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정권 붕괴의 시그널, 국힘당 내전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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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정권 붕괴의 시그널, 국힘당 내전 시작되다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3.06.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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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압수수색

국힘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 때 윤석열의 무속 논란을 제기했던 홍준표가 드디어 한 방 먹었다. 대구 경찰청이 홍준표가 시장으로 있는 대구시청을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 표면적 이유는 대구시청 미디어 팀이 일방적으로 홍준표를 홍보해 공직선거법 위법 여부를 따진다고 하지만, 그 저변엔 윤석열과 홍준표의 오랜 앙금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발단은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홍준표와 이미 신고된 퀴어 축제를 해야 한다는 경찰과의 대결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고, 진짜 이유는 자꾸만 윤석열 정권에 쓴소리를 하는 홍준표를 이참에 손 좀 보자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사실상 차기 대권 싸움

헌정사상 집권 여당이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최초다. 더구나 윤석열은 대구, 경북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문제는 홍준표 역시 대구와 경북에선 만만치 않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국힘당 내전으로 번져 내년 총선 참패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으론 이번 사건은 차기 대선을 노리는 홍준표와 어떻게 하든지 윤핵관을 대선 후보로 만들려는 윤석열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보수층에서는 한동훈이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백전노장 홍준표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직 대구시장인 홍준표를 바로 내치기에는 부담이 된 터라, 무슨 구실을 잡을지 고민했는데, 마침 대구시청과 대구 경찰의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대구 경찰이 집권 여당의 아성인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하려면 반드시 상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윗선의 허락 하에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대구 경찰청장 정도가 홍준표라는 정치 거물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대구시청 미디어 팀이 홍준표를 과도하게 홍보한 게 공직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살핀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검찰 캐비닛에 잠자고 있던 것이 기어 나왔다고 봐야 한다.

 

경찰을 깡패라 한 홍준표

경찰이 대구 시청을 압수수색하자 홍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 단체의 응원 아래 적법한 대구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강압적으로 억압하더니 공무원들을 상대로 보복 수사까지 하고 있나. 고발만 들어오면 막무가내로 압수수색하나. 수사권을 그런 식으로 행사하면 경찰이 아니라 그건 깡패”라고 직격했다.

홍준표는 “대구경찰청장이 이제 막가는구나. 우리 직원들이 하지도 않은 선거법 위반을 시민단체가 고발했는데, 선관위에서 조사 중인 사건을 압수수색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권을 통째로 갖게 되자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다”하고 일갈했다.

이어 홍준표는 “시장은 관여한 일도 없는데 경찰이 마치 내가 관여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것에 분노한다. 좌파 단체가 고발만 하면 무조건 피의자가 되고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지, 압수수색도 비례의 원칙이 있는데 이런 경미한 사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지, 이런 식의 경찰권 행사라면 검사 통제 하에 법 집행을 하도록 전면적으로 수사 구조를 다시 개편해야 한다.”라고 검수완박법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숨어 있는 권력 싸움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앞에서 밝혔듯이 그 내부에 다음과 같은 정치공학이 숨어 있다.

(1) 홍준표를 압박해 차기 대선 방해물 제거

(2) 대선 경선 토론 때 무속 발언에 대한 앙갚음

(3) 자꾸만 쓴소리 한 것에 대한 보복

(4) 차기 총선 때 대구, 경북에 검사 출신 다수 공천 의도

(5) 누구든 덤비면 죽인다는 걸 보여주기

그밖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상 다섯 가지가 경찰이 대구 시청을 압수수색한 이유라 할 것이다. 비록 시민단체의 신고가 있었다 하지만, 시청 미디어 팀이 시장을 홍보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대통령실은 왜 자꾸만 김건희를 홍보하는가?

 

대구시청 보조금 현황까지 요구한 경찰

한편 대구 경찰청은 대구시에 보조금 현황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상 홍준표의 특활비를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그러자 홍준표는 자신의 SNS에 "대구시에서 관리하는 보조금 종류와 지급 금액, 관리 부서, 지급 요건 등을 제출하라는 대구경찰청장의 공문이 왔다"며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공문을 보낼 수 있는가"라고 적었다.

홍준표는 이어 "수사 갑질이나 하면서 안하무인으로 직권 남용이나 하는 경찰 간부를 그대로 둘 수 있는가. 증거가 있으면 또 압수수색 하라"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대구경찰청은 "6월 초 대통령의 국고보조금 관련 비리를 엄단하라는 지시가 있은 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과 관련한 것으로 특정 사안이나 수사와는 무관하다.“ 라고 말했다.

 

사실상 내전, 국힘당도 긴장

이번 사건은 단순히 경찰이 지자체를 압수수색 한 게 아니라, 그 내부에 권력 싸움이 내재되어 있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홍준표와 대구, 경북을 발판으로 재집권하려는 윤석열의 계산이 서로 부딪친 것이다.

또한 내년 총선 때 대구와 경북에서 상당수를 물갈이해 검사 출신을 공천해야 하는데, 홍준표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하다. 현재 대구, 경북에는 우병우, 최경환 등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대구에는 유승민도 있지만 분위기상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므로 수도권으로 출마하든지 아니면 이준석 세력과 함께 제3당으로 들어가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바람을 일으키려 할 것이다.

어쨌거나 국힘당의 분열은 시작되었고,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 튀기는 권력 싸움이 전개되어 국힘당이 먼저 사분오열될 수도 있다. 국힘당에 뿌리가 없는 윤석열의 무리수가 결국 정권 조기 붕괴의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차기 대선보다 당장 다가올 총선이 더 급하다. 거기엔 의리도 우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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