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코로나 사태로 보는 ‘꼴등국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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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코로나 사태로 보는 ‘꼴등국가’ 미국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5.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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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대혼란 주입하는 얼치기 정부

5월 11일(미국 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130만 명, 사망자는 7만9천 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는 확고부동한 세계 1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뒤에서 1등=꼴등’으로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미국은 백악관을 중심으로 날마다 끔찍한 추태를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를 엿 먹이기 위해 야당과 가짜뉴스가 합작해 날조한 사기다. 그리고 의사들은 내가 얼마나 의학에 조예가 깊은지 깜짝 놀라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말

위 발언 이후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의학의 조예’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가 1분 안에 바이러스를 없앤다는 걸 알았는데 체내에 주사를 놓거나 소독하는 방법은 없겠느냐, 확인을 해보면 흥미로울 것”이라는 위험천만한 망언을 꺼냈다.

​대통령의 망언 이후 18시간 동안 미국 독극물관리센터에는 이전보다 배 이상 높은 30건의 살균제 노출 추정 관련 접수가 들이닥쳤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뉴욕시와 일리노이주 등에서 살균제를 마시거나, 살균제를 입에 넣어 헹구는 사례가 포착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책임이 없다”는 낯짝 두꺼운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주입하는 살균제 유언비어의 뿌리에는 ‘가난한 국민이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라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어지는 발언과 행동을 보면 여실히 확인된다.

​“국가를 몇 년이나 계속 봉쇄할 수는 없고 무엇이든 (경제) 대응을 해야만 한다. (사망자가) 증가하지 않도록 바라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꺼낸 끔찍한 발언이다. 한 마디로 ‘사람이 죽어도 경제는 돌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렇게 되묻고 싶다. 아니, 사람이 죽고 난 뒤 경제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도 아랑곳 않고 트럼프는 대선을 겨냥한 경제 재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앞서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인사들이 애리조나주의 마스크 생산공장을 방문했다. 그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직원 앞에서 보란 듯이 마스크를 벗고 말을 하며 돌아다녔다. 이 장면은 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대통령 스스로 방역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최근 트럼프 대통령, 펜스 부통령의 측근이 잇달아 코로나에 감염됐다. 심지어 업무 차 백악관 직원과 접촉한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센터(CDC) 국장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미국의 중심에 거대한 방역구멍이 뻥 뚫린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대통령과 부통령은 매일 검사를 받고 있고 안전하다”로 일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능·무대책으로 미국 국민의 건강을 위협했으면서도 도통 사과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이래서야 미국의 코로나 사태 종식은 한참 먼 길로 보인다.

◆ 연방주의 사라지고 꼴불견 이기주의 뜨다

​미국은 50개의 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각자 행정·재정체계를 꾸려 운영한다. 다만, 사전은 미국의 뿌리인 연방주의를 “미국에서, 각 주의 개별적인 이익에 앞서서 합중국 전체의 국가적 이익을 강조하는 주의”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그런데 연방정부가 주 정부를, 주 정부가 연방정부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공격하는 점입가경 속에서 미국의 연방주의도 와장창 박살나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에 쏠린 마스크, 의료호흡기 등 코로나용 개인보호장비(PPE)는 각 주에 좀체 전달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30일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미국의 주지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연방정부와 각 주 정부가 함께 코로나19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주지사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을 불문하고 “진단검사 키트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진단검사 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동문서답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함께한 모처럼의 만남은 완전한 파국으로 끝났다.

​“연방정부는 이 난국에 잘 대처했다. 위대한 성공이다. 연방의 전략비축분이라는 것은 연방을 위한 것이지, 주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책 ‘비선 태스크포스(TF)’를 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은 연방정부와 각 주별로 쪼개져 ‘코로나 쟁탈전’에 나섰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 중소 규모 지자체 간 아귀다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연방정부가 각 주로 가는 코로나용 개인보호장비를 ‘강탈’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4월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 지역의 병원 체계 ‘베이스테이트 헬스’가 미 중부에서 의료진용 마스크를 은밀히 공수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FBI(미국 연방경찰)가 “불법적으로 유통되거나 사재기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이유를 대며 마스크 압수를 시도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와 ‘개별 협상’으로 50만 회 이상 검사가 가능한 코로나19 진단 도구를 공수해온 매릴랜드주는 주 방위군과 주 경찰을 동원해 진단 도구를 비밀장소로 옮겨 보관하고 있다. 이에 래리 호건 매릴랜드 주지사는 지난 3일 CNN과 인터뷰에서 “몇몇 주지사 동료들에게서 연방정부가 화물을 가로채거나 빼돌린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아주 조심했다”고 밝혔다.

​초유의 국가 재난 상황에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단합하지 못하고 다퉈대고 있으니 속된 말로 <나라꼴이 개판 5분 전>이라는 비유가 적절할 듯싶다.

​그나마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대 확산지인 뉴욕주의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코로나 사태를 막기 위해 소통에 힘쓰는 대표 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렇다고 쿠오모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정부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은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뉴욕주의 대책이 연방정부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쿠오모 주지사는 날마다 직접 나서 뉴욕주 봉쇄, 강력한 사회적 격리, 대중교통 통제 등 대책을 강구, 시행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6일(현지시간) 쿠오모 주지사가 밝힌 최근 뉴욕 병원 100곳에서 1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신규 입원자의 자그마치 3분의 2(84%)가 ‘집에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대를 받던 뉴욕주의 감염 방지책이 실패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는) 결국 당신에게 달려 있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손을 놨다. 뉴욕주에서 발생한 대다수 확진자가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라틴계 미국인(히스패닉)들인데 주지사가 더 이상 이들을 책임지지 않겠다며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번에는 또 다른 주의 사례를 보자.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무능상황에서 기본조치인 사회적 격리조치조차 지키지 않는 미국 국민의 볼썽사나운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30일 미시간주에서는 “거리두기 그만하라” “봉쇄 조치 해제하라”라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백인 수백여 명이 주 의회를 점거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총기로 무장한 이들도 섞여 있어 충격을 줬다. 시위를 주도한 미시간 자유 연대(Michigan United for Liberty)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포함해 그 어떤 이유로도 빼앗길 수 없는 우리의 권리가 제한되는 일에 찬성 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미 슈퍼마켓 노조가 “제발 마스크를 써 달라”고 외치지만 미국 국민 상당수는 “쓰기 싫다”며 거부한다. 우리는 이쯤에서 국민의 목숨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짜 자유’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강조한 자유, 연방주의는 미국 여기저기에서 예외 없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미국은 “나만 살고 보자”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다.

◆ 의료사막의 도박판 논리

​현재 미국의 의료사막(health desert) 논란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무슨 말인가 하면 대다수 미국 국민이 어떠한 공공의료체계와 공공병원도 전무한 지대, 그러니까 코로나 사태에도 치료받을 수 없는 미국이라는 의료사막에 갇혀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일 김광기 경북대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 <왜 코로나는 흑인들만 노리나 : 불평등을 보는 공간의 사회학>에 따르면 미 의료체계와 병원은 처음부터 돈 많은 일부 부자들을 위해 설립. 운영되어 대다수 미국 국민을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라고 한다. 혼란과 죽음행렬이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에서 돈의 많고 적음으로만 생명을 저울질하는 논리가 판치고 있다는 얘기다.

​김광기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는 각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1차 전문의,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있는 대형병원이 없는 지역이 부지기수다. 수백만 명이 훌쩍 넘는 국민이 치료를 받고 싶어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살고 싶어도 살아남을 수 없는 야만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이러한 의료사막 현상을 사막지대에 건설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운영논리와 비교해 주시해보자. 여러분은 미국의 몇 꺼풀 더 까발려진 야만스러움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주 사막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카지노 지대다. 이 지역 주민들은 카지노 딜러,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이하는 숙박업 등으로 살아간다. 벌이는 쏠쏠했고 지역 주민들은 중산층의 삶을 누렸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덮치자 이 지역 중산층은 순식간에 무상급식 줄에 길게 늘어서는 처지로 나가떨어졌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시의 실업급여 신청자는 34만3천 명에 달한다.

​앞서 4월 22일 캐럴린 굿맨 라스베이거스 시장은 “카지노, 식당, 컨벤션, 소규모 업체 등 모든 시설을 재개장하고 싶다”며 “우리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가도록 도시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럴린 시장은 코로나 확산과 관련한 경제-의료 지원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라스베이거스의 호텔과 카지노는 5월 15일 개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재난상황에서 미국의 공공체계가 굉장히 허술하고 끔찍하며 형편없는 수준임을 증명한다. 돈이 몰려든다는 라스베이거스가 이 지경이니, 미국 내 다른 도시의 형편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공공체계는 코로나 사태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운이 나빠 죽더라도 너희 국민은 경제(돈)를 굴려라’라는 인식이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통해 공공체계의 울타리 바깥에서 각자도생하는 의료사막, 도박판 미국을 한창 목격 중이다.

◆ 코로나 핑계 말라, 미국의 총체적 문제다

돌이켜보면 미국의 코로나 사태는 가난한 흑인들이 밀집 거주하는 뉴욕시의 퀸스, 브롱크스 같은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본격 전개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뉴욕시를 거쳐 루이지애나주,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텍사스주, 오하이오주, 아이다호주, 위스콘신주 등 미 전역으로 번졌다. 뉴욕시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어 사망한 흑인의 사망 비율은 백인의 2배다. 위스콘신주에서 흑인은 전체 인구의 불과 6%이지만, 코로나 감염에 따른 사망률은 무려 40%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하류층에서 높아지는 “사회적 격리를 풀어라” “마스크를 거부한다”는 주장은 흑인 등 미국의 취약계층에게 그대로 죽으라는 살인행위와 마찬가지다. 미국인의 자유는 일부 1% 상류층을 제외하면 주어지지 않는다. 죽음도 평등하지 않다.

​연달아 벌어지는 총격 살인 사건도 충격의 연속이다. 지난 1일 미시간주 소도시 플린트의 상점에서는 한 남성이 “마스크를 써 달라”고 한 경비원의 머리에 총을 쏴 숨지게 했다. 지난 7일 오클라호마주에서는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매장 내 식사금지”를 부탁하자 손님이 직원들을 향해 권총을 난사해 부상을 입혔다.

​이처럼 미국은 함께 살자는 공동체 정신을 찾아볼 길 없는 세계 제일의 잔혹사회다. 코로나 안전수칙에 격분해 살인까지 버젓이 하는 국가에 위기를 이겨낼 힘이 있다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일까. 최근 미국을 그리는 영화들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주제의식이 매우 두드러진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엄청나게 빠듯한, 그러다가 범죄를 벌이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좌절감-무기력감이다.

​위 장면들은 세계 최대 규모 영상플랫폼, 미국에 본사를 둔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화 2017년작 <굿타임>, 2019년작 <코드8>을 통해 역력하게 드러난다. 영화 속 이들은 하나같이 하루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마약을 거래하고, 범죄에 가담하고, 장애를 가진, 꿈도 답도 없는 하류층이다.

​톰 행크스와 마돈나 같은 돈 많은 유명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됐다”고 ‘쿨’하게 밝혔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코로나 치료는 그림의 떡이다. 국가주도 공공의료보험 부재에 더해, 노동 유연화(기업의 손쉬운 해고)에 따른 3천3백만 명이 넘는 실업자들을 보라. 한 달 치 집세도 내기 빠듯한 미국인들은 그저 무지막지한 코로나 치료비를 걱정하며 감염되지 않는 천운=요행을 바랄 뿐이다.

​코로나 사태에도 11월로 맞춰진 대선 시계는 가동하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두 진영은 부자 목숨만 귀한 줄 아는 민간의료보험을 신봉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대선은 미국의 코로나19 종식선언을 열어젖힐 열쇠가 되지 못한다.

​이 와중에 미국 43개 주가 부분적으로 경제 정상화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각 주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을 대책도 없이 “경제를 정상화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를 인정한 꼴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코로나 사태는 훨씬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미국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 ‘영원한 꼴등국가’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빚을 지고 죽어나가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고위층은 값비싼 의료비를 내고 살아남을 것이다. 과연 이런 국가를 제대로 된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국민을 저버린 미국의 끝 모를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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