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전쟁을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 윤석열의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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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칼럼] 전쟁을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 윤석열의 심정
  • 문경환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4.02.0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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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경고

지난 2월 1~4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루덴코 차관 방한에서 두 가지를 주목해 봅니다. 

 

첫째, 지금 한반도 긴장은 진짜 위기라는 것입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루덴코 차관의 방한 목적이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연말 연초에 핵 전면전, 초토화, 점령·평정·수복·편입 등을 공언하자 미국의 여러 전문가가 나서서 전쟁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하다’, ‘허세가 아니다’,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심리전이니 속지 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 한미 당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국내 각계각층에서 정말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날지 관심이 초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때 루덴코 차관이 전쟁 위기는 진짜라고 한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북러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는 북한의 의도나 구상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공언 말고 우리가 무게를 둘 수 있는 정보 중에서 이번 루덴코 차관의 발언이 가장 무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의 위협, 공갈에 휘둘리지 말라”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지율 20%대인 정권의 주장을 신뢰하는 국민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루덴코 차관이나 러시아 외무부도 ‘북한의 발언은 협상 전술이나 심리전’이라고 했다면 설사 미국 전문가들이 아무리 진짜 전쟁 위기라고 주장해도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북한발 핵 전면전 공언이 진짜라고 보는 게 합당합니다. 

 

둘째, 한반도 핵 전면전의 원인이 한미의 대북 군사 압박에 있다는 것입니다. 

루덴코 차관은 3일 서울 주재 러시아 기자들과 만나 “군사훈련과 공개적인 반북·반중·반러 군사동맹 구축 등 미국의 공격적인 도발 행위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요 원인이자 동북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하였습니다. 

한미는 한반도 전쟁 위기에 관해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고 도발하기 때문에 한미가 대응하는 것이며 따라서 원인 제공자가 북한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 따르면 북한이 핵개발하기 전에는 왜 한미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했는지, 왜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정하고 위협했는지, 왜 당시에도 전쟁 위기는 상존했는지 여러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이런 것들을 따지는 게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북한과 러시아가 한미 때문에 엄청난 군사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핵전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루덴코 차관의 방한으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한미의 선택

한미가 전쟁을 선택했다면 지금처럼 하면 됩니다. 연중무휴 대북 전쟁훈련을 고강도로 벌이고 미국의 전략 핵무기가 수시로 한반도 주변을 들락날락하며 북한을 압박하면 됩니다. 그러면 전쟁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피하고자 한다면 반대로 하면 됩니다. 대북 전쟁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미국의 전략 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불완전하지만 윤석열 정부 등장 이전 상황까지는 위기가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전쟁이 나더라도 북한이 전면전을 하지 않고 국지전 정도만 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뉴욕타임스는 1월 25일(미국 시각)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전면전 위험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중략… (북한이) 확전을 피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 북한정보담당관을 지낸 마커스 갈로스카스 스코우크로프트센터 인도·태평양 안보 주도권(이니셔티브) 책임자는 1월 31일(미국 시각) “북한은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이전보다 강도 높은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능력을 키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1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결국 국지전 상황까지 올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글쎄요. 아마 이것은 한미 당국자의 주관적 바람이나 작전 구상이 담긴 분석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이 9.19남북군사합의 1개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이 전면 폐기로 답한 것을 보면 한미의 작은 공격도 핵 전면전으로 답할 것이라는 북한의 공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전면전이 나지는 않는다. 국지전에 그칠 것’이라고 하는 것은 한미가 지금처럼 대북 군사 압박을 계속하고 싶다,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한반도에서는 곧 핵 전면전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심정은 어떨까요?

재작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용산까지 다녀간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군 당국은 무인기가 용산에 접근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야 정밀 분석 결과 대통령실 인근까지 정찰 활동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을 활개 치고 돌아다녀도 대응하지 못 하고 사후 대응도 못 했습니다. 만약 무인정찰기가 아니라 무인공격기 혹은 무인자폭기였다면 대통령실은 영문도 모른 채 공격당할 뻔했습니다. 

핵전쟁이 발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북한의 1번 핵공격 대상은 당연히 용산 대통령실일 것입니다. 윤석열은 전쟁이 났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지하 벙커로 대피할 생각도 못 하고 순간의 섬광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심이 들지 않을까요?

그런데 미국은 ‘전면전은 없고 국지전으로 끝나니 괜찮아, 계속 밀고 나가’라고 요구합니다. 내가 무섭다고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지도 머릿속에 그려질 것입니다. 

지난 1월 17일 온라인 매체인 ‘서울의소리’와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공개했습니다. 이후 1월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보도했고 그 뒤로 외신들이 너도나도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지금 윤석열은 집에 가면 김건희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쉴 것 같습니다. 

물론 윤석열은 외신 보도를 막으려고 시도했을 것입니다. 미국에도 간청했을 것입니다. 미국이 손을 쓰면 이 정도 보도 통제는 아무것도 아닐 건데 미국은 방치했습니다. 조중동도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지 윤석열의 눈치를 보지 않고 김건희를 버리라고 연일 사설을 써댑니다. 윤석열 처지에서는 미국이 자기를 압박하는 것으로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윤석열은 총선 공천에 용핵관, 검핵관을 밀어 넣고자 합니다. 자기 수족을 최대한 국회에 집어넣어야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국힘당은 총선을 필패합니다.

이런 때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미국은 언론과 정치인을 총동원해 윤석열을 너덜너덜한 걸레짝으로 만들 것입니다. 심지어 어디서 갑자기 제2의 김재규가 나타나 무너지는 나라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총을 쏠지도 모릅니다. 지금 윤석열은 머릿속이 복잡하고 매우 불안할 것입니다. 

전쟁이 터져서 핵미사일에 맞아 죽나, 아니면 제2의 김재규에게 총 맞아 죽나 윤석열에게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래도 당장 미국에 버림받아 죽는 것보다는 전쟁이 더 멀게 느껴지니 미국 요구에 충실히 따르자고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래저래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우리 국민이 전쟁 참화로 그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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