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국민의 생명을 걸고 자존심 싸움하는 정부와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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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국민의 생명을 걸고 자존심 싸움하는 정부와 의사들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4.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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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증원이 아니라 무상의료 도입해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사들 격한 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고 했다. 틀린 말이 말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놓고 정부와 의사가 싸우면 정부가 절대 불리하다. 진료를 못해 여론이 악화되면 정부는 치명상을 받는다. 그에 비해 의사 집단은 잠시 욕을 얻어먹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환자들은 의사를 찾게 된다. 아픈 사람에게 의사는 절대자다. 정권은 바뀔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의사의 세계는 영원(?)하다.’

■ 정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나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에 나서는 등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의사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거나 부당하게 갑질을 한 사례가 있으면 신고하면 최대 30억원 보상, 최고 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 신고 기간을 오는 5월 20일까지 두 달간이라며 많은 신고를 당부했다. 그러자 22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의사단체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미생의)은 "뇌물 등 불법적인 경제적인 이익을 취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에 대해 제보해 주시면 최고 10억까지의 보상금을 드린다"고 맞불을 놓았다.

정부의 '의사 면허 취소'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의료단체들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4월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00면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데 대해 의사들은 “거짓말”, “한국 의료가 황폐해질 것”, “흑역사로 기록될 것”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의료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내세우며 의사 증원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 ‘의사증원 문제’ 싸워서 해결될 일 아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70%에 불과하다. 2011~2016 OECD 회원국의 인구 10만 명 당 의학계열 졸업자 수는 증가했지만(10.5명에서 12.6명), 한국은 오히려 더 감소(8.2명에서 7.9명)했다. 현재의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 OECD 평균과 한국의 인구 10명당 의사 수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더 많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의협이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에 눈감고 “공급과잉”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쿠바도 하는 무상의료 우리도 하자

월평균 소득 20달러(2만3000원), 1인당 국민소득(GNI) 5539달러(약 644만원)다. 의사들의 월급은 27달러(연봉 324달러)다. 지난 2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76년 만에 우리나라와 193번째 수교국이 된 쿠바 이야기다. 우리나라 의사 평균 연봉은 19만2749달러(2억4583만원)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국민소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 나라에 ‘모든 국민의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745달러(3만3745달러,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1천 원)나 된다. 국민소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쿠바는 의료뿐만 아니라 교육도 무상교육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의사 평균 연봉은 19만2749달러(2억4583만원)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개원의의 연평균 소득도 2020년 29만8800만 달러 수준이다.

의사 1명이 평균 120가구 정도의 동네 주민을 돌보는 ‘패밀리 닥터’제를 도입하고 있는 쿠바는 우리나라 1인당 GDP 3만 2,142달러의 3분의 1도 안 된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국민 1천명당 의사수는 2.6명이다. 20대 의사 수는 2010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의사 수는 2배로 늘어났다. 지방과 수도권의 의료 질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서울은 3.61명이나 경북의 경우 1.41명이다. 2023년 속초의료원에서는 연봉을 4억을 주고도 의사를 못 구해 구인난이 벌어졌던 사실을 우리는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 의사들이 증원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

의사들이 증원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환자들의 복리나 의료비 증가 때문이 아니다. 독일의 경우 공공병원에서 월급 받으며 일하는 의사들이 많아 오히려 의사들이 업무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려달라고 호소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병원이 많은 해외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경쟁 체제여서 의사가 너무 많이 배출되면 수입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 때문”이라면서 “해외에서는 의사들이 너무 힘들다거나 보상이 제대로 안 된다고 파업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인력을 늘린다고 파업을 하고 있으니 명분이 없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고 했다.

■ 똑똑하기만 해서 의사가 된 것 아니다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 한 명을 길러내기 위해서 3억5000만원의 국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 길러내는 인술은 이기심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의사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의사 임금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의사들의 연봉은 2억 3070만원, 월급으로 따지면 1922만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정규직 평균 월급 584만원으로 대기업 근로자보다 3배 이상 받는다. 의사 수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들간 힘겨루기 하는 부끄러운 작태는 중단해야 한다. '월급쟁이' 의사도 1억 8천만원이 넘고 의사 전체 평균은 2억 3천만원, 개원한 의사의 연평균 소득은 3억원에 육박하는 현실을 덮어두고 언제까지 쌈박질이나 할 것이 아니라 쿠바처럼 무상의료에 ‘패밀리 닥터제’를 도입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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