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절인연들과 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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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절인연들과 봄 나들이
  • 김철홍 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 승인 2024.04.10 00: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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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자유기고가<br>
김철홍 자유기고가

한 달 전 30년 시절인연들과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오랜만에 큰 맘먹고 해외가 아닌 국내 여행지로 1박2일 가벼운 트래킹 겸 힐링 프로그램을 물색하던 중 한 친구가 여러 번 다녀 본 곳 중 좋은 인상을 남 긴 곳이 있다며 강력 추천 한 곳이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였다. 바다낚시 등을 감안하여 10명의 희망자를 신청받아 확정하고 민박집, 식당, 바다낚시 등을 패키지로 하는 업소를 예약했다.

드디어 지난 주말 시절인연들과의 설레는 봄 나들이를 위해 미안하지만 여러 건의 지인 혼사를 뒤로 하고 1시 30분 대전 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모임 리더의 승용차에 합류하여 매월 소음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높은 톤의 담소를 나눴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일행들만의 다양한 얘깃거리와 차창 밖의 봄 향기와 익숙한 농촌 풍경 그리고 속이 뻥 뚫이는 듯한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촌스럽지만 감성충만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2시간여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과거 리더역할을 한 시절인연으로 50대 중반~60대 중반의 나이 덕에 따라주지 못하는 몸과는 달리 지금도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이들과 코로나 팬더믹 이전에는 격년제로 해외 역사·문화 탐방을 다녔었기에 짧지만 오랜만의 이 번 여행은 감회가 새롭고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학창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소풍을 가듯 설레기도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는 이도 있었다.

일행은 민박집에 짐을 풀고 지정 식당에서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해물 한상차림이 알콜과 어우러져 그 동안의 회포를 풀기에 딱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안타깝게도 전전날 임프란트를 한 관계로 알콜을 눈과 코로 마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고역은 알콜로 소독해야 한다는 권유를 뿌리치는 의지의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식당 영업이 8시 종료인 관계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숙소인 민박집에서 2차 술담회는 계속 되었다. 젊은 시절 같으면 숙소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흥을 이어갔을 사람들이 이젠 나이는 못 속인다고 불평 한마디 없이 다소곳하게 민박집 거실에 앉아 있지 않은가? 알콜끼 없는 필자는 또렷하게 그들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를 볼 수 있었고 속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부터는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가 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에는 정원이 꽉 찼고 거실에는 세 명이 자야 할 운명이었다. 그것도 필자를 제외한 둘은 요즘 K-방산의 대표격인 K-2 전차, K-9 자주포, K-21 장갑차급 재목들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다른 때 같으면 알콜에 의존할 수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최대한 취침 지연 작전으로 계속 100분 토론 이상의 프로그램을 편성했으나 정규 방송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게 전쟁을 겪으면서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새 날은 밝았다.

필자는 일행들에게 고자질하듯 밤새 전황을 브리핑하고 한바탕 폭소로 평가를 받았다. 조찬은 전날 저녁처럼 거하게 한상차림으로 맛나게 먹었다. 정말 아침을 이렇게 먹긴 몇 년 만인지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 다들 만족스런 모습이었고 다음 일정인 바다 낚시 전까지 소화시킬 겸 가볍게 산책을 하게 되었다.

이곳 섬의 구조상 민박집 중심으로 골목이 비교적 많아 별 뜻없이 걷다가 교정이 아담하고 벚꽃이 만개한 학교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1944년 개교하여 현재 학생 4명 교원 5명의 신시도초등학교는 일반초등학교의 1/3도 안되는 잔디운동장과 조그마한 1층 건물, 놀이터 등이 정감 가는 마치 추억의 한마당이었다. 또한 그 포근함과 호기심이 나도 모르게 뇌속의 마약이라는 엔돌핀의 4천배나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호르몬인 다이돌핀이 솟는 느낌을 받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듯했다. 좀 과장 했지만 일행들도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행들 모두가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놀이터(시소)에서 단체로 셀카 10, 9, 8 …· 2, 1촬깍! 그 후 다섯 명은 족구로, 나머지 일행은 선유도 등 주변 섬으로 드라이브 및 산책을 계속했다.

그 다음 일정은 바다낚시 채험이었다. 조그만 선착장에서 낚시 배를 타고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이 바다의 모든 고기는 꼼짝마라’는 듯 기개는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밑밥인 갯지렁이를 두 개의 바늘에 꿰고 선장님이 누르는 부저 소리에 따라 던지고 걷기를 반복했으나 물고기들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아 비웃듯 밑밥만 빼먹기 일쑤였다. 그나마 한 친구만 어줍잖은 크기의 물고기를 낚으면서도 상기된 표정으로 기념 촬영으로 만족해야 했다. 멀미로 꿈속에서 낚시를 즐기는 상전도 있었지만, 그냥 마음을 비우고 바다에서 눈 호강, 맑은 공기 마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고기들이 다 벚꽃 구경 갔나봐!”

먹는 것이 남는 거라고 마지막 일정, 오찬이었다. 계속되는 거한 한상차림이 이상하리만큼 모두들 부담스럽지 않게 흡수를 잘하는 걸 보면 이번 여행이 만족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찬을 제대로 즐기면서 다음 행사계획으로 매년 실시하는 대전 현충원 참배 행사계획 그리고 해외 역사·문화 탐방 등의 일정에 관한 의견 교환으로 신시도에서의 1박2일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번 여행은 나이 들어가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힐링의 시간을 함께 누리고 정서연금을 듬뿍 받는 호사를 누리는 남다른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듯 사회를 위한 건전한 봉사활동은 물론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말처럼 긍정적인 마인드로 늘 건강 잘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 준 시절인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마음을 모아 기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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