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검찰 '예산 오남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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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검찰 '예산 오남용' 의혹
  • 뉴스타파
  • 승인 2024.01.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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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매년 사용하는 예산 중에 특정업무경비(특경비)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검찰이 지출한 특경비는 약 466억 원에 달해요. 같은 기간 약 80억 원이 지출된 특수활동비(특활비)에 비해 5~6배나 많은 규모죠. 

특정업무경비는 말 그대로 검찰이 하고 있는 ‘특정한 업무’, 즉 수사 업무에만 써야 하는 돈입니다.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특경비를 간담회, 회식비 등에 쓰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요.

▲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 중 일부. 특정업무경비를 업무추진비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특경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회식비 등으로 부정 사용한 정황이 전국 검찰청에서 발견됐습니다. 지금까지 뉴스타파가 폭로한 특활비 부정 사용 의혹에 이어, 검찰의 예산 오남용 의혹이 또 다시 밝혀진 것이죠.

이번 주 ‘타파스’는 뉴스타파와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밝혀낸, 검찰의 특경비 오남용 의혹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고양지청, 특경비 부정 지출 의혹… 지청장은 ‘적반하장’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은 지난 2023년 2월 7일, ‘전입 검사 간담회’ 명목으로 회식을 열었습니다. 회식 장소는 경기도 파주의 한 장어구이집. 고양지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 장어구이집은 여러 정치인도 다녀간 ‘맛집’이라고 하는데요. 

이날 고양지청은 장어구이집에서 총 85만 2천 원어치 음식과 술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45만 2천 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했어요. 업무추진비는 원래 간담회, 회식 등에 쓸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나머지 40만 원의 행방이에요. 고양지청은 업추비 결제분을 제외한 나머지 40만 원을 어떻게 결제했을까요? 회식에 참석한 검사들이 갹출한걸까요? 아니면 전입 검사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누군가가 ‘쾌척’ 한걸까요?

확인 결과, 나머지 40만 원을 결제한 사람은 장동철 당시 고양지청장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개인 사비가 아닌 특정업무경비 카드를써서 말이에요.

▲ 2023년 2월 7일 고양지청장이 결제한 특정업무경비 카드 영수증. 회식 장소인 장어구이집 주소와 함께 결제 금액 40만 원이 적혀 있습니다.

즉 당시 고양지청은 회식비 85만 2천 원을 각각 업추비와 특경비로 나눠서 결제한 거예요. 원래 수사 업무에만 써야 하는 특경비를, 회식비 용도로 부정 지출한 것이 명백해 보이는 정황입니다.

이날 고양지청의 특경비 지출 기록에는 ‘수사 활동 지원’ 명목으로 40만 원을 지출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장어구이집에서 수십 만 원어치 음식과 술을 마시면서 어떻게 ‘수사 활동’을 했다는 걸까요? 

당시 회식비를 결제했던 장동철 고양지청장은 현재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뉴스타파는 장동철 전 지청장에게 연락해, 고양지청장 시절 특경비를 회식비로 부정 지출한 의혹에 대해 질문했는데요.

이에 대해 장동철 전 지청장은 “회식도 수사 활동 지원의 일부” 라며 항변했습니다. 또 “업무추진비에 한도가 있어서 모자란다”, “그럼 내 개인 돈을 쓰라는 거냐” 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예산 지침을 명백히 위반한 정황이 나왔는데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검찰 특경비 부정 사용 사례, 3개 지청에서만 33건 적발 

뉴스타파는 4개 언론, 3개 시민단체와 함께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전국 검찰청의 예산 자료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분석 결과, 고양지청과 비슷하게 특경비를 회식비 등으로 부정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수십 건 발견됐어요.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의 경우 한 음식점에서 ‘민원팀 간담회’ 명목으로 업추비 20만 원을 결제하고, 불과 14초 뒤 같은 곳에서 특경비 30만 원을 다시 결제한 사실이 드러났어요. 고양지청과 마찬가지로 회식비를 업추비·특경비로 나눠서 지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검찰 내 ‘음악 동호회’ 회식비를 특경비로 지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회식비 65만 원을 각각 업추비 40만 원, 특경비 25만 원씩 나눠서 결제한 거예요. 

이처럼 검찰의 ‘특경비 회식’은 여러 검찰청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공동취재단의 분석 결과, 고양지청·충주지청·천안지청 등 3개 지청에서만 비슷한 사례가 33건이나 적발됐어요. 분석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 아마 훨씬 많은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검찰의 특경비 사용 실태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전국 67개 검찰청 중 특경비 지출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한 곳은 단 21곳에 불과하기 때문이에요.

▲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검찰청들은 대부분 일부 자료만 공개했을 뿐이고, 아무 자료도 공개하지 않은 곳도 13곳이나 됩니다. 작년에 이미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지금까지 그 약속을 어기고 있는 셈이에요.

 

윤석열과 한동훈, 두 ‘전직 검사’의 공통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두 전직 검사의 권력 투쟁이 온 나라를 들썩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에서 만나 일단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서천시장 화재 현장 앞에서 악수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서천시장 화재 현장 앞에서 악수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통령실)

문제는 이 ‘봉합’ 퍼포먼스를 보인 곳이 바로 서천시장 화재 현장이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현장을 찾기 전날인 22일 밤, 서천시장에 발생한 화재로 총 292개 점포 중 227개가 불에 탔습니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수백 명의 상인들이 생계를 잃어버린 거예요. 

그런데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화재 현장을 잠깐 둘러본 뒤 금세 떠나버렸어요. 정작 피해를 입은 상인들 대다수는 만나지도 않은 채로 말이에요. 이에 대해 일부 상인들은 “정치 쇼 하려고 왔냐” 라며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들을 만나지 않고 떠난 것에 대해 서천시장 상인들이 항의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겨레)
▲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들을 만나지 않고 떠난 것에 대해 서천시장 상인들이 항의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겨레)

저는 이 사건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두 전직 검사이자 현직 정치인의 공통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검사든 정치인이든 공직자로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작 국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요. 그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살펴본, ‘특경비 부정 지출’ 의혹을 받는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검사들이 받는 월급과 경비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산입니다. 만약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수사에 써야 할 공적 자산을 한 끼 회식비로 쓰지는 않았겠죠.

국민 세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정해진 규정을 어기면서도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검찰.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 국민 위에 서있기를 원하는 검찰. 어쩌면 지금 정부와 여당을 장악한 전직 검사들 역시 이런 ‘검찰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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