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연횡공약(連橫攻弱)
상태바
[이정랑 칼럼] 연횡공약(連橫攻弱)
  • 이정랑의 고전탐구
  • 승인 2019.03.25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횡(橫)으로 연합하여 약자(弱者)를 공격한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이는 ‘합종’책에 상대되는 외교 전략이며, ‘합종항강’에 대항하는 계책이다.(‘합종항강(合縱抗强)’참조) ‘한비자’ ‘오두’에서는 “횡(橫)이란 강한 자 하나가 약한 자 여럿을 치는 것”이라고 했다.

장의(張儀)는 공손연(公孫衍)과 소진(蘇秦)이 추진한 합종책에 맞서 ‘연횡’을 적극 주장하여, 6국의 합종을 흩트리고 무력으로 세력을 끊임없이 확장함으로서 6국을 잇달아 굴복시켰다.

기원전 328년, 장의는 제‧초 두 나라의 상국을 뇌물로 매수하는 한편,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 제‧초를 설득하여 합종연맹에서 탈퇴시키고 진나라와 우호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한‧위를 고립시켰다.

이후 장의는 다시 위나라로 가서 위나라가 진에 굴복하여 다른 나라들도 본받도록 하라고 권했다. 위왕은 이를 당연히 거절했고, 장의는 진군에 밀령을 내려 위나라를 공격하게 했다.

기원전 318년, 위‧한‧조‧연 4국은 제‧초와 연합하여 진나라 정벌에 나서려 했다. 그러나 제‧초는 군사를 동원하려 하지 않았다. 4국 연합군은 함곡관(函谷關)에서 진군의 반격을 받아 크게 패했다.

진은 승기를 잡아 한을 정벌, 8만 명의 목을 베는 대승을 거두니 다른 나라들이 모두 공포에 떨었다. 장의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위나라 양왕(襄王)에게 진에 복종하라며 위협을 가했다. 그 내용은 대강 이런 내용이다.

6국 합종의 연맹은 근본적으로 성공할 수 없고, 형제 부모가 재물을 놓고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일 텐데 6국이 어떻게 소진의 몇 마디 말에 연합한단 말인가? 만약 위나라가 진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진은 즉각 출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위는 위험에 빠질 것이 뻔하다.

위 양왕은 어리고 무능한데다가 연합군이 패하고 한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눈으로 목격했으니, 장의의 이 위협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았다. 양왕은 맹약을 저버리고 진과 강화를 체결했다.

장의는 다시 한 번 한나라를 정벌하겠다는 식으로 한을 위협하고, 한의 태자 창(倉)을 인질로 보내라고 협박했다. 장의는 이렇게 종횡무진 활약하며 한‧위를 정복했고, 갖은 계략으로 제‧초의 연맹을 방해했다.

진이 잇달아 손을 뻗는 기세를 타고, 장의는 계속해서 6국을 유세하며 연횡책을 추진함으로써 정복에 유리한 기반을 닦아나갔다.

장의는 위협과 회유의 수단을 동시에 구사해가며 초나라로부터 검중(黔中)을 떼어 받고 우호관계를 체결했다. 한나라도 진의 위세에 겁을 먹고 진을 섬겼다.

이렇듯 장의는 ‘연횡’책으로 6국의 ‘합종’책을 이간시키고, 6국을 위협하여 그들로 하여금 진에 땅을 떼주고 진을 섬기게 했다. 이리하여 진은 종종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6국의 땅을 손에 넣곤 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