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새해 남·북·미 풍경 - 군사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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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새해 남·북·미 풍경 - 군사 영역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4.02.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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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주권연구소 문경환 연구원의 아침햇살 285, 287, 288을 통합한 글이다.

한국

1) 고강도 훈련으로 시작한 새해

국군은 2024년 새해를 고강도 훈련으로 시작했다.

육군은 새해 첫날 각급 부대의 실사격훈련을 진행했다. 군은 이 가운데 3보병사단 백골포병여단의 훈련을 소개했는데 여단 예하 장병 330여 명이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포병사격장에서 K9과 K55A1 자주포 18문으로 150발을 쏘았다고 한다.

문혜리 포병사격장에서 K55A1 자주포가 사격하고 있다. [출처: 국방부]
문혜리 포병사격장에서 K55A1 자주포가 사격하고 있다. [출처: 국방부]

또 강원도 양구군 동면 팔랑1리 포사격장에서도 박격포 사격훈련을 했는데 사전 공지조차 하지 않아 주민들이 새해 벽두부터 놀라 부대로 몰려가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다. 상당히 급박하게 훈련을 준비해 진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로 최전방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육군의 혹한기 훈련은 매년 하지만 장병들이 하루 쉬는 1월 1일부터 사격을 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포사격으로 새해 연 남북…‘9.19 없는 서해’의 미래인가」,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2024.1.6.)

2일에도 육군 포병 부대와 기계화 부대들이 서부 전선에서 동부 전선까지 전방지역에서 포탄 사격과 기동훈련을 했다. 여기에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과 2신속대응사단을 비롯해 6·7·12·15·22보병사단, 8·11기동사단, 2기갑여단, 2·3·7포병여단, 12·17항공단 등 육군의 다수 부대가 참가했다. 그동안 육군의 새해 포병·기갑훈련은 군단 별로 각기 진행했지 올해처럼 한날한시에 전 전선에 걸쳐 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해군도 3일 동·서·남해의 1·2·3함대 해역에서 새해 첫 함포 사격훈련과 해상기동훈련을 했다. 여기에는 구축함을 비롯해 함정 13척과 항공기 3대가 참가했다.

한미연합훈련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일주일간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A-10 공격기와 자주포, 전차, 장갑차 등 116대의 장비를 동원한 연합전투 사격훈련을 진행했다.

한미연합훈련에서 사격하는 K1A1 전차. [출처: 국방부]
한미연합훈련에서 사격하는 K1A1 전차. [출처: 국방부]

군 지휘부도 새해 첫날을 바쁘게 움직였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1일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해병대 2사단(청룡부대)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 후 최전방 관측소(OP)를 찾아 “적이 도발하면 무적 해병답게 ‘즉·강·끝’ 원칙으로 처절하게 응징해 초토화하라”라고 지시했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이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에 탑승해 각 부대 지휘관과 통화하며 “합참이 든든한 보호막과 울타리가 되어줄 테니 여러분은 뒤를 돌아보지 말고 과감하게 행동하라”라고 당부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을 찾아 혹한기 전투사격훈련을 한 수도기계화 보병사단 번개여단 전승대대 장병들을 만나 격려하고, 강원도 소재 미사일전략사령부 예하 부대도 방문해 격려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손식 육군지상작전사령관은 인천 영종도 17보병사단 해안경계작전부대를 찾아 “‘선조치·후보고’ 원칙에 따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응징하도록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원식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인성환 안보실 1·2차장, 최병옥 국방비서관 등을 대동하고 최전방인 경기도 연천군 육군 제5보병사단 열쇠부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적이 도발해 온다면 ‘선조치 후보고’ 원칙하에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라”라고 지시하였다.


2) 대북 공세는 계속된다

새해의 시작을 훈련으로 알린 군은 이후에도 군사 훈련을 쉬지 않았다.

4일 해병대 연평부대는 도서방어 종합훈련을 진행했으며, 8~12일 해병대 6여단도 서해 백령도 일대에서 소부대 동계전술훈련을 진행했다.

8일 경기도 양평군 비승사격장에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5대가 기관총 3,500여 발, 로켓 60여 발을 사격하는 공중 사격훈련을 진행했다.

9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육군 28보병사단 포병여단이 견인곡사포와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무인항공기와 F-5 전투기, 공격헬기도 동원되었다.

육군 17보병사단 포병여단 예하 2개 포병대대도 9~14일 인천광역시 서구 장도종합훈련장에서 K55A1 자주포, K77 사격지휘장갑차 등을 동원한 혹한기 궤도 장비 조종훈련을 진행했다.

신원식 장관은 1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각 군에서 자율적으로 훈련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적대 행위 중지구역에서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육군은 11기동사단이 1월 15일~2월 2일, 32·39보병사단이 1월 15~19일 혹한기 야외기동훈련을 할 계획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며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하여 이와 관련한 훈련도 예상된다.

 

3) 서해 포사격 대응 의혹

1월 5일 북한이 서해에서 200여 발의 포사격을 단행했다. 북한은 연초부터 진행한 국군의 고강도 훈련에 대응하는 훈련이었다고 주장했다.

합참은 북한이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북방한계선(NLL) 방향으로 사격해 대부분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으며 NLL 이북 7킬로미터까지 근접했다고 밝혔다.

국군은 북한의 포사격에 대응해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백령도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전차포로 NLL 남방 해상을 향해 400여 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2배 대응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합참은 북한이 다음날인 6일에도 오후 4~5시께 연평도 북서쪽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으로 포탄 60여 발을 발사했고 이 중 일부는 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합참 고위관계자는 “북한은 어제와 달리 측방과 북쪽 내륙지역을 향해 사격했다”라며 “모두 자기지역을 향해 쐈기에 어제와 같이 대응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6일 군은 대응 포격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7일 담화를 발표해 전날 포사격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었다. 김여정 부부장은 130밀리미터 포성을 흉내 낸 발파용 폭약을 60회 터뜨리면서 국군 반응을 주시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발파용 폭약을 터뜨리는 영상까지 내보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합참은 폭약 소리만 듣고 포사격으로 오인한 뒤 포탄이 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다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그러자 합참은 당일 곧바로 북한의 주장을 부정했다. 합참은 북한의 주장이 “우리 군의 탐지 능력에 대한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일 뿐”이라고 하였으며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의 탐지 능력에 놀라 거짓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어제도 북한이 포사격을 한 것은 우리 군의 자산에 포착됐다”라고 밝혔다. (「김여정 “발파용 폭약 터뜨리는 기만전에 한국군 속아”…합참 “우리 군 탐지능력에 놀라 거짓 담화 발표”」, 강원뉴스, 2024.1.7.)

다음날에도 군 관계자는 “6일 포탄 궤적 등 포격 상황이 대포병 레이더 등 탐지 장비에 포착됐다”라고 발언했다. (「北김여정 “6일 포격 아닌 폭약 발파”… 軍 “저급한 상투적 심리전”」, 동아일보, 2024.1.8.) 또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바다에 떨어질 때 발생하는 물기둥까지 모두 관측했다”라고 발언했다. (「北, ‘폭약 영상’ 공개하며 “포탄 쏜 적 없다”더니…軍 “포탄 발사 정황 포착, 거짓 선동”」, TV조선, 2024.1.8.)

그런데 정작 합참은 7일에 말을 바꿔 북한이 10여 회 폭약을 터뜨린 것은 맞다, 비슷한 시간 포탄 60여 발의 비행궤적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즉 60여 발의 포사격은 여전히 사실이지만 폭약도 10여 회 터진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논란이 더 커졌다. 차라리 합참이 끝까지 ‘포사격 맞다, 북한 주장은 거짓말이다’고 했으면 더 이상의 논란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북한의 주장을 입증할 방법은 없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도 언제 어디서 촬영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폭약 얘기를 전혀 하지 않다가 북한이 ‘사실은 폭약이었다’라고 하자 그럴 리 없다고 반발하더니 하루 지나 ‘폭약도 있긴 했다’로 사실상 말을 바꿨으니 혼란을 자초한 셈이 되었다. 합참이 이처럼 오락가락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북한 주장에 당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폭약 폭발 소리와 포사격 소리를 구분하는 우리 군의 탐지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합참의 주장처럼 폭약 폭발 10회와 포사격 60회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개한 것은 여전히 문제가 된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말끝마다 ‘정밀 추적감시’니, ‘원점 타격’이니 하며 허세와 객기를 부려대는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의 실지 탐지 능력을 떠보고 불 보듯 뻔한 억지 주장을 펼 놈들에게 개망신을 주기 위해 기만작전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합참이 우리 군의 탐지 능력을 고스란히 공개했으니 북한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 그 의도대로 행동해 준 꼴이다. 특히 ‘궤적 포착’, ‘물기둥 관측’은 구체적인 탐지 장비 운용 실태까지 드러낸 발언이다. 합참은 북한의 주장을 ‘심리전’이라고 주장하더니 스스로 ‘심리전’에 말려든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합참이 말을 바꾸면서 신뢰를 잃었고 서해 포사격을 둘러싼 ‘심리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7일에도 포사격을 했다.

합참은 북한이 7일 오후 4시께부터 5시 10분께까지 연평도 북방에서 야포와 해안포 등으로 추정되는 포병화기를 동원해 90여 발의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포탄은 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옹진반도 동부의 황해남도 강령군 등암리부터 연안군까지의 구간에서 해안포 23문을 동원해 88발의 포탄을 해상군사분계선과 평행선상의 동쪽방향 4개 구역에 쏘았다고 한다.

합참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북한의 포탄이 남쪽을 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5일은 포탄의 방향이 남쪽이라서 대응 사격을 했고 6~7일은 포탄 방향이 남쪽이 아니라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서해는 남북의 육지, 섬들이 10킬로미터 정도 거리로 매우 가깝게 붙어있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어디로 포를 쏘든 위협이 될 수 있다.

서해 NLL.
서해 NLL.

특히 7일의 경우 북한이 언급한 ‘해상군사분계선과 평행선상의 동쪽 방향 4개 구역’이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강령군이나 연안군에서 동쪽이면 바로 한국의 수도권이다. 예를 들어 연안군에서 동쪽으로 50킬로미터만 가면 파주시가 나온다. 북한군이 수도권을 향해 코앞에서 포사격했는데 대응할 필요를 못 느꼈다는 것이 합참의 해명이다.

합참은 5~7일 포사격 기간 북한이 우리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도발할 경우에는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반복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향해 포를 쏴도 ‘NLL 북쪽에 떨어졌으니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합참을 믿을 수 있을까 싶다. 혹시 북한의 포사격에 첫날처럼 2배 대응을 했다가 북한이 더 강하게 나오면 감당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윤석열 정부는 새해 벽두부터 고강도 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하려 했지만 정작 북한이 군사 대응을 하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주저하거나 ‘심리전’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모양 빠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4) 왜소해 보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

새해 윤석열 정부와 군 지휘부는 ‘즉·강·끝’, ‘선조치 후보고’ 등을 강조하며 군을 전쟁의 길로 독려하고 있다. 또 계속해서 고강도 훈련을 하고 대북 적대 발언을 이어가며 북한을 압박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북대결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그런데 군 당국의 의지가 그렇게 강력하게 느껴지지 않고 나아가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이미 3일간의 포격 도발에 의해서 적대 행위 금지구역은 무력화된 것 같다”라고 하였다. 이미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가 9.19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를 하였고 곧바로 북한이 합의 전체를 폐기했는데 이제야 9.19군사합의에 따른 ‘적대 행위 금지구역’이 무력화된 것 같다고 한 것이다.

또 같은 날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서북도서 일대에서 적의 행위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우리 군 자체의 계획에 따라서 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토록 강조하던 ‘즉·강·끝’, ‘선조치 후보고’ 기조가 무색한 발언이다.

반면 ‘핵무기를 동원해 영토 평정’, ‘초강경 대응’, ‘대한민국 완전히 초토화’ 등 북한의 최근 대남 발언은 심상치가 않다. 북한이 무언가 결단을 하고 반드시 하겠다는 강한 정책적 의지가 느껴진다.

북한과 비교해도 그렇고,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과 비교해도 그렇고 서해 포사격 이후 군 당국이 보이는 정책적 의지는 상당히 왜소하게 느껴지며 후퇴,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 한

1) “전쟁은 현실”, “점령·평정·수복” 공식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30일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라고 분석하고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라고 지시하였다. 즉, 전쟁 발발은 ‘현실’이고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점령’은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배하는 것이며, ‘평정’은 난리를 평온하게 진정시키는 것이다. 즉,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군이 내려와 한국을 지배하고 저항을 완전히 진압해 평온한 상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수복’이란 잃었던 땅을 되찾는 것인데 북한은 ‘한국 점령·평정’을 ‘미국에 빼앗긴 한반도 남쪽 지역을 되찾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 북한 영역에 ‘편입’한다는 것은 한국의 체제,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행정구역에 넣어 북한과 동일한 체제로 통치하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북한의 새로운 대남 정책을 보면 평화통일의 원칙이 폐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대남 협상 기구들을 모두 해체해 버린 것도 마찬가지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 역시 ‘선제타격’, ‘압도적 대응’, ‘처절한 응징’에 이어 최근에는 ‘즉·강·끝’, ‘선조치 후보고’ 등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부추기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 ‘평화통일’의 담당 부처인 통일부마저 대북 강경론자가 장관 자리에 앉아 북한 붕괴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핵전쟁 훈련을 연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 어디에서도 평화통일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한반도에는 전쟁만 남아있다.


2) 여유와 기만

북한의 새해 군사 행동은 상당히 특이하고 교묘하여 한미를 혼란에 빠트렸다.

일단 새해 첫날부터 고강도로 진행된 한미의 사격 훈련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북한은 1월 5일 서해에서 200여 발의 포사격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폭음 소리만 내고 7일에는 다시 88발의 포사격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전날 한국군이 북한의 포사격이라 주장한 게 실은 폭음 소리만 낸 것이었다고 발표하면서 한미 군 당국을 혼란에 빠트렸다. 결국 한국군은 5일에만 대응 사격을 하고 6, 7일에는 대응 사격을 하지 못했다. 북한의 기만전술에 당한 셈이다.

당장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그게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긴장된 시기에 이런 기만전술을 사용하고 그걸 곧바로 공개해 우리 군 당국을 조롱한 것을 보면 북한이 상당히 여유롭게 상황을 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북한은 전부터 이런 지능적 기만전술로 유명했다.

북한이 북한군의 뿌리로 여기는 항일유격대의 기록을 보면 일제나 만주군을 상대로 펼친 다양한 기만전술이 나온다.

예를 들어 1933년 4월 일제가 소왕청 유격구를 포위하고 공격했던 소왕청 방위전투 당시 김일성 주석은 유격구 안에서 방어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기만전술을 적극 활용하였다고 한다. 특히 밤이 되면 일제 토벌군이 숙영하는 곳으로 소수 유격대를 파견해 습격하고 빠지도록 하였는데 이게 상당한 효과를 냈다고 한다. 일단 어두운 밤이라 적아를 구분할 수 없어 잠에서 깬 토벌군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동안 유격대는 자리를 피해 다음 숙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게 반복되자 토벌군은 언제 습격당할지 몰라 밤마다 잠을 잘 수 없어 큰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1935년 6월 로흑산전투는 전형적인 매복전이었다. 당시 항일유격대는 만주국의 정예 부대였던 정안군을 상대로 매복전을 하였다. 정안군은 겨울에만 토벌을 하고 여름에는 항일유격대를 피해 마적이나 토비만 공격했다. 그래서 항일유격대는 일부러 대낮에 부대를 이동해 유격대가 떠난 것처럼 꾸민 다음 소수의 병사를 마적으로 위장해 정안군을 유인했다. 이틀째에야 유인에 걸려든 정안군은 항일유격대가 매복한 곳까지 쫓아왔다가 몰살당하였다고 한다.

1936년 8월 항일의용군과 연합하며 무송현성을 공격할 때도 유인작전을 펼쳤다. 무송현성은 규모가 큰 시가지로 방어 병력도 많았기 때문에 항일유격대가 정면으로 공격하기에 불리했다. 그래서 먼저 무송현성 서남쪽의 만주군을 공격해 무송현성의 병력을 유인한 다음 주력부대가 무송현성을 공격해 승리를 거두었다.

1936년 9월에는 장백현 이도강 부근 마등창 숲에서 일제 토벌군끼리 전투를 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마등창 숲에 휴식을 하던 항일유격대를 토벌군이 남과 북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했다. 그런데 숲이 너무 무성한 나머지 항일유격대가 숲을 슬쩍 빠져나와 옆 언덕으로 피했음에도 토벌군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전투를 시작했다. 전투가 3시간이나 이어지자 이를 구경하던 항일유격대가 지루해했다고 한다. 북한은 멀리서 구경하는 전투였다고 해서 이 전투를 마등창 망원전투라 부른다.

1938년 말~1939년 초 항일유격대가 부후물 언덕을 지나며 사용한 선회전술도 유명한 기만전술이다. 당시 항일유격대는 추격하던 토벌대를 피해 부후물 언덕을 빙빙 돌았다. 이때 항일유격대를 지휘하던 김일성 주석은 대원들에게 나무를 찍어 메고 행군하게 시킨 다음 중간에 나무를 눈 위의 나무그루터기 위에 놓고 다리 삼아 건너가게 하였다. 그러고는 흔적을 지우자 추격하던 토벌대는 눈치를 못 채고 계속 언덕을 돌았다. 그러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자기편 꽁무니를 발견하고는 항일유격대로 착각해 공격을 시작하여 밤새 서로 전투를 하였다고 한다. 그 사이에 항일유격대는 멀리 행군해 가버렸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창안한 항일유격대의 각종 전술을 지금도 연구하며 가르친다. 즉, 지금의 북한군도 항일유격대의 기만전술에 능숙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군대뿐 아니라 미국을 상대하는 외교 부문도 기만전술에 도가 튼 듯하다. 대표적으로 1998년 금창리 사건이 있다.

1998년 8월 초, 미국은 인공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의 금창리에 지하 핵시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찰을 요구했다. 북한은 핵시설이 아니라며 사찰을 거부하면서 대신 3억 달러의 참관료를 내고 구경하는 건 허용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사찰에 보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다 결국 1999년 2월 27일 시작된 북미 금창리 4차 회담에서 미국은 3억 달러어치의 식량을 참관료로 지불하고 문제의 ‘금창리 지하 시설’을 구경하기로 합의하였다. 합의문에는 사찰(inspection) 대신 접근(access)이라고 명시했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외교술에 미국이 또다시 당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홍은택, 「[北-美협상 사실상 타결] 北 ‘벼랑끝 외교’ 판정승」, 동아일보, 1999.3.13.)

그런데 미국의 ‘구경’ 결과 금창리 지하 시설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땅굴이었다. 미국은 이 정체불명의 지하 시설을 만드는 데 10년 이상 걸렸을 것으로 추정했고 규모나 형태, 시설을 볼 때 어떤 용도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식량을 받아내려는 북한의 미끼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미 국무부는 그리스군이 남겨놓은 목마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해하는 트로이군의 심정을 느꼈다. (김종수, 「‘北 금창리 왜 지었을까’ 美서도 알쏭달쏭」, 중앙일보, 1999.7.13.)

참관단을 이끌었던 조엘 위트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미국의 한 정보기관이 금창리 동굴에 핵시설이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려 문제를 자초했다”라며 “내가 당시 10명의 검증팀을 이끌고 동굴들을 뒤졌으나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분개했다. (박현, 「“과거 대북협상으로 한·미 실제로 이익봤다”」, 한겨레, 2013.6.4.)

결국 미국은 북한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꼴이 되었다. 북한의 기만전술에 놀아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북한은 오래전부터 지능적으로 상대를 기만하는 작전에 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상대의 힘을 이용해 자기 힘을 적게 들이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합기도를 보는 듯하다. 북한의 이런 전통적인 전법을 대단히 주시해야 한다.

이런 전법이 무서운 이유는 상대 지휘부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판단이 과연 맞는지, 혹시 기만전술에 걸려든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므로 안개가 낀 듯 머릿속을 뿌옇게 만들어버린다. 실전에서 이렇게 되면 백전백패하고 만다. 따라서 북한의 전법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3) 북한 최근 정책적 의지의 특징

가. ‘점령, 평정, 수복, 편입’

북한은 기존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폐기하고 ‘점령, 평정, 수복, 편입’ 정책을 공식화하였다. 이는 적대 관계를 전제로 하며 상대를 제거하겠다는 정책이다.

어떤 이는 북한이 작년부터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두고 한국을 인정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하던데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북한은 남북관계에 관한 인식을 기존의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의 관계, 그것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전환하였다.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즉, ‘통일해야 할 동족’에서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뀐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대남 정책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매우 충격적이다. 북한은 기존의 평화통일을 잘못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평화통일의 상징이었던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며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북한의 모습은 단순히 윤석열 정권이나 미국에 경고를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무력 평정을 통한 수복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 대남, 대미 군사 정책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할 생각 또한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만약 끝끝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며 그 결과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끝나게 만들 것”이며 “미국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재앙과 패배를 안길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할 준비를 다그치면서도 미국을 향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이 없다.

이렇게 볼 때 전쟁이 나면 한국을 직접 공격해 초토화하는 것은 기본이며 미국의 경우 미국이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면서 최대 본토 공격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북한은 무력 평정 상황을 기다리고 원하는 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8~9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면서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이 북한을 향해 한 발의 포라도 쏘면 북한은 “주저 없이” 핵무기를 쏟아부어 한국을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한국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을 ‘기회’로 본다는 점이다.

북한은 무력 평정을 바라고 있으며 무력 평정을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북한은 무력 평정 상황을 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먼저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한국이 전쟁을 일으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9.19남북군사합의서 파기 과정을 보면 더 뚜렷하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21일 밤늦게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하자 정부는 다음날 곧바로 9.19군사합의 1조 3항 효력을 정지하였다. 그러자 북한은 하루 만에 국방성 성명을 통해 9.19군사합의 전체의 폐기를 선언해 버렸다. 그러면서 9.19군사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군사 조치를 즉시 회복하고 나아가 군사분계선 지역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하겠다고 했다. 마치 한국의 조치를 기다렸다는 듯이 전격적으로 움직였다.

9.19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핀이다.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을 들고 있다가 놓치면 그대로 터진다. 안전핀을 없애는 것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다. 그런데 한국이 안전핀을 살짝 건드리자 북한이 확 잡아서 완전히 빼버렸다. 마치 한국이 수류탄을 놓쳐서 터지기를 바라는 듯하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는 물론이고 일으키려고 하기만 해도 전면전이라는 것이다.

전쟁의 조짐만 보여도 전면전을 통해 한국을 초토화하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 의지로 보인다. 
전쟁의 조짐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지금 한미가 연초부터 항공모함을 대거 동원해 고강도 전쟁훈련을 하는 것도 전쟁의 조짐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직접 언급한 것들을 보면 북한은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과 한·미·일 연합훈련 실시 ▲핵협의그룹을 통한 핵전쟁 계획 수립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투입 ▲기록적인 전쟁훈련 ▲유엔사를 통한 다국적 전쟁기구 구축 ▲군사분계선지역의 ‘도발’ ▲한국군 재편·증강 등을 전쟁의 조짐으로 보는 듯하다.

핵무기를 대량생산하고 있는 북한.

한편 북한이 2022년 9월 8일 채택한 핵무력법에는 다섯 가지 핵무기 사용 조건이 있다.

첫째, 북한을 향해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파괴무기 공격이 시작되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미국이 핵공격을 하거나 하려고 하면 핵으로 반격한다는 뜻이다.

둘째, 북한 지도부와 핵무력 지휘기구를 향해 공격이 시작되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핵무력 지휘기구는 핵무기에 관한 결정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하는 기구다. 핵무력법은 핵무력 지휘 체계가 위험에 처하면 사전에 결정한 절차에 따라 적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공격을 자동으로 즉시 단행하도록 규정하였다.

첫째 조건과 둘째 조건은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첫째 조건은 북한이 핵이나 대량파괴무기로 공격받거나 공격이 임박한 경우에 발동된다. 반면 둘째 조건은 핵이나 대량파괴무기가 아닌 일반 무기로 공격받거나 공격이 임박한 경우에도 발동된다. 그만큼 지도부, 핵무력 지휘기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시작되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넷째,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다. 즉, 재래식 전쟁을 하는 중간에 필요에 따라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전쟁의 개시와 함께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했으므로 이 조건이 실제 적용될 일은 없을 듯하다.

다섯째,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2022년 7월 1일 북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북 전단을 통해 유입되었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런 경우도 핵무기 사용 조건이 될 수 있다.

어쨌든 북한은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한미가 위에 열거한 조건만 잘 피하면 전쟁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전쟁의 빌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1월 2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우리에게는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 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어있다”라고 하였다. 특히 “9.19북남군사분야합의의 조항을 만지작거려주었기에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 활동에 다시 날개가 달리게 되었다”라고 했다. 또 “야유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부터 하는 말”이라고도 하였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 담화를 두고 윤 대통령을 향한 ‘야유’와 ‘조롱’으로 치부했지만 사실 북한의 ‘진심’이 충분히 담겼을 수 있다. 북한이 신무기 개발 등 군사력을 강화할 때마다 윤 대통령의 대북 적대 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군사 행동을 두고 북한을 규탄하기보다는 ‘이게 다 윤석열 때문이다’, ‘윤석열이 위기 고조시키더니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전면전이 발발해도 ‘윤석열이 선제타격 운운하더니 기어이 일을 벌였다’라는 반응이 나올 분위기다.

북한 시각에서 윤 대통령이 ‘특등 공신’이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공헌’을 북한에 해줄 수도 있다. 아무래도 가장 큰 ‘공헌’이라면 북한이 원하는 전면전의 빌미를 주는 것이겠다. 최전방에서 고강도 전쟁훈련을 계속하다가 불꽃이 튀어 전면전이 될 수도 있고, 대북 전단을 살포하거나 확성기 대북 방송을 재개하다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제일 위험한 지역은 서해다.

북한은 남북을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머지않아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영토 규정을 헌법에 담고 새로운 국경선을 선포할 것이다. 그러면 서해에도 국제해양법에 따라 영해선을 선포할 것인데 1999년 9월에 이미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을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해상 군사분계선은 한국이 영해선이라고 주장하는 북방한계선(NLL)보다 남쪽에 있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해역은 남북 양측이 자기 바다라 주장하는 일종의 분쟁지역이 되어버린다. 국제사회는 국제해양법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이 북한 주장을 받아들이면 ‘북한에 영해를 빼앗긴 대통령’이 되어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NLL은 영해선’이라 세뇌를 시켜놨기 때문에 보수세력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윤 대통령을 ‘북한에 영해를 빼앗긴 대통령’이라며 공격할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죽으나 사나 ‘북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분쟁지역에 군함을 들여보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은 적군이 자기 영해를 침입한 것이므로 국제법에 따라 공격할 명분을 얻게 된다. 아마 곧바로 격침을 시도할 것이다. 전면전이 발발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에 빌미를 줄 수 있다. 미국의 전략무기가 수시로 한반도를 드나들고 고강도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모두 핵공격의 빌미가 된다. 심지어 대북 제재도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다섯 번째 조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은 전면전을 통한 무력 평정을 바라고 있으며 한미가 전쟁을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걸 뻔히 알면서도 윤석열과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 정책 전환을 하지 않고 전쟁의 길로 척척 걸어가고 있다.

 

4) 죽음을 각오한 듯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가 북한 언론에 자주 나온다. 초기에 국방 관련 현지지도나 행사에 주로 보였는데 요즘은 다양한 현지지도와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행하고 있다. 사실상 후계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2월 31일~새해 1월 1일 열린 북한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제.
지난 해 12월 31일~새해 1월 1일 열린 북한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제.

국내에서도 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가 후계자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해 12월 7일 통일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가 후계자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에 관해 정부 관계자가 후계자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후계자를 매우 일찍 공개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하나는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중앙위 제1비서직을 신설했다. 당 규약에 따르면 당중앙위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다. 사실상 후계자로 여길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당시 왜 제1비서직을 신설했는지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중 하나는 유사시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유사시’에는 당연히 전시도 포함된다. 지금까지 제1비서를 임명했다는 보도가 없어 공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제1비서직이 상설직이 아니라 유사시에만 작동하는 직책이며 전쟁이 발발하거나 임박하면 제1비서를 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제1비서직 신설과 후계자 공개가 동일한 배경과 목적에서 나타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연달아 있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유사시를 대비해 최고지도부에 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런데 보통은 전쟁이 나더라도 최고지도부, 특히 총사령관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지휘하게 마련이다. 주로는 위치가 드러나지 않는 지하 벙커에서 지휘한다. 현대전의 역사를 봐도 최전선의 사령관이 죽거나 포로가 되는 경우는 있어도 후방에서 지휘하는 총사령관이 잘못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이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 등은 이미 전쟁이 마무리되어 지휘부만 남아 쫓기다가 사살되거나 체포된 경우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볼 때 북한이 전쟁에 대비해 최고지도부에 관한 대책을 거듭 세우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 중에 후방의 지하 벙커에서 지휘하지 않고 직접 전선사령관으로 나서려는 것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직접 전선사령관이 되어 전선에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2023년 2월 7일 인민군 장령 숙소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념 연회 연설에서 “우리 군대와 생사 운명을 함께 할 결심을 다질 때면 나는 무한한 행복에 빠지곤 합니다”라고 하였다. ‘군대와 생사 운명을 함께 할 결심’을 다진다는 표현에서도 ‘전선사령관’이 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 발발 시 죽음까지도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

1) 곳곳에서 밀리는 미국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사실상 전쟁에 개입한 상태다. 특히 중동에서는 직접 공습하고 있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도 두 지역의 전쟁은 미국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자.

사실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것으로 보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얼마나 더 많은 땅을 빼앗길 것인지, 젤렌스키 정권은 어떻게 전쟁을 마무리할 것이며 전후 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정도가 남은 관심사인 것 같다.

러시아군은 2023년 12월 25일 도네츠크주 중부 도시인 마린카를, 2024년 1월 17일 도네츠크주 베숄로예를, 1월 21일 하르키우주 크라흐말노예를 점령했다. 그런데 크라흐말노예를 빼앗겼다는 소식이 나오자 볼로디미르 피티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현지 방송에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집 다섯 채뿐이다”라며 극도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패색이 짙은 군대의 대변인 노릇을 하기도 힘든 모양이다.

또 1월 말부터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 경질설이 돌았으며 2월 4일(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관련 질문을 받자 “확실히 재설정,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경질 방침을 확인했다. 전쟁 중에 총사령관을 경질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패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선물을 수여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출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인 속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아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힌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신뢰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26% 포인트나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또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기 경쟁자를 주저앉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말 이런 이유로 총사령관을 경질하는 것이라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임은 당연하다.

한편 스티븐 브라이언 전 미 국방부 차관은 2월 5일 칼럼 「바이든의 새로운 우크라이나 정책」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경질하려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급히 우크라이나에 파견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이우가 함락될 위험이 있어 우크라이나의 서쪽 끝, 폴란드 국경지대에 있는 르비우로 수도를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했다.

키이우와 르비우 위치. 동쪽의 빨간색, 보라색은 2024년 1월 30일 기준 러시아가 차지한 영토.

만약 수도 이전까지 한다면 사실상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의 속국 혹은 보호령으로 전락할 것이다. 폴란드는 애초에 우크라이나 서쪽이 폴란드 땅이었기 때문에 수복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라는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러시아와 폴란드가 분할해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렇게 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만 믿고 러시아에 덤볐다가 나라를 공중분해한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무튼 우크라이나의 패전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해온 미국의 패배나 다름없다.

중동도 미국 뜻대로 안 풀리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중동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을 넘어 예멘,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미국, 영국이 싸우는 국제전장이 되었다. 여기서 가장 주목을 받는 지역이 홍해다. 예멘의 후티 반군(안사르 알라)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관련 배를 공격하면서 미국이 전쟁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1월 12일 1차 대공습에 나선 미국은 후티 반군의 여러 군사시설에 유도폭탄 150개, 순항미사일 60개를 발사했으며 영국도 전투기 4대를 출격해 미국을 지원했다. 미국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지만 후티 반군 측은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주장이 맞다면 공습 규모에 비해 극히 초라한 전과라 할 수 있다.

예멘은 2014년부터 내전 상태였고 특히 후티 반군은 서방 진영이 인정하는 정부군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의 공격을 계속 받아왔다. 따라서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은 공습에 대비해 대부분 지하에 있거나 이동식으로 되어 있어 이번 미군 공습이 특별한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미군 공습 정보를 이란이 제공해서 미리 대처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에도 미국은 공습을 계속했지만 후티 반군을 꺾지 못했다.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관련 배들은 계속 공격받았다. 1월 22일 2차 대공습 때는 아예 미국이 전과 발표조차 하지 못했다.

1월 27일 밤에는 요르단에 있는 미군 전초기지 ‘타워 22’가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 43명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팔-이 전쟁 발발 이후 중동에서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은 즉각 보복을 선포했다. 그러나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동원한 미국의 보복 작전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끝났다. 중동 전역에서는 미군기지를 향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1월 11일(현지 시각) 이란이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 ‘성 니콜라스’호를 나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용납 못할 도발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배는 원래 그리스 선적 ‘수에즈 라잔’호였으며 2022년 이란산 원유를 싣고 가다가 미국에 나포, 원유를 몽땅 빼앗긴 배였다. 이란은 이번에 이 배가 이란산 원유를 훔쳐 미국에 가져갔기 때문에 법원의 명령에 따라 나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직 이 문제에 관해 별다른 조치를 못 하고 있다.

이처럼 새해 중동에서 미군의 군사 활동은 상당히 무기력해 보인다. 미국은 중동에서 계속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는데 무언가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실전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이 인정하는 예멘 정부의 대통령위원회가 갑자기 총리를 경질하고 아흐메드 아와드 빈 무바라크 외무부장관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 정부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무바라크 신임 총리는 후티 반군에 억류된 경험이 있는 반후티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일을 두고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정부군을 앞세우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이 반미 세력을 직접 공격하기 부담될 때 내전을 이용하는 일은 지금까지 흔했다.


2) 사라진 국방부장관

새해 첫날 미국에서는 국방부장관이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1월 1일 건강 악화로 입원하면서 사흘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2023년 11월 11일 워싱턴 D.C.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가운데)과 오스틴 장관(왼쪽). [출처: 미 국방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사실상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데 국방부장관이 사라지는 일은 비상사건이다. 오스틴 장관 입원 중 미군은 이라크에서 민병대 지휘관을 제거하는 작전을 진행했다. 돌발 상황이라도 발생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오스틴 장관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도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 중이었다.

원래 미국은 장관이 입원하면 백악관에 즉각 보고하고 24시간 이내에 성명을 발표한다. 또 감사원장과 상·하원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가 장관 입원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한 것은 3일이 지난 4일이었다. 성명은 5일에야 나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의회 지도자들도 뉴스를 통해 장관의 입원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정부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1일 전화 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동 상황을 논의했지만 입원 얘기는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오스틴 장관은 6일 저녁에야 입원 후 첫 통화를 했다. 장관이 입원했다는데 보고를 받고도 바로 통화하지 않은 것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도 상당히 화가 난 듯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단히 분노했다고 했으며 백악관은 여론 수습에 진땀을 뺐다. 국방부는 장관의 사생활이라며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대선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방부장관 즉각 경질”을 주장하며 비난하였고 의회에서도 초당적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새해 첫날부터 미국은 국방부장관 실종 사건으로 한바탕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 수뇌부가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는 이 사건은 미 수뇌부에 불신과 이기적 태도, 무책임,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만약 국방부장관이 사라진 사이에 어디선가 핵미사일이라도 날아왔다면 제대로 대응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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