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국적불명의 외국어 남용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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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국적불명의 외국어 남용 이대로 좋은가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2.0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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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화 중심주의인가 문화사대주의인가

‘언택트’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코로나19 확산되면서 생겨난 신조어가 ‘언택트’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un’을 넣어 만든 신조어로,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식 합성어다. 언택트에서 한발 더 나아간 ‘온택트’는 콘택트에 온라인을 뜻하는 ‘on’을 넣어 만든 단어다.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지칭하는 ‘팬데믹’ 등 다양하다.

경향신문이 ‘국정불명 외래어 남발 심각... 무분별 신조어 자제해야’라는 주제의 글에는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온택트’는 ‘영상·화상 대면’으로,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로, ‘팬데믹’은 ‘세계적 유행’으로 대체돼야 할 것’이라며 ‘랜선’도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다. 랜선은 온라인을 통한 만남을 의미하는데, 영어 ‘LAN’과 한자어 선(線)이 혼용된 국적불명의 엉터리 단어다. 이처럼 국적조차 애매하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말들이 남발되고 있다.

최근 방송에는 잘주 듣는 신조어로 " 빼박(빼도 박도 못함), 가성비(가결대비 성능), 뽀시래기(부수러기 전라도 사투리), 꾸안꾸(꾸민듯 안꾸민듯), 갑분싸((갑짜기 분위기가 싸해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존맛탱(매우 맛있음),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댕댕이(강아지)" 등 국적불명의 신조어가 이루 열거할 수 없을정도로 범람하고 있어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를 용어가 방송에 등장하고 있다.

그밖에도 "인싸(인사이더-잘 어울려 노는 사람),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 꼰대가르송(꼰대+꼼데가르송 합성어-30-40대 젊은 꼰대 지칭), 나일리지(나이와 마일리지 합성어), 사바사(사람 by 사람(사람에 따라 다르다), TMI(Too Much Info-쓸데없는 정보), TMT(Too Much Talker-말이 많은 사람) 등 외래어와 한글을 합성한 국적 불명의 용어가 있는가 하면 "롬곡옾눞(폭풍눈물을 뒤집어 만든 용어), 등 해괴망칙한 단어도 있다.

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상황), 번단번준(번호달라고 하면 번호줌), 안물안궁(안물어 봤고 안궁금하다),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이다), 누물보(누구 물어본 사람?), 설참(설명참고),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혼틈(혼란을 틈타), 자만추(자연스런 만남을 추구),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팬아저(팬은 아니지만 저장한다) 등 무궁무진해 이러다간 우리 말이 마치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 사용하는 말처럼 변할지 모르는 우려와 함께 폐혜가 심히 우려된다.

 

■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사랑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가진 오찬 회동에서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National Memorial Park)’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버먼트 어토니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도어스테핑', '거버먼트 어토니', '메가포트', ‘휴먼 캐피털’, '패밀리 비즈니스‘, '글로벌 스탠더드', '커뮤니케이션', ’‘피플스 하우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즐겨 쓰는 영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사랑이 겨레의 혼을 오염시키고 있다. 같은 말이나 글이라도 영어를 섞어 써야 더 아름 고상하게 아름답게 보이는가. 어쩌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 지경이 됐을까.

우리나라 헌법 제 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써, 빡까”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헐>안물>ㅇㅇ>응 아니야>노답>ㅇㅋ>개이득>핵노잼>극혐' 초등학생들이 가장많이 사용하는 신조어·줄임말이다. 초등학생들은 이런 신조어·줄임말을 70% 이상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자존감이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판단’,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데 행복할 리가 없다. 문화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문화 절대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문화간에 우열이 있다고 보고 문화를 평가의 대상으로 이해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화 절대주의는 ‘자문화중심주의’와 ‘문화사대주의’가 있다. 자문화 중심주의는 자기 문화의 관점에서 다른 문화를 평가하는 태도로 자기 문화의 우수성만 내세우고 상대방의 문화를 무시하는 태도다.

문화사대주의는 자기 문화를 낮게 평가하고 다른 문화만을 우수하다고 믿는 태도다. 이에 반해 문화상대주의란 문화의 우열이 없다고 보고 문화를 평가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상대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문화 절대주의 빠진 사람들...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지식인들, 권력의 눈치나 보고 비위를 맞추거나 앵무새처럼 따라하기나 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대통령의 문화사대주의.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에 길들여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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