북관계에서도 한반도의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위한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투쟁하는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빈민, 자영업자 등 민중들과 언제나 함께하면서 국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도 민중당은 기층 민중 속에 튼튼히 뿌리내려 가장 강력한 진성당원을 가진 정당이 되었다.

가장 원칙적이고 진보적인 정당이기에 한국사회의 친미 구조 속에서 가장 탄압을 받아왔으며, 원내정당임에도 이름조차 알리기 어려운 적대적 언론 환경에 놓여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유권자가 정당득표 3% 이상의 힘을 실어주면 국민의 요구를 진정으로 대변할 영향력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소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참답게 대변할 정당에 정당투표를 해서 원내진출을 돕자는 것이 이번 선거법 개정의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기도 한다.

민중당 역시 계파의 이익을 넘어 국민의 이익을 앞세워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적폐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고 참다운 사회대개혁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 미국의 간섭을 끊고 국익우선의 외교를 펼치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 민중을 대변하고 민중의 권익을 위해 앞장에서 싸우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민중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민과 하나가 될 수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