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우리도 국회의원 수 늘리고 특권은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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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우리도 국회의원 수 늘리고 특권은 줄여야...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4.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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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만 되면 공약도 유권자도 모르쇠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법 제 24조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당선자는 국회에서 이런 선서를 하고 직무를 수행한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선서처럼 직무를 잘 수행해 냈다고 볼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잘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반면에 ▲‘잘못했다’고 평가한 국민이 83%로 압도적이었고 6%는 의견을 유보(▲‘어느 쪽도 아님’ 1%, ▲‘모름/응답거절’ 5%)했다. 어쩌다 그 많은 특혜와 혈세를 받고 일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이 지경이 됐을까? ‘잘못했다’고 평가가 83%라니... 5월 29일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21대 국회의원의 평가는 어떨까? 국회의원들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 좋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국민의 권익향상을 위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기 보다 자신의 이해관계, 당리당략에 따라 공약조차 헌신짝처럼 버리고 임기를 끝내기 때문이 아닐까.

■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

현재 국회의원 1명에게 4년간 들어가는 돈은 60억원 정도다. 21대 299명의 국회의원에게 1조8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고 자처하는 국회의원은 연봉 1억5천 7백만원을 받고 연간 특별활동비 564만원, 간식비 600만원, 해외시찰비 약 2000만원, 차량 지원 1740만원, 택시비 1000만원, 야간 특근비 770만원, 문자 발송료 700만원, 명절휴가비 820만원 등을 모두 합치면 국회의원 1인당 1년간 7억 700만원을 받는 등 가족까지 포함해 의원회관 내 병원을 공짜로 이용하는 등 특권이 무려 180여 가지다. 국회의원은 감방에 구속돼 있어도 월급을 받는다.
■ 의사들보다 더 심각한 국회의원 특권

국회의원들은 3년 전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어놓고도 입법을 위한 의정활동보다 정치 싸움에 골몰해왔다는 평가가 많다. 국회사무처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법적 권한과 특혜는 180여가지나 된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큰 게 헌법이 보장한 ‘불체포특권’(제44조)과 ‘면책특권’(45)이다.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헌법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경제적 특권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 의원 연봉은 자국 국민 1인당 소득의 1~2배에 그치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1인당 국민총소득(2022년 4249만 원)보다 3.7배나 많다.

여기다 보좌관·비서관 등 의원 한 사람이 둘 수 있는 보좌 인력은 9명이나 된다. 이들의 인건비까지 합하면 의원실 한 곳에 지원되는 국민 혈세가 연간 무려 7억 원에 이른다. 스웨덴의 경우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공유하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시기에 해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도, 구속 등의 사유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된다. 연봉 외에 의정 활동 지원비 명목으로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차량 유류비와 유지비, 문자 발송비 등도 모두 합쳐 1억1200만 원가량 지급되고 방문외교 등 명목의 해외 시찰도 연 2회 나갈 수 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

일본 국회의원의 월급은 100만엔 정도밖에 안된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129만 4000엔(약1280만원) 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20% 가량 삭감돼 현재는 103만 2000엔(약 1020만원)이다. 미국 국회의원의 연봉은 17만4000달러(약 1억9540만원), 독일은 9만9024유로(약 1억4703만원), 프랑스는 8만5201.8유로(약 1억2651만원), 영국은 6만6396파운드(약 1억1309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탄희의원은 국회의원 세비가 연 1억 5500만 원(월 평균 1285만 원)이라고 했지만 각종수당을 합하면 한해 2억3천48만610원을 받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와는 비교가 안된다.

■ 국회의원 수 2만 7천명 수준 늘려야

연합뉴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국회의원 정수를 전수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국민 10만 명당 국회의원 수'는 0.58명이다. 국회의원 1명이 국민 17만2천여명을 대표하는 셈이다. OECD 평균인 10만명 당 의원 0.97명을 한국 인구에 적용하면 의원은 502명이 되어야 한다. '국민 10만 명당 국회의원 수'가 한국보다 적은 국가는 미국(0.16명), 멕시코(0.49명), 일본(0.56명) 3개국에 불과했다.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의 경우를 보면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시민의 숫자가 매우 적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영국·이탈리아도 국회의원 1명당 9만6천명의 시민을 대표하고 프랑스는 국회의원 1명당 11만명이고, 독일은 1명이 13만7천명을 대표한다. 소수인 국회의원이 650조 원에 이르는 국가 예산을 심도 있게 심의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이들 나라처럼 인구 1명을 대표하는 인구수를 2만7천명 수준으로 늘리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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