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인가,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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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인가,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인가?
  • 충청메시지 조성우
  • 승인 2020.12.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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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정권교체해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12년 11월 17일 유세에서 한 말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간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인권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무장한 용역회사가 노동자를 폭력으로 진압해도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았다"면서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 사회가 '가진 자의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회'로 바뀌어야 '사람이 먼저인 사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며 ▲근로시간 면제제도 개혁 ▲창구 단일화 조항 폐지 ▲최저임금 상승 ▲법정 노동시간 준수 등을 공약했다. 문후보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 중심에 노동자가 있다는 철학을 갖고 살아왔다"면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 말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노동자의 고통과 서러움을 아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그는 박근혜후보에게 패해 낙선했지만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를 나누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일자리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노동을 배제하고, 무장한 용역회사는 노동조합을 폭력으로 제압했다"면서 "파렴치한 대기업이 노동자와의 약속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상황에서 참여정부가 노동계와 손잡고 노동개혁을 더 힘차게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2인 이상 사망부터 ‘재해’...?>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이면 임기가 끝난다. 임기 1년 4개월 남겨놓은 문재인대통령은 그가 후보시절 국민에게 한 약속은 얼마나 지켰는가? 아니 지키려고 노력이라도 했을까? 하루 6명씩 노동자가 죽어가는 나라에서 ‘노동자도 사람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만들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4년간 유예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보호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원안의 2조1항에서 중대산업재해를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로 규정하고 있는가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손해액의 5배 이하’로 한정해 기존 안보다 약화시켜 놓았다.

우리헌법 제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부문 제 10조에서 제 39조까지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노동자는 ‘모든 국민’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란 없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제 10조),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제 11조)하며,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제 12조).... 등 ‘모든 국민’이라는 조항이 무려 31번이나 나온다. 

모든 국민이란 출생신고로 국적을 얻는 날부터 사망 시까지의 국민 모두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노동자는 헌법이 명시한 ‘모든 국민’에 포함되지 않는가? 50년 전,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껴안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해 갔다. 그런데 ‘헌법 10조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시절에도 노동자는 아직도 헌법의 보호 대상조차 아닌가?

지금 정의당의 강은미의원과 산재 희생자 유가족 김미숙 씨, 이용관 씨는 오늘로 20일째 단식 중이다. 대한민국에는 “한 해에 산재로 2천 명이 넘는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추락사 6백 명, 과로사 5백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산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겠다며 만들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로 규정하고 있어 노동자 보호법이 아니라 기업보호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보호하고 있는 모든 국민의 법앞에 평등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법인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누구를 위해 만들고 있는가? 노동자가 사람대접받는 세상은 언제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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