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공정과 상식, 법치’ 버리고 아내 지킴이 된 대통령
상태바
[김용택 칼럼] ‘공정과 상식, 법치’ 버리고 아내 지킴이 된 대통령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4.01.10 1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신만 있고 충신은 없는 윤석열 정부

‘철면피’를 자구대로 해석하면 ‘쇠로 만든 낯가죽’이다. 철면피란 '얼굴에 철판 깐다'는 말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뻔뻔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이 부끄러움을 느끼면 안색이 붉어진다. 하지만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은 얼굴 색깔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어떻게 벌건 대낮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공약을 어기기를 밥먹듯이 할 수 있는지...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주권자들이 글도 읽을 줄도 모르는 청맹과니 취급을 하고 있다.

미국 예일 대학교의 교수이자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은 정치인의 특징을 ① 권력 획득에 주력하고, 다른 가치들은 수단으로 추구한다. ② 만족할 줄 모르는 권력욕을 갖고 있다. ③ 공동체나 타인이 아닌 자신만을 위해 권력을 추구한다. ④ 권력에 영향을 주는 과거 역사와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⑤ 권력욕 충족에 필요한 기량(skills)과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정의했다.

 

■ 국민 버리고 아내 위해 거부권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 53조는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갖는 권한은 ‘재의 요구권’이다. ‘거부권’이라는 단어는 언론에서 편의상 쓰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20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8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은 쌍특검법안을 포함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8건이나 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66건이었지만 대다수가 이승만 대통령 때(43회)였다. 박정희 7회, 노태우 7회, 노무현 6회, 이명박 1회, 박근혜 2회였고,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한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거부권 행사가 별로 없었던 이유는 국회 다수파와 대통령 소속 정당이 대체로 일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 가족 관련 거부권행사는 윤 대통령이 처음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본인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특검이나 검찰 수사 거부한 사례는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가족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아들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검은 ‘소통령’으로 불리던 아들 김현철씨를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결국 현철씨는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김홍업 전 의원과 셋째아들 김홍걸 의원은 기업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검 중수부는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 세운 카드가 ‘공정과 상식, 법치, 정의를 내세웠다. 그가 정치에 뛰어든 명분이자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는 자신이 ‘헌법주의자’라 강조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8개월의 행적을 살펴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다. 말이란 그 사람의 인격이요, 생각과 행동의 거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인 윤석열은 말 따로 행동 따로, 요즘 말로 ‘말따 행따’다.

"역대 대통령 중 어느 대통령도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한 특검 수사를 거부한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정부 이송 하루만에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을 두고 국민을 버리고 가족을 선택했다.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 법치, 정의를 내세우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법치, 정의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