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칼럼] 역사적 판문점 회동에 재 뿌리는 삐딱한 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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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칼럼] 역사적 판문점 회동에 재 뿌리는 삐딱한 눈들
  • 이흥노 재미동포
  • 승인 2019.07.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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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았다는 사실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지금 지구촌의 가장 큰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금단의 선’이라고 불리는 ‘군사 분계선’을 넘어 적지의 땅, 북녘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사진/ 연합뉴스

그가 분단선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은 끝나지 않은 한반도 전쟁을 곧 끝장내고 평화를 심겠다는 의지와 결의를 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문 대통령은 사실상 북미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관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는 선언이라고 높게 평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문점 북미 회동의 가장 큰 성과는 조만간 북미 실무진의 본격적 협상 개시하기로 한 것이다. 또 두 정상의 상호 교환 방문 제의와 수락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 중 하나다. 이 <분단>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실로 지구촌을 열광시켰고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더욱 부풀게 했다.

전 세계가 환영 지지 일색이다. 그런데 유독 자유한국당과 미 민주당 지도부가 삐딱한 눈으로 재를 뿌리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왕따당했다면서 “운전자가 아니라 객 (손님)으로 전락했다”고 앙칼지게 면박을 줬다. 이들은 ‘판문점 선언’을 ‘제2 국치일’이라 악담하는가 하면 청와대를 ‘친북좌파 소굴’이라 한다. 심지어 “문재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까지 몰아붙인다. 좀 심하게 말하면, 한국당은 맘속으로 판문점 회동이 파탄나길 학수고대했을 것이라 짐작되고 남는다.

미국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반대당의 정책 비판 반대는 예사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 회동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평가는 분명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 분명하다. 유력 민주당 대선주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CNN인터뷰 (7/5)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합법성을 부여해줬다”면서 북이 원하는 건 다 주고 얻은 건 하나도 없다고 몰아세웠다.

이를 의식해선 듯 트럼프는 “오바마-바이든 북핵메스” (Obama-Biden Mess) 표현을 쓰면서 북핵 문제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들이라고 공격했다. 이어서 그는 “북한과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해 종전 의지를 내비쳤다. 슈머 민주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 외교사에 첫 외교 참사”라고 혹독한 비판을 해댔다. 이에 반해, 컨외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Fox 뉴스>에 출현 (7/2), “트럼프는 실제 노벨상을 타는 길을 걷고 있다”고 응수했다. 또 이방카 고문도 “지도자들이 평화, 번영을 위한 엄청난 기회를 열어 놨다”고 치켜세웠다.

비핵화에 성과를 내고 노벨 평화상까지 트럼프에게 수여 되는 날엔 민주당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위기의식이 북미대화 반대의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워낙 비핵화는 명분 있는 위대한 외교업적으로 기록된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들이 그 영광을 차지하고픈 질투심이 결사적 북미 대화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 반대세력 중에는 미 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군부를 비롯해 현 행정부 안에도 꽤 많다. 작금에도 새로운 제제 압박을 가하고 북을 악마화하는 작태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이들의 소행으로 북미대화 파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트럼프의 뜻이라고 보기 어렵다. 제재 위반이라며 북의 짐배를 억류하고 북의 인권 종교 탄압 소동을 피워댄다. 또 의회는 미군감축에 쐐기를 박고, 의회 승인 없는 제재해제를 사전 차단하고 심지어 북의 국제 금융망 원천 봉쇄까지 미친 듯이 설쳐대고 있다.

또 일전에는 북의 정제유 안보리 제한 초과 위반과 북 해외근로자 송환 촉구 서한이 회원국에 통보된 사실이 밝혀지자 김성 유엔 주재 북대사가 미국을 고강도로 비판하고 나섰다. 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평화적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은 더 북에 대한 적대행위에 매달리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앞에서는 미소를 짓고 평화 안정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음흉하고 아주 흉악한 적대행위를 벌리는 게 미국이라는 사실이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이중적 태도가 분명하다. 대통령과 참모들 간에 손발이 안 맞는 결정적 예라 하겠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이 대표적 좋은 예다. 이건 미국 내부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분명하다.

놀랍게도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미국의 정치적 기현상을 일찍 파악했다. 거기에 걸맞은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대통령과 반대 세력을 분리 ‘각개 격파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작전은 독특한 ‘친서 외교’와 연동돼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다. 이번 역사적 판문점 정상 회동에 볼턴 안보 보좌관을 빼돌리고 성공을 거두게 된 것도 크게 보면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두 작전이 동시에 작동해서 명중시킨 것이라고 봐야 옳다.

판문점 3국 정상 회동은 세상에 일찍이 있어 본 일이 없는 실로 ‘경천동지’의 대사변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것을 성공시키는 데 산파 역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는 높은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로부터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에 대한 악담질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판문점 작별 직전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한 ‘귓속말’에 진짜 핵심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고들 한다. 남북 교류 협력, 종전선언, 북미 관계 개선 등에 성과를 내자는 걸로 보인다. 판문점 회동 직전에는 ‘융통성 발휘’라는 말이 나오고 금세 ‘단계적 동시적’ (비례적) 소리가 국무성에서 나왔다. 미국의 접근 태도 변화의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판문점 회동 이후에는 ‘핵 동결’ 소리가 미국 주요 언론들에서 요란하게 나오고 있다. 최근 NYT를 비롯한 매체들이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미 협상 전략이 ‘완전 핵폐기’에서 ‘핵 동결’ 선회로 틀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지 로긴 외교안보 분석 전문기자는 Washington 포스트 (7/4)를 통해 ‘스몰딜’이 대북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교 경로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단계적 접근법’ (Step by Step Approach) 회귀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고집하던 ‘빅 딜’ 또는 ‘선 비핵화’ 주장이 협상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 대화 거부 구실이었다는 게 까밝혀졌다.

미국이 북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2차에서 완전 핵폐기로 가는 분기별 혹은 단계별 조치에 따라 동시 상응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 고려됐으면 한다. 사실 ‘핵 동결’만 달성돼도 미국의 안보 불안이 해소되고 트럼프로선 큰 외교업적을 대선에서 자랑할 수 있게 된다.

바꿔 말하면, 트럼프가 ‘천군만마’를 대선가도에 풀어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에 김정은 위원장을 끌어들여 시비질을 벌리는 것은 적은 실책이 아니다. 미국 대선 승패는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손에 달렸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면 패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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