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57] 윤석열 레임덕 신호탄이 된 영수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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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57] 윤석열 레임덕 신호탄이 된 영수회담
  • 문경환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4.05.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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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 속에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720일 만에 첫 영수회담이 열렸습니다. 

 

윤석열이 굴욕을 당했다

© 대통령실

첫 영수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윤 대통령의 권위가 허물어졌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 하면 절대 권력, 무소불위, 기고만장이 떠오릅니다. 대선 시기 기차에 앉아 맞은편 의자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모습에서,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기는 모습에서, 정권을 찬양하지 않는 방송사를 억압하는 모습에서, 여당인 국힘당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에서,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탄압 광풍을 일으키는 모습에서, 쓴소리하는 국민을 ‘입틀막’하는 모습에서, 그 밖의 여러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검찰을 앞세워 제1야당 대표를 어떻게든 구속하려고 하면서 ‘피의자’라는 이유로 안 만나는 모습은 야당이고 민심이고 다 필요 없고 대화와 협치도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총선이 끝나고 영수회담을 했습니다. 만남 자체로 윤 대통령의 절대 권력, 무소불위, 기고만장이 꺾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담 자체가 윤 대통령에게는 굴욕이었습니다. 

신동욱 국힘당 서울 서초을 당선인은 영수회담을 두고 “선거 끝난 직후의 ‘강화도 조약’ 같은 분위기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강화도 조약은 운요호 사건을 계기로 1876년 조선과 일제 사이에 체결된 불평등 조약입니다. 신 당선인은 조선이 일제의 공격에 패배한 뒤 굴욕적인 조약을 체결한 것처럼 총선에서 국힘당이 민주당에 참패한 뒤 굴욕적인 영수회담을 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회담 자체도 굴욕이었지만 회담의 내용 역시 윤 대통령의 굴욕으로 가득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수용할 때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먼저 영수회담으로 촛불국민을 분열시키고 패배감을 주어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입니다. 

또 영수회담을 하더라도 이 대표를 입틀막 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입을 틀어막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일단 이 대표와 만나서 악수하고 가볍게 날씨 얘기나 하면서 사진만 잔뜩 찍으면 마치 앞으로 소통과 협치를 신경 쓸 것처럼 자기를 분칠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기자를 내보내고 자기 혼자 떠들면서 시간이나 보내면 그게 곧 실질적인 입틀막인 셈이지요. 

그런데 막상 영수회담을 합의하고 추진하자 촛불국민이 이 대표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촛불행동은 13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 의사를 밝히고 대화와 타협을 언급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20일과 27일에 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서도 발언자들이 영수회담 추진을 비판하며 “틈을 주면 살아난다, 쉬지 말고 몰아치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주권당은 27일 영수회담을 전망하면서 이 대표가 “고구마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하며 촛불을 들고 민주당을 압박,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서울촛불행동은 협치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을 배려하자고 주장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촛불국민은 민주당 내에서 윤 대통령과 타협하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강하게 비판하며 압박했습니다. 

아마도 이 대표는 촛불국민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회담 후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실무협의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순으로 모두발언을 아주 짧게 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아예 모두발언 준비를 안 했지만 이 대표는 15분 분량의 모두발언을 준비했습니다. 

내용도 대체로 촛불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만남이라는 핑계로 가벼운 덕담만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대표는 언론 탄압과 독재화, 전쟁 위기, 거부권 남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검법 수용, 가족 문제 관련 의혹 정리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모두 윤 대통령이 발끈할 만한 쓴소리였습니다. 

이 대표의 현장 순발력, 돌파력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가벼운 인사를 나누자 대통령실에서 곧바로 기자들을 퇴장시키려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예상 못 한 돌발변수에 당황하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쉽습니다. 특히 대통령 앞이라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상황에 휩쓸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침착하게 기자들을 멈춰 세운 다음 준비한 모두발언을 모두 낭독하였습니다. 

이렇게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빛나는 활약이었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이 모두 파탄 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윤석열 권위가 무너진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 할 때 이를 듣고 있던 윤 대통령의 표정이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원래 윤 대통령 측근들도 윤 대통령 앞에서는 쓴소리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4월 26일 자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에는 “용산 쪽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너무 독선적이고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대선 때도 캠프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꺼낼 때마다 윤 대통령이 발끈하는 바람에 모두 눈치를 봤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런 윤 대통령이 카메라를 의식해서 묵묵히 이 대표 발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화를 참느라 아예 딴생각하며 멍하니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무튼 윤 대통령이 모두의 앞에서 크게 망신당했습니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난폭한 권위를 앞세우던 사람이 아무 대꾸도 못 하고 ‘꾸지람’을 듣는 망신을 당하면 본인부터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느낍니다. 또 평소 윤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 눈치만 보며 찍소리 못하던 사람들도 아마 속으로 통쾌하게 여겼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영수회담이 윤 대통령의 권위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앞으로 정권의 힘을 약하게 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단적으로 과거 국힘당 대표를 뽑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이준석을 몰아내고 나경원을 주저앉히고 안철수를 맹공격해 김기현을 대표로 만드는 과정은 어느 하나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모두 윤 대통령이 권위로 밀어붙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김기현을 당대표로 만들더니 정작 총선 때는 불출마를 강요하다 불복하니 당대표에서 사퇴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조폭 두목도 이런 식으로 조직 운영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힘당 안에서 그 누구도 윤 대통령에게 대들지 못했습니다. 

▲ 지난해 12월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 대통령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환송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대들었다가 눈 밖에 난 김기현의 고개 숙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 지난해 12월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 대통령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환송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대들었다가 눈 밖에 난 김기현의 고개 숙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분위기도 바뀔 것입니다. 국힘당 안에서 ‘윤 대통령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겁먹을 상대가 아니다’는 여론이 퍼질 것입니다. 지금도 새 원내대표의 물망에 오른 친윤 이철규 의원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친윤도 공격합니다. 김기현을 대표에 앉힐 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특히 검사와 공무원 속에서 이런 ‘반란’ 현상이 두드러질 것입니다. 

총선 이후 검찰은 김건희 수사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여론의 압박, 야당들의 압박은 물론이고 조중동도 나서서 압박합니다. 이대로 김건희 수사를 뭉개고 있다가는 특검이 통과되고 검찰은 개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 지금 검찰 내부에서도 김건희 수사 요구가 빗발칠 것입니다. 총선 직후 서울지검장 교체설이 나온 것도 이런 검찰의 ‘반란’ 조짐에 긴장한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대변합니다. 

공수처가 4월 26일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소환 조사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유재은은 채상병 사건 관련 축소, 외압 의혹의 과정마다 등장하고 특히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 사실까지 드러난 인물입니다. 

김건희 사건, 채상병 사건은 모두 윤 대통령의 목을 겨누고 있는 중대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을 뭉개면서 윤 대통령을 지키려고 하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검찰이나 공수처 내에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들 사건 수사의 진척은 윤 대통령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틈을 주면 살아난다

이번 영수회담이 성과를 냈다고 해서 앞으로 민주당이, 이 대표가 알아서 잘할 거라며 안심하고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만약 이번에 촛불국민이 강력한 압박을 하지 않았다면 이 대표가 영수회담 자리에서 수세적 자세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정성호 의원 주장처럼 25만 원 지원금만 언급하고 말았을 수도 있고, 카메라 기자들을 붙잡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예 모두발언 준비조차 못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윤 대통령 의도대로 입틀막을 당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됐다면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 레임덕의 신호탄이 아니라 거꾸로 총선 민의가 우롱당하고 흩어지는 신호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촛불국민은 언제나 방심하지 않아야 하며 틈을 주지 말고 계속 몰아쳐야 합니다. 중단 없이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에 집중해야 하며 야당을 압박, 견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권자가 할 일이며 진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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