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한 장의 사진 - 윤석열 정권에서 일하려면 허리를 잘 숙이는 것이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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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한 장의 사진 - 윤석열 정권에서 일하려면 허리를 잘 숙이는 것이 우선인가?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4.01.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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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만 해도 마치 무슨 대단한 갈등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퇴 운운하던 윤석열과 한동훈이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극적으로 조우를 했다. 수구 언론들은 이걸 두고 봉합이니 화해니 떠들어대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서 일하려면 우선 허리가 유연해야

웃기는 것은 사퇴 여론에 “국민을 보고 선택한 길, 할 일 하겠다”라고 제법 용기 있게 말한 한동훈이 윤석열을 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했다는 점이다. 전에 이동관이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해 빈축을 샀는데, 한동훈의 허리는 더 유연해 보였다. 그래서 생긴 말이 윤석열 정권에서 일하려면 우선 허리가 유연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다.

윤석열이 한동훈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멋쩍게 웃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윤석열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동훈아, 넌 뭔가 착각하고 있어. 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준 사람도 내 아내 김건희고, 널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준 사람도 내 아내 김건희야. 그런데 내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하면 되겠어? 앞으로 조심해, 응?” 하고 말이다.

 

김경율만 사퇴하고 봉합?

그후 대두된 것이 김경율 사퇴 여부인데, 김경율은 하루만에 자신이 경솔하게 발언했다며 대구, 경북 의원들에게 사과했다. 국힘당 지도부는 김경율 사퇴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데, 김건희의 분노가 워낙 심해 결국 사퇴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입이 가볍기로 유명한 김경율이 사퇴하고 나면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윤석열과 한동훈을 씹을 텐데, 국힘당이 실제로 김경율을 사퇴시킬지 의문이다. 혹시 김경율이 김건희 앞에 무릎을 꿇고 빈다면 몰라도 말이다.

서천 화재 현장에서 극적으로 상봉(?)한 윤석열과 한동훈은 별 대화 없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았는데, 윤석열과 한동훈은 물론이고 동참한 정진석이나 김태흠 충남 지사나 표정이 매우 어두워 보였다. 한 마디로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의 미래가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세상에, 화해할 곳이 없어 화재 현장에서 화해를 하는가? 그 때문인지 야당에선 “재난 상황을 이용해 정치 쇼를 한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동훈 사퇴가 나올 때 야당 일부에서는 이것이 ‘약속대련’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조금 고상하게 말하면 ‘갈등 코스프레’다. 이 갈등 코스프레로 재집권한 사람이 바로 이명박과 박근혜다.

 

화재 현장 가게 주인들은 만나주지도 않은 윤석열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윤석열이 화재 현장에 가서 가게 주인들은 만나 주지도 않고 서울로 올라갔다는 점이다. 보통의 경우 화재로 피해를 입을 주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후속 대책을 세워주겠다고 해야 하는데, 윤석열은 현장에서 대표들만 만나고 그냥 서울로 갔다고 한다.

이에 현지 주민들이 “여기도 쇼하러 왔느냐?”, “여기가 무슨 정치 쇼하는 데냐?‘ 하고 울분을 토해내는 모습이 다른 방송(MBC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 영상에 잡혔다. 총선을 앞두고 충남에 표를 얻으러 갔다가 오히려 표를 잃고 온 셈이다.

 

토론 30분전에 불참 통보한 윤석열

국민과 늘 소통하겠다며 자랑스럽게 ‘도어스테핑’을 하던 윤석열이 ‘바이든- 날리면’ 소동으로 기자들을 멀리하더니 신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그나마 하기로 했던 민생토론도 방송 30분 전에 불참을 통보해 관계자들이 멘붕되었다는 전언이다.

윤석열이 토론에 불참한 이유는 감기라는데, 감기가 토론 30분 전에 걸리는가? 사실은 한동훈 사퇴 여론으로 기분을 잡친 윤석열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것 아닌가. 윤석열이 얼마나 무책임하며 국민을 무시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니 출범한 지 20개월이 지나도 지지율이 그 모양 그 꼴인 것이다.

윤석열의 국민 무시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토론 30분 전에 불참을 통보한 것은 군부 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만행이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검찰총장 때의 버릇이 알게 모르게 발현된 것이라 봐야 한다. “내가 불참하겠다는데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아?” 뭐 이런 식이다.

 

이제 남은 건 국지전, 하지만 북풍으로 성공한 정부 없어

한동훈 사퇴 쇼는 이 정도로 해서 ‘억지 봉합’될 것 같고, 다음은 또 무슨 쇼가 벌어질까? 정치 전문가들은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도발, 즉 국지전뿐이라고 전망했다. 즉 총선 전에 북한이 도발해 남북 양쪽이 포를 쏘아대는 것이다. 하지만 북풍으로 성공한 정부가 없고 보면 이것 역시 오히려 역풍만 불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도 지방선거 며칠 전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지만 지금의 국힘당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북한의 도발도 문제지만 한미 군사 훈현 와중에 북한 잠수함이 다가와 어뢰를 쏜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국방부 발표에 국민들이 더 분노한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김건희를 처벌하지 않고서는 윤석열 정권은 존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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