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모구중립(謀求中立)
상태바
[이정랑 칼럼] 모구중립(謀求中立)
  • 이정랑의 고전탐구
  • 승인 2019.11.11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삼자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게 한다.

외교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제3자의 존재를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물론 제3자를 자기편으로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끌어드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적어도 제3자가 중립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3자가 적 쪽으로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제3자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도록 한다’는 뜻의 ‘모구중립’은 외교 무대에서 적지 않은 의의를 가진다.

제3자를 친구로 만들거나 중립을 지키게 만든 전형적인 예를 본다.

초나라가 제나라를 침공하려하자, 믿고 있던 노나라가 초나라와 연합해버렸다. 제나라 왕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장개(張丐)가 나서 “제가 노나라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하고는 노나라 임금을 만났다.

“제나라 왕께서는 두려워하고 있는가?”

“그건 제가 알 바 아니지요. 온 것은 왕을 조문하러 온 것입니다.”

“조문이라니?”

“대왕의 계획이 잘못 짜졌기 때문입니다. 대왕은 이길 수 있는 나라와 가까이 하지 않고 질 나라와 연합했으니, 이게 웬일입니까?”

“그럼 당신은 제와 초, 어느 나라가 이기리라 보시오?”

“그것은 귀신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나를 조문한단 말이오?”

“제와 초는 막상막하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노나라의 존재와는 상관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노나라는 어째서 두 나라가 다 싸우고 난 다음에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 것입니까? 초가 제를 이기고 나면 좋은 병사와 훌륭한 모사들이 많이 희생될 것이고, 제가 초를 이겨도 마찬가집니다. 바로 그때 노나라가 병사를 이끌고 제나라를 도와 초를 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비록 싸움이 끝나고 난 후에 베푸는 덕이라 해도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제나라도 그 은혜를 매우 크게 느낄 것입니다.”

노나라 왕은 그럴듯하게 여겨 군대를 물렸다.

또 한 번은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제나라는 중립국 송나라를 위협하여 송나라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한편 초나라는 송나라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특사를 보내 다음과 같이 권고 했다.

“우리 초나라는 온건한 수단을 사용하다가 귀국의 지지를 잃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초나라는 제나라처럼 강경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제나라는 위협적인 수단으로 귀국의 지지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초나라도 그렇게 하겠다. 다시 말해, 귀국이 중립 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에 초와 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강경 수단을 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귀국의 장래는 뻔하다. 만일 제나라가 이긴다 해도 귀국을 그대로 놔둘 리 없을 것이고, 또 진다면 작은 나라 송나라가 큰 나라 초나라를 공격한 결과가 될 것이니 그 영향은 모르긴 해도 상당히 오래갈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송나라는 중립 정책을 표방할 수밖에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