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미국은 공존, 공리, 공영의 길을 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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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시보] 미국은 공존, 공리, 공영의 길을 택해야
  • 자주시보 문경환 객원기자
  • 승인 2018.05.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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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의 본질과 전망, 과제

국민주권연대(이하 주권연대)가 18일 ‘북미정상회담의 본질과 전망, 과제’ 라는 제목의 장편 정세분석글을 발표하였다. 

최근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마저 감도는 가운데 사태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주권연대는 글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합의한 것 자체로 미국은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다만 회담 후 북한은 북미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미국인데 미국이 공존, 공리, 공영의 길을 선택할지는 순전히 미국 자신의 몫이라고 지적하였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1.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미국의 패배 선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난하게 준비되는듯하던 북미정상회담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사실 김 제1부상의 담화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며 수감 중인 미국인 3명을 특별사면하는 ‘성의’ 를 보이는데 대체 미국은 뭘 했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군사·경제적 압박에 못 이겨 결국 대화의 장에 나오게 됐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넘어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PVID)를 주장하였으며 리비아식 해법을 운운했다.

그러다 김 제1부상의 담화로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곧바로 “(리비아 모델)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트럼프 모델” 이라고 하였다. 재빨리 꼬리를 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켜보자” 며 말을 아꼈다.

존 볼턴 보좌관은 기존의 CVID 주장을 계속 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되면 안 된다며 한 발 뺐다.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단속할 것이다, 심지어 스티브 배넌과 같이 해임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인디펜던트,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포기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존 볼튼은 스티브 배넌과 같은 운명에 직면할 수 있다(John Bolton could face the same fate as Steve Bannon now Kim Jong-un is threatening to pull out of his meeting with Trump)」, 2018.5.16)

그런데 이런 모습은 사실 미국의 주장과 모순이다.

미국의 주장처럼 미국의 압박에 북한이 굴복해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한 것이라면 이제와서 북한이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경고해도 미국 입장에선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장대로라면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되지 않을까 미국이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으며 북한이 정상회담에 매달려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의 주장과 정반대로 북한의 압박에 미국이 굴복해 하게 된, 미국이 매달리고 북한이 거둬준 회담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수십 년을 이어 정치, 군사,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적대 관계를 지속해왔다. 그리고 이제 적대 관계를 끝내고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려 한다. 

기나긴 대결의 승패가 북한의 승리로 결정 났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협상을 통해 북미 모두 승자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이 미국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다.

왜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승자인가. 보통 승자와 패자를 나눌 때 기준은 목표 달성 여부다.

예를 들어 미국이 북한을 쳐들어갔다면 북한을 점령해야 미국이 승리한 것이며, 반대로 북한은 미국을 막아내면 승리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붕괴를 추구했다면 북한이 붕괴해야 미국이 승리한 것이며, 반대로 북한은 붕괴하지 않고 체제를 유지하면 승리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 북한이 ‘사회주의 수호전’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미국이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려고 하였고 이에 맞서 북한이 자신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 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대결 끝에 미국은 북한 붕괴에 실패해 패자가 됐고, 북한은 체제 수호에 성공해 승자가 됐다. 그런데 단지 체제를 지키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북한은 더 큰 성과를 냈다.

이를 정치, 군사, 경제 측면에서 살펴보자.

 

(1) 정치 측면에서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군사적 승리를 선언했음에도 결국 오늘날 이라크에 다시 반미 정권이 들어선 이유는 정치적 승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승리를 위해서는 반미 정치 세력을 제거하고 친미 정치 세력에 권력을 쥐어주며, 국민의 반미 의식을 친미 의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이런 사상문화침략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이를 위해 할리우드를 육성하고 햄버거·콜라를 유포했다. 이를 두고 ‘문화 제국주의’, ‘코카콜라 제국주의’ 라고도 한다.

미국은 북한을 정치적으로 분열시키고 사상적으로 허물어뜨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은 그 동안 한국계 미국인들을 민간교류 사업가나 선교사로 위장시켜 북한 내부에 서구 퇴폐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CD, USB를 반입하고 반정부 의식을 키우기 위해 성경책을 유포했다.

이런 것들은 극비리에 진행된 것도 아니고 꽤나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북한에서 체포된 선교사들은 선교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동안 강연을 다니며 자신들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선교활동을 한다고 떠들었던 게 문제가 되었다.

평양과기대 미국인 관계자들도 강연이나 토론장에서 공공연히 “인터넷이 보급되면 북한 사회는 허물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자랑한다.

미국은 자유아시아방송(RFA)처럼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반북 라디오방송국도 운영한다. 그러나 북한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북한은 ‘일심단결’, ‘혼연일체’를 몹시 강조하는데 실제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체제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지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북한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한다.

북한은 자본주의 문화의 유입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모란봉 악단의 사례처럼 자체 문화를 강화해 ‘사상문화침탈’ 에 맞섰다.

미국은 리비아 같은 나라들처럼 북한 내부에도 반정부 세력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일성 주석 서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를 계기로 이런 반정부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거나 정치적 혼란을 야기해 급변사태를 일으키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반대해 한때 망명정부까지 수립하려던 황장엽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중앙일보, 「[단독] “황장엽, 미국으로 가 북한 망명정부 세우려고 했다”」, 2015.10.20)

김정은 위원장을 반대해 쿠데타를 준비하던 장성택도 ‘현대판 종파’로 비참한 말로를 걸었다. (YTN, 「北 국가전복음모·쿠데타 시도 ‘설’이 사실로…」, 2013.12.14)

탈북자들을 앞세워 급변사태를 일으키려던 시도도 ‘동까모 사건’ 처럼 모두 북한 당국에 적발되었다. 이처럼 북한을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무너뜨리려던 미국의 시도는 하나같이 실패하였고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미국의 사상문화 침탈은 북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파산한 것이다. 물론 북한은 미국 체제를 붕괴시키고 권력을 분열시키는 정책도 없었고 공작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치 측면에서 북미 대결은 북한의 완승, 미국의 참패로 끝났다.

 

(2) 군사 측면에서

북미 대결의 기본 성격은 군사적 대결이다. 북미는 이미 1950년 한국전쟁에서 실질적 당사자로 전쟁을 치렀다.

그 후에도 미국은 한국에 최대 900기 이상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상시적으로 핵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면서 북한을 위협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적용하는 기본 전쟁 구상인 작전계획 5027, 5015와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 등은 선제 핵공격을 통해서라도 북한을 점령하겠다는 정책이 담겨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매년 대규모 한미연합전쟁연습을 두 차례 이상 진행하였다.

미국은 북한을 점령하기 위해 자신들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군은 물론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조장해 자위대를 육성하기도 하였다.

이에 맞서 북한은 60년대에 이미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통해 국방력 강화에 집중하였다. 전쟁위기가 극에 달했던 90년대에는 선군정치를 전면화하였으며 2013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선언하며 재래식 무기에 이어 핵무력 완성에도 힘을 쏟았다.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푸에블로호 사건, EC-121 격추사건, 판문점 도끼사건, 90년대 핵위기 등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지만 미국은 번번이 한반도에 전개한 핵항공모함과 전략자산들을 철수해야 했다.

이는 모두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성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제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통해 전혀 다른 군사적 대결 상태로 넘어갔다.

이전까지는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위협했지만 차마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고 미국이 이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겉으로 ‘북핵폐기’ 를 외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전 보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합뉴스, 「폼페이오 “美본토 핵공격 막는게 목표” 언급…WP “골대 옮겼나?”」, 2018.5.15)

미국의 가장 뼈아픈 패착은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는 동안 막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른 것이다. 

차라리 일찌감치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 관계정상화를 했다면 북한의 핵무력 완성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군사 측면에서도 미국은 북한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3) 경제 측면에서

미국은 한 손에 핵무기를, 다른 손에는 달러를 들고 날라리 춤을 추며 약소국에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군사, 경제, 문화 침략으로 신식민지를 만든다는 소리다.

미국이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 사용한 방법도 마찬가지다. 군사적 압박과 사상문화적 침투, 그리고 경제봉쇄다. 미국은 반세기가 넘게 각종 제재로 북한의 숨통을 조였다.

대공산권수출통제법(COCOM), 바세나르 협약, 적성국 교역금지법, 수출통제법, 대외원조법, 테러지원국 지정, 국제운송주의보,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 미국의 적들에 제재를 통해 맞서기법, 각종 대통령 행정명령, 각종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등 그 종류가 끝이 없다.

그러나 북한은 자립경제노선으로 경제제재를 극복하였다. 북한은 경제자립을 위해 자력갱생의 정신을 강조하고 과학기술과 교육에 집중 투자를 하였다.

전후 천리마 속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 아시아 사회주의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사회주의 공업국을 건설하였다. 지금은 천리마 속도보다 빠르다는 ‘만리마 속도’ 를 이야기한다.

한국은행은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을 3.9%로 추산했는데 이는 2.8%를 기록한 한국보다 높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한국은행은 북한 경제통계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기로 유명하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북한 경제성장률을 8.9%로 추산했다.

이런 수치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치다. 미국이 역대 최고의 경제제재를 가한다고 연일 자랑하는 속에서도 북한 경제는 붕괴는커녕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의 경제봉쇄에 심각한 경제 파탄을 경험하고 결국 굴복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립경제노선을 걸었던 북한은 달랐다. 이처럼 경제 측면에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완전히 파산했으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4) 승자는 북한

정치, 군사, 경제 측면에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총파산했다. 북한은 미국의 전면적인 압박과 위협 속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이제는 역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위치에 섰다.

북미대결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다. 처음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고 했을 때 세계는 미국을 바라보았다. 감히 미국에 맞섰으니 철저히 응징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은 엄청난 핵전략자산을 투입하고 사상 최대의 경제봉쇄에 급변사태 유도를 위한 끊임없는 공작을 했다. 그런데 북한은 멀쩡하고 갑자기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섰다.

바로 몇 달 전까지 북한은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었고, 북한의 지도자는 미국을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 이라고 하는데도... 이미 세계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만으로도 미국이 패배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이런 인식은 확신으로 바뀔 것이다.

 

2. 북미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1) 공존, 공리, 공영의 회담

북미정상회담은 당연히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단순히 보통의 국가 관계를 넘어 공존, 공리, 공영의 관계로 나아가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공존이란 북미가 서로를 붕괴시키려고 추구하지 말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적대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리란 북미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는 관계가 아니라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이란 양국이 함께 번영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이 비핵화만 하면 경제 번영을 누리게 해 주겠다고 ‘유혹’ 한다.

이에 대해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고 답했다.

누가 누구를 번영시켜주는 건 낡은 방식이며 이제는 함께 번영의 길로 가야한다.

북미정상회담까지는 북한과 미국이 각각 승자와 패자였지만 공존·공리·공영의 회담을 통해 모두가 승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지키는 길이며 전 세계 인류의 지향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이미 승자의 지위에 올라선 북한이 과연 미국과 함께 승자가 되고자 할까? 북한은 이미 미국과 합의를 이루기 전에 주동적으로 핵·미사일 실험 동결을 선언했고 핵실험장 폐기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는 승자 독식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두고 일본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5일 “조선이 연이어 취한 평화애호적 조치는 미국이 저들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 없이 그 길로 전진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주었다” 고 평가했다.

문제는 패자의 지위로 전락한 미국이다. 여전히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며 북한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미국이 공존·공리·공영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2)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북핵폐기라고 생각한다. 비핵화만 떠들고 있는 미국이 만든 허상이다.

미국이 승자가 아닌 이상 비핵화가 핵심 의제가 될 수 없다. 승자의 지위에 있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폐기를 논의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가 ‘유훈’ 이기에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차원에서 원칙적인 언급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은 이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5월 초 북한을 방문한 세계교회 대표단에게 밝혔다.

세계교회협의회(WCC) 피터 프루브 국장은 “김영남 위원장은 한반도에서만 비핵화가 이뤄지고 중단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전 세계가 비핵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하였는데 이 수준에서 다룰 수 있겠다.

사실 미국에게 절박한 것은 북핵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오지 않는 것이며 핵무기가 다른 반미국가로 확산되지 않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미국의 목표는 이미 후퇴했다. 미국은 러시아, 중국의 핵무기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 이들 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지만 서로 핵전쟁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월 13일 하와이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발생했다. 하와이 주민들에게 “하와이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시 피난처를 찾으시오.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Ballistic missile threat inbound to Hawaii. Seek immediate shelter. This is not a drill)”라는 긴급경보 메시지가 뿌려진 것이다.

하와이 주민들이 메시지 하나에 공황상태에 빠진 이유는 불과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 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메시지는 비상관리국 직원의 실수였음이 드러났지만 하와이 주민들은 38분 동안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 했다.

이 사건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미국 국민이 느끼는 공포감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을 합의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유세를 하는데 지지자들이 “노벨” 을 외친 것이다. 이들은 제발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위협을 제거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열망의 표출로 노벨평화상을 외친 것이었다.

이런 미국 국민들의 요구가 있기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핵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북한이 이를 수락하는 정도로 마무리될 것이다.

 

(3) 경제번영이 핵심 의제

많은 이들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미국이 어느 정도 경제지원을 해주는 식의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아마도 경제번영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독점자본의 활로가 ‘북한’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는 이미 오래 전 일이며 이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80년대 독점자본은 위기의 출로를 신자유주의에서 찾았으며 때마침 동구권이 붕괴하면서 이들 나라에 촉수를 뻗어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90년대 IMF 사태로 각국의 경제를 털어 위기를 넘겼지만 결국 2000년대 들어와 다시 위기를 맞았고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극대화되었다. 약탈지를 찾아 해매는 미 독점자본이 눈독을 들인 건 북한이었다.

미 독점자본은 중동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에 그랬던 것처럼 북한을 붕괴시키고 자신들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북한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그들의 시도는 번번이 무산되었다.

사회주의 강국을 국가적 목표로 내걸고 성장하는 북한에 이미 러시아, 중국이 손을 잡고 있는데 자신들은 입맛만 다셔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앞세워 러시아, 중국이 북한과 손을 잡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으나 그조차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과 손을 잡았으며, 그나마 미국에 협조하는 것 같았던 중국마저 올 들어 두 차례나 진행된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히 북한과 손을 잡아버렸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미 독점자본은 빨리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북한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민간 부문 미국인들이 들어가서 에너지 설비 구축을 도울 것”, “인프라 개발과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그들과 협력할 것”, “미국 농업의 역량이 북한을 지원할 것” 이라며 여러 분야의 투자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이는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미 독점자본의 요구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국 독점자본의 투자를 허용할까? 아마 그들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국의 중소자본은 물론 재벌들의 투자도 보장하였다.

물론 남북은 한 민족이며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특수한 관계이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북한이 대자본의 투자도 거부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 독점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면 자립경제노선이 흔들리고 결국 다른 나라들처럼 미국의 경제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한편 미국 자본의 북한 투자에서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트럼프 기업(The Trump Organization)’ 이라는 미국의 부동산 복합기업을 소유한 자본가라는 점이다. 트럼프 기업의 본부는 유명한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다.

원래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은 독점자본가가 직접 권력을 잡는 경우가 흔하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이번 회담에서 자기 자본의 특혜를 얻고자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트럼프가 평양에 트럼프 타워를 짓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독점자본가라면 누구나 꿈꾸겠지만 현재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넘어 자신이 미국 내 최고 자본가가 되고자 할 것이다. 마치 한국에서도 재벌끼리 순위 경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4) 북미관계정상화와 주한미군 철수

북미관계정상화의 기본은 북미 수교다. 북한은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지 않고, 자본의 진출을 허용함으로써 수교의 조건을 마련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애써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CVID, 생화학무기 폐기,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등은 미국이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욕망에서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얘기일 뿐이다.

북한은 미국의 허세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도를 넘어서자 가차 없이 회초리를 들었을 뿐이다.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 회초리만 보고 놀란 미국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지경이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에게 마련해 준 수교 선물에 대해 미국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평화협정 체결, 대북제재 해제, 전략무기 전개 중단, 한미연합훈련 폐기 등 미국이 해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며 미국은 결국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4월 27일(현지시간) 기자 인터뷰에서 “평화협정을 논의함에 있어 북한이 요구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도 의제가 될 수 있다” 면서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2만8천 명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고 밝혔다.

미국의 국방장관이라면 ‘평화협정 체결은 물론이고 남북이 통일한 뒤에도 주한미군 철수는 있을 수 없다’, ‘미래에도 주한미군은 계속 한국에 있을 것이다’ 고 확신을 주는 게 정상이다.

매티스 장관이 이처럼 자신감 없는 얘기를 한 것은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가 불가피함을 본인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철수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당장 합의될지 아니면 원칙적인 부분만 논의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의제로 오르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3. 공존, 공리, 공영의 길로 가자

이제 앞에서 미뤄둔 논의를 해보자. 북한이 미국 독점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면 자립경제노선이 흔들리고 결국 다른 나라들처럼 미국의 경제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일단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원칙을 매우 강조하며 지금껏 철저히 고수하였다. 북한이 독점자본의 투자를 허용한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문호를 개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북한은 중국과 합작기업을 만들 때도 국가 주요 산업의 경우 절대 50% 이상의 지분을 허용하지 않았다. 외국 자본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인 것이다.

이 원칙을 어기고 국가의 주요 자원을 중국에 넘긴 장성택은 끝내 사형을 당했을 정도로 자립경제의 원칙에 민감한 게 북한이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 독점자본의 투자를 허용한다고 하여 경제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杞憂)에 가깝다.

나아가 일본의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5월 11일 ‘수뇌들의 용단’이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도 이젠 남의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 침략과 전쟁, 세계패권과 지배주의전략을 포기하고 발전도상 나라들로부터도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보통나라’ 로 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미국의 진정한 최고국익이 될 것” 이라면서 “조미관계가 근본적으로 풀리면 조선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평화롭고 공동으로 번영하는 새 아시아 건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제국주의 속성을 버리고 ‘보통국가’ 가 되면 국익을 보장하고 번영하는 새 아시아에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모두가 북한에게 ‘정상국가’ 가 되라고 요구하는데 북한은 거꾸로 미국에게 ‘보통국가’ 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제국주의 정책으로 오늘에 이른 나라다. 제국주의 속성을 버리면 한 시도 살 수 없는 나라가 미국인데 북한은 과감히 보통국가를 버리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보장하겠다고 하였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좀 더 복잡한 문제이므로 일단 논외로 하고 미국이 제국주의 속성을 버린다면 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를 해도 북한이 경제식민지가 될 일은 없을 것임은 알 수 있겠다. 기나긴 글의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공존·공리·공영에 입각한 내용을 담고 그 방향을 제시한다면 북미 양 국민들을 비롯해 전 세계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우리는 기나긴 북미대결 과정에서 승자가 된 북한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서 이와 같은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대북 적대적인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며 수감 중인 미국인 3명을 특별사면하는 동안 미국이 한 일이라고는 CVID에서 나아가 PVID를 하자, 핵폐기에서 나아가 생화학무기 폐기도 하자, 리비아식 해법으로 비핵화하자, 북한은 인공위성도 쏘면 안 된다고 떠들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을 발사하고 F-22 랩터를 동원한 대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진행한 게 전부다.

우리는 이것을 대단히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미국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미국은 지금 공존·공리·공영의 길로 합류할 것인가, 참혹한 결과를 뒤집어쓸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다.

물론 결정은 미국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도 미국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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