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합참이 놓친 북한 미사일,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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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칼럼] 합참이 놓친 북한 미사일, 정말 괜찮을까?
  • 문경환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2.11.1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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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총참모부가 7일 보도한 11월 2~5일 기간 인민군의 군사작전 내용이 합참의 발표와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본다. 

 

11월 2일

합참은 이날 북한이 4차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분석했다. 1차는 오전 6시 41분에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평안북도 지역의 미사일부대들로 적들의 공군기지 타격을 모의하여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 전투부’(집속탄)와 ‘지하침투 전투부’(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술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 정주시, 피현군, 서해갑문 위치.  ©자주시보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 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

2차는 오전 8시 51분 강원도 원산시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한 발이 울릉도 방향으로 비행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 동해 북방한계선 이남 공해상에 떨어진 위치.  ©자주시보

3차는 오전 9시 12분 남포시 온천군, 평안남도 평원군, 황해남도 과일군(이상 서해), 함경남도 낙원군, 신포시, 정평군(이상 동해)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지대공(지상대공중) 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4차는 오후 4시 38분 남포시 온천군, 황해남도 과일군(이상 서해), 함경남도 신포군, 정평군(이상 동해)에서 지대공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2~4차 발사에 관해 북한은 “오전과 오후 동, 서해안 연선의 공군 반항공미사일병부대들로 각이한 고도와 거리의 공중 목표들을 소멸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면서 23발의 지상대공중 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 합참이 파악한 미사일 발사 지역 위치.  ©자주시보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합참이 포착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없었고, 합참이 최대 16발이라던 지대공 미사일은 23발이라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국방부가 NLL 이남에 떨어진 미사일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탄도미사일이 아닌 지대공 미사일 S-200(나토명 SA-5)임이 드러났다. 

▲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S-200 지대공 미사일.
▲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S-200 지대공 미사일.

설사 합참이 2차 발사에서 포착한 탄도미사일 3발까지 모두 지대공 미사일이라고 해도 북한이 발표한 미사일과 4발의 차이가 난다. 

합참이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지, 지대공 미사일 중에 포착하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은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 북한은 이날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km 사거리로 남조선 지역 울산시 앞 80km 부근 수역(위도 35˚29´51.6˝, 경도 130˚19´39.6˝) 공해상에 2발의 전략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는데 합참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현재까지 우리 군에 포착·탐지된 것은 없다”라고 발표했다. 

▲ 북한이 공개한 탄착 좌표 위치.   [구글지도]
▲ 북한이 공개한 탄착 좌표 위치.   [구글지도]
▲ 북한이 공개한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 북한이 공개한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물론 북한이 교란작전을 위해 가짜 정보를 공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우리 군이 포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부산에 배치된 그린파인 레이더와 해군의 이지스함 레이더는 주로 수십 킬로미터 이상 상승하는 탄도미사일 탐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수 킬로미터 이하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 탐지에는 제한이 있다. (「북 “2일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 쏴”…합참 “사실 아냐”」, 한겨레, 2022.11.7.)

따라서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합참은 포착에 실패했을 가능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사실과 다르다”라고 단정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자세다. 

한편 합참은 북한이 오후 1시 27분 강원도 고성군 고성읍 일대에서 총 100여 발의 포병사격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북한의 보도에는 없었다. 

 

11월 3일

합참은 북한이 이날 오전 7시 40분 평양시 순안구역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며 최고 고도 약 1,920킬로미터, 비행거리 760킬로미터,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의 15배)라고 발표다. 

이후 분석을 통해 화성포-17형이 2단 분리까지 성공했으나 탄두 부분이 정상 비행에 실패해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북한은 “국방과학원의 요구에 따라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 전투부의 동작 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 종류는 화성포-17형이 아닌 화성포-15형으로 추정되며 탄두는 전자기펄스(EMP)탄으로 보인다. 

그런데 EMP탄이라는 게 따로 있지 않고 핵탄두를 고도 30킬로미터 이상의 상공에서 터뜨리면 EMP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정해진 고도에서 탄두를 폭발시키는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합참은 북한이 8시 39분 평안남도 개천시에서 동해를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오후 9시 35분 황해북도 곡산군에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23시 28분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80여 발의 포사격도 했다고 하였다. 

반면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탄(다연장로켓)과 각종 전술 탄도미사일 5발, 46발의 장거리 방사포탄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였다고 밝혔다.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합참은 때에 따라 초대형 방사포탄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해서 발표하기도 한다. 발사 장면을 사진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레이더상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합참과 북한의 발표가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합참이 포착한 80여 발의 포사격과 북한이 발표한 46발의 장거리 방사포탄도 차이가 있다. 

우리 군이 방사포탄 가운데 좀 작고 사거리가 짧고 수십 발이 날아가면 포탄으로, 좀 크고 사거리가 길면서 낱개로 날아가면 탄도미사일로 인식하는 것일 수 있다. 

다만 왜 개수에서 2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지는 의문이다. 

 

11월 4일

합참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군용기 항적 180여 개를 포착했다. 

반면 북한은 “3시간 47분에 걸쳐 500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원한 공군의 대규모적인 총전투출동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합참이 포착한 ‘항적’이라는 것은 비행기가 날아간 흔적을 말한다. 따라서 4시간 동안 한 대의 비행기가 여러 차례 이착륙을 반복한 것인지, 여러 대의 비행기가 한 번씩만 이착륙한 것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10대의 비행기가 3번씩 출격했다면 30개의 항적이 나타난다. 합참이 항적 180개를 포착했다면 북한이 180대 이하의 비행기를 동원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북한은 ‘500대’의 비행기를 동원했다고 밝혔다. 최소 500개 이상의 항적이 나왔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일 때에 대비해 우리 군의 전투기 식별 능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는 총 730여 대의 전투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의 70% 가까이가 한꺼번에 출격한 셈이다. 

 

11월 5일

합참은 북한이 오전 11시 32분께 평안북도 동림군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 전투부를 장착한 전술 탄도미사일 2발과 초대형 방사포탄 2발을 또다시 발사하였다”라고 밝혔다. 

▲ 합참이 파악한 미사일 발사 지역 위치.  ©자주시보
▲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역시 합참은 초대형 방사포탄과 탄도미사일을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합참과 북한의 발표 사이에 일치하는 것도 있지만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많다. 

합참은 북한의 발표가 거짓이며 기만전술이라고 주장한다. 합참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지만 우리 군이 북한의 군사 행동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합참의 판단이 틀렸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탄도미사일이나 초대형 방사포탄에는 전술핵탄두가 실릴 수 있으므로 한 발만 놓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포착해도 요격하기 쉽지 않은데 포착조차 못 한다면 영문도 모른 채 느닷없이 눈앞에서 핵폭발을 목격할 수도 있다. 정부는 ‘무조건 내 말이 맞는다’는 식으로 우격다짐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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