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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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3.01.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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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이놈’ 해주세요”...사랑인가?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아이 훈육은 집에서…경찰서 데리고 오지 마세요”... TV 체널을 바꾸다 강사 뒤편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나는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고 내 눈을 의심했다. KBS가 새해 첫 날 성공회대 교양학부 김찬호 교수의 신년 특별기획 <이슈 픽 쌤과 함께> 강연 마무리 시간이었다.

강의가 끝날 무렵이어서 전체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강의 화면에 잠깐 비춰주는 경찰서 앞에 걸린 현수막. “‘어린 아이를 혼내기 위해 경찰서에 데려오시면 아이 마음에 상처만 남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것 얼핏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말을 잘 안 들어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사랑하는 자기 아이를 훈육한다고 경찰서에 데리고 가다니...?

나는 혹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3개월 전 서울신문에 ‘어린 아이를 혼내기 위해 경찰서에 데려오시면 아이 마음에 상처만 남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묻고, 듣고, 답해주는 인내의 시간보다 더 나은 훈육은 없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울 신문의 기사에는 최근 맘카페에는 한 경찰서 앞에 걸린 현수막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경찰서 앞에 걸린 현수막 보고 기가 차네요”라며 “자식 훈육은 본인들이 해야지 왜 경찰관이 하나. 그동안 얼마나 많이 찾아왔으면 현수막까지 거는 걸까. 업무방해가 따로 없다”라며 황당해 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교육과 순치(馴致)는 다르다>

교육이란 ‘타인의 신념, 가치관 등을 자신의 사고에 병합시켜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하는 ’가치 내면화‘다. 어떤 사고나 행위 또는 사물에 대한 바람직하거나 유용 혹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가치가 내면화되지 않으면 단순한 암기에 불과한 지식이다. 하지만 순치란 ‘목적한 상태에 이르게 하기 위하여 유인 요소를 제공해 반복적인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강아지를 훈련시키거나 돌고래를 훈련시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순치다.

‘교육의 목적은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데 있다” 그런데 교육을 위해 사람이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갖게 한다는 것은 비교육적 행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폭력이요, 길들이기다.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이나 복장을 위반한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 육체적인 고통 반복적으로 가함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키는 순치(馴致)를 교육으로 착각했다. 순치(馴致)란 고통이라는 반대급부가 없어지면 효력이 없어지지만 가치내면화를 통한 교육은 그러한 행동이 옳지 않다는 가치의 신념화로 행동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법 제 915조의 규정에 의거, 자녀를 향한 부모의 체벌권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개정에 대한 공론화가 일어났고, 2021년 1월 15일 민법 915조의 규정이 삭제되면서 가정 내 체벌도 금지되었다. 학교에서 체벌도 2011년 3월 18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 31조 7항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ㆍ훈계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2020년 들어서면서부터 사실상 체벌이 금지되어 있다.

부모들을 자녀를 혼을 내면서 “다 너희가 잘되라고 그러는 거다” “너희를 위한 거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랑도 배워야 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부모에게서 배운 폭력이 가치내면화되어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몸도 성숙과정에 있지만, 마음도 성숙 과정에 있어 판단도 미숙하다. 체벌을 당했던 대부분의 아이들은 체벌로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반발심이 생겨서 기분이 나빠지고 감정이 격해지며 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배운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체벌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학교나 가정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체벌은 훈육이 아니라 아동학대이며 인권침해다. 훈육은 아이가 올바르게, 타인과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법을 가르치고 돕는 것이다. 반면에 체벌은 곧 폭력이다. 훈육 과정에서 그 어떠한 체벌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제 2, 제 3의 ’정인이‘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이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후 62년간 유지돼 오던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도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지난 2020년 삭제됐다. 체벌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 침해이며 명백한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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