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민생토론회’인가 ‘선거공약 발표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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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민생토론회’인가 ‘선거공약 발표회’인가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4.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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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선거운동(?) 하는 이상한 나라

‘논리야 놀자’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 '귀 막고 도둑질하기'라는 우화가 있다. 어느 부자집을 도둑이 털려하는데 그 집 대문에는 아주 큰 방울이 달려있어서 문을 넘기만 해도 소리가 크게 울려 도둑이 도둑질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도둑이 생각한게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있어야 하고 귀를 막으면 방울 소리가 안들릴 것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도둑은 자기 귀를 막고 방울이 달린 부자집을 털러 간다는 내용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정의’, ‘공정’, ‘법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케츠플레이즈인 ‘정의’, ‘공정’, ‘법치’가 누더기가 되고 있다. ‘카피라이터’와 코드가 맞지 않아서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벌이고 있는 ‘지방 순회 민생토론회’가 노골적인 선거공약 발표장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귀를 막으면 방울소리가 들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도둑처럼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고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방순회 선거운동’ 행보가 벌써 23회째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정의니 공정, 법치 따위야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숫자로 보는 민생토론회’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22곳 총 4970㎞. 서울과 부산을 무려 여섯 번 왕복하는 거리다. 민생토론회에는 일반 시민이 1671명 참석했고, 17차(430명)에 가장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 민생토론회를 거쳐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개선 과제는 총 359건(국민 직접 건의 등 168건, 부처 발표 정책 과제 191건)에 달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최악의 ‘관권선거’”라고 비판했고,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왜 중단했지...?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1일부터 여느 대통령과 다른 색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미국 대통령은 집무실과 브리핑룸이 백악관 웨스트 윙(서관) 1층에 같이 위치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기자들과 마주치고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매달리기)’로 불리는 도어스테핑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실시 반년여 만인 2022년 11월 21일 부로 중단하는 해프닝(happening)을 연출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 선거공약 발표장이 된 ‘민생토론회’

과거 정부에서도 해마다 부처별로 새해 업무보고를 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들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민심이 악화된 부산이었다. 대통령실의 발표와 다르게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장소는 윤 대통령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을 선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은 대부분 국민의힘이 열세이거나 승부처로 삼는 곳이었다. 여당의 ‘험지’를 골라 찾아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 및 신설, 상속세 완화 등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 경기도 7차례, 서울 세 차례 수도권에서만 10차례 등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이었다. 부산에서는 글로벌 물류·금융·첨단산업 거점도시로 만들기 위한 금융물류특구·투자진흥지구 지정 및 입주기업 재정·세제 지원 강화, 산업은행의 조속한 이전 등 부산 지역공약을 쏟아내 민생토론회라기보다 선심 공약을 쏟아냈다.

선거를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대통령의 정책추진 의지 정도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경제정책의 경우 설비·연구개발(R&D) 투자기업들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나, 비수도권 개발 부담금 완화, 소비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영세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 대부분 효과를 알기 어렵고, 세수만 깎아먹는 대책들로 대부분 대기업과 자산가들을 위한 부자감세인데, 이를 투자 활성화니 내수 살리기와 같은 이름으로 포장하고 전국 신축 소형주택과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여러 채 사들이더라도 양도소득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 산정'에서 빼주는 방안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공직선거법 85조는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2월 18일 청와대에서 경인지역 언론사와 기자회견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

같은 해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총선 전망을 묻는 패널의 질문에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63일간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재판소의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했지만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탄핵사유가 됐던 것이다.

■ 윤석열정부 1년 공약이행률 14.7%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 공약을 100% 이행할 것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되는 날 대선 공약 중 완료된 공약은 14.7%였다. 파기된 공약은 11% 그리고 공약 변경은 66.6% 진행 중은 나머지 67.6%였다. 인터넷 신문 ‘더스쿠프’가 4년간 역대 대통령의 공약이행율을 조사했더니 역대 정부의 공약 이행률은 50%를 밑돌았다. 노벨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전체 공약이행율은 18.2%다.

노무현 정부 41.8%, 이명박 정부 39.5%,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을 속인 박근혜는 탄핵으로 중도 하차해 41.1%, 문재인은 17.5%라는 공약이행율을 보였다.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의 선거공약 발표회에서 공직선거법 제85조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27년 5월 10일이면 그가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몇 %나 이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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