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256] 윤석열의 극우 개각 3가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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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56] 윤석열의 극우 개각 3가지 배경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7.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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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우 인사를 전면 기용한 윤석열 정권 첫 개각

지난 6월 29일 장관급 2명, 차관급 13명을 교체하는 윤석열 정권 첫 개각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새로 입각한 인물의 면면을 보며 극우 개각, 퇴행 개각, 윤심 개각이라며 규탄하였다. 

사실 이번 극우 개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개각이 있기 직전인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자유총연맹 기념식 축사에서 문재인 전 정권을 겨냥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라며 극우 유튜버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수준의 막말을 하였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른바 ‘멸공 챌린지’에 동참하는 등 극우 성향을 보여 왔지만 이번 축사는 대놓고 ‘극우 선언’을 한 셈이라 향후 국정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라 할 수 있겠다. 

이번 개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장관급 2명인 통일부 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은 각각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홍일 부산고검장이 내정되었다. 

김영호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북한 체제 파괴를 주장하고, 남북 합의를 부정하는 대북 강경론자, 극우 뉴라이트 인사다. 그는 6월 30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통일부가 앞으로 원칙이 있는, 대단히 가치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라며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정책의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내정자는 극우 유튜버로도 활동하였다. [출처: 유튜브 화면 캡처]

김홍일 내정자는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했으며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직접 이명박 당시 후보의 혐의가 없다고 발표해 면죄부를 준 인물이다. 

차관급인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내정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군인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사용”했다거나 “좌파들이 그(노무현 전 대통령)를 죽음으로 몰고 간 다음, 그를 전설로 다시 우상화”했다거나 “세월호의 죽음, 이태원의 죽음. 죽음을 제물로 삼아 축제를 벌이고자 하는 자들의 굿판” 같은 막말을 방송한 극우 유튜버다. 

또 차관급 13명 가운데 5명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민심’ 대신 ‘윤심’을 우선한 개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올림픽 역도 금메달 수상자인 장미란 용인대 교수다. 장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기용되었는데 29일 공개한 소감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이 스포츠 정책과 관광 정책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하였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운동선수 출신이라 ‘체육 분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정도의 소감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실현하겠다’는, 무척 정치인다운 소감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장 교수가 단순히 인기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발탁된 것이 아니라 장 교수의 철학이 윤석열 정권의 국정 철학과 일치하기 때문에 발탁된 것임을 말해준다. 

윤 대통령은 6월 28일 차관 내정자들과 만찬을 하면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은 국정 철학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 전에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는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 관료를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라며 더 강경하게 말했다. 


2. 윤석열 정권의 국정 철학

윤석열 정권의 국정 철학을 극우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는다. 극우라고 하면 보통 극단적인 보수주의, 국수주의, 독재, 인종차별 성향을 말한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 철학이 여기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닌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국수주의는 자국의 이익을 최고로 여기는 사상인데 윤석열 정권은 한국이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 일본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을 위해 한국 반도체 기업을 희생시킨다거나, 일본을 위해 강제동원 배상 책임을 일본에 묻지 않는다거나,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를 찬성하는 식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의 국정 철학은 친미·친일을 우선하는 극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친미·친일 정책에 따라 북·중·러를 배척하고 적대한다. 대북 강경론자를 통일부 장관에 앉히고, 무역에서 큰 손해를 보면서도 중국을 적대한다거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해 러시아와 대립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주로 탄압하는 인사들을 봐도 친미·친일 그리고 북·중·러 적대시의 국정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지금까지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검찰을 동원해 야당 의원들을 공격하였다. 그렇다고 야권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상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박광온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되자 윤 대통령이 취임 축하 난을 보냈는데 이를 들고 찾아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의 면담을 제안했다. 당대표는 만나지 않아도 원내대표는 만나겠다는 말이다. 이걸 보면 민주당을 무조건 상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를 상대하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탄압받은 야권 인사들을 보면 최강욱 의원처럼 검찰 독재를 반대하는 이도 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서욱·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대체로 북·중·러와 교류, 협력을 주장하고 추진하던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송영무 전 장관은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마원춘 국무위원회 국장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송영길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러시아통 정치인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은 극우 친미·친일, 북·중·러 적대시 국정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 ‘가치 동맹’ 같은 말로 이런 국정 철학을 드러냈고, 공무원들에게도 이런 국정 철학을 따를 것을 강요하며, 이런 철학을 가진 인사들로 정권 핵심부를 채워 나가고 있다. 


3. 윤석열 국정 철학의 3가지 배경 

윤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부쩍 강조하는 데는 크게 3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윤석열 정권의 친미·친일, 북·중·러 적대시 국정 철학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호응한 결과다. 

미국은 무너져 가는 세계 패권을 지키기 위해 북·중·러를 적대하며 고립시키는 신냉전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과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들과 친미 국가들이 동참해야 하는데 최근 동맹 내 이탈이 늘고 있다.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중국과 손을 잡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 일본 같은 나라들이 러시아와 석유·가스 거래를 늘리는 등 대러 제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가치 동맹을 주장하지만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실리 외교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익을 버리고 미국의 뜻을 따를 정권은 윤석열 정권밖에 없다. 심지어 미국조차 중국과 화해의 악수를 할 때도 외로이 반중의 깃발을 지키는 정권이 윤석열 정권이다. 미국은 자기 패권이 허물어지고 동맹들이 등을 돌릴수록 윤석열 정권에게 더 높이 북·중·러 적대의 깃발을 들 것을 요구할 것이다. 

둘째, 윤석열 정권의 국정 철학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 국가정보국장실이 6월 22일 공개한 국가정보평가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강압적 목적’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말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강압’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향해 대화를 하자고 요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북한의 ‘강압’에 밀려 끝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수교까지도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면 그에 맞춰 남북관계가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했으니 4.27판문점선언으로 돌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추진하자’는 세력이 한국 내에서 득세하고 실제로 통일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설 자리가 사라지며 세계 패권 전략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더라도 이는 북한의 ‘강압’에 따른 것이지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발을 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더라도 한국이 ‘동요’하지 않고 북한과 계속 대결을 펼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한국 사회를 철저히 극우 친미·친일, 북·중·러 적대시 사회로 만들고자 한다. 윤석열 정권은 이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에서 밀릴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셋째,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지지율을 올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 원래 지지율은 국정 운영을 잘해야 오를 수 있는데 어느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보통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는 건 경제와 안보인데 경제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며 안보도 북한의 군사 행동에 속수무책이다. 괜히 교육 분야를 건드렸다가 본전도 못 찾고 있다. 

성과를 내기 어려울 때는 이른바 집토끼가 달아나지 않도록 잘 지키는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의 적극적 지지층은 극우 친미·친일, 반북·반중·반러 세력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도 이를 더욱 극단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여기서 반북 정책의 핵심은 원래 군사적 대결이다. 그래서 집권 전부터 ‘선제타격’ 같은 발언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15일 기자가 “선제타격도 검토를 하나요?”라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뭐 그런 얘기를 하고 계세요”라고 답하며 횡설수설했다. 9월 하순부터 거의 매일 같이 북한이 각종 미사일과 로켓포, 포, 항공기를 이용해 군사 행동을 하던 때였다. 윤 대통령이 생각해도 ‘선제타격’ 같은 말로 북한을 더 자극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았던 듯하다. 

그 뒤로는 북한의 군사 행동에 제대로 맞대응하지도 않고, 또 막강한 군사력을 보여준다고 큰소리쳐도 국민 속에서 불신과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31일에도 이른바 ‘오발령’ 사태로 또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권은 반북 군사 행동보다는 반북 인권 공세로 방향을 선회한 모습을 보인다. 이번에 내정된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문재인 정권 시기에 북한 면전에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로 반북 인권 공세의 적임자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을 교체한 배경에는 통일부에서 발행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의 ‘면책 조항’ 논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에 통일부는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 자료로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을 발간했다. 그런데 정작 영문판 앞머리에는 “통일부는 이 보고서에 담긴 수치, 분석, 의견 등 정보의 정확성, 완결성, 신뢰성, 적시성에 대해 보증하지 않는다”라며 “통일부는 어떤 오류나 누락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얼마나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소설로 보고서를 만들었으면 공무원들이 정부 공식 보고서에 ‘면책 조항’을 넣었을지,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아무튼 이 ‘면책 조항’ 때문에 북한인권보고서의 신뢰성이 바닥에 떨어졌고, 보고서를 통해 대북 인권 공세를 펴려던 윤 대통령 구상도 김이 빠지고 말았다. 

조선일보 6월 30일 자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통일부가 북한인권보고서 영문 초판에 ‘정확성은 보증 못 한다’는 문구를 삽입한 사실을 알고 통일부 개혁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안다”라고 한다. 즉,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 사건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통일부 공무원들을 손보려고 장관을 교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정도로 윤 대통령이 현재 북한 인권 공세에 매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정권의 극우화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윤석열 정권 극우화의 세 가지 배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과 윤석열 정권이 수세에 몰려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동맹들이 등을 돌리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에 ‘강압’을 느낄 정도로 밀리지 않았다면 미국은 윤석열 정권에게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냉전 해체 시기 미국은 노태우 정권에 ‘북방 정책’을 내걸고 사회주의 국가로 적극 진출하도록 하였다. 소련과 동구권을 이겼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그러니 한국이 딴생각 못 하도록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1990년 노태우-고르바초프 정상회담. [출처: 대통령기록관]
1990년 노태우-고르바초프 정상회담. [출처: 대통령기록관]

윤석열 정권 역시 지지율이 바닥에서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국정 난맥만 계속되니 집토끼 단속이라는 수세적인 행보를 보인다. 

윤석열 정권의 극우 친미·친일, 북·중·러 적대시 국정 철학은 국익에도 맞지 않고 국민의 요구와도 정반대에 있다. 윤석열 정권이 민심과 반대 방향을 고집할수록 몰락의 시기만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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