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육감, 2023년 한해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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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 교육감, 2023년 한해를 돌아보며
  •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최교진
  • 승인 2023.12.2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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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최교진 교육감

종종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철학자이자 문예비평가인 루카치의 저작 중에서 종종 인용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면서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나침반이 없던 시대에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긴 여정을 떠났습니다. 당시에는 목적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별에 의존해 걸었지만,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제각각 빛나고 있습니다. 그 반대로 찬란한 불빛 때문에 세상의 별빛이 가려져 있기도 합니다.

밤하늘의 별자리는 단순한 지리적 안내자를 넘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삶의 길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즘 종종 하늘을 바라보며 올 한해 걸어왔던 길을 돌아봅니다. 숨 가쁜 한해였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걸어왔기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됐습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세종교육과 교육계의 주요 관심사를 다시 한번 짚어보면서 새해를 구상해봅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은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교사의 행동으로 나타났고, 교권보호를 외치는 목소리는 교육공동체 회복이라는 더 큰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교육운동이자 교육정치운동의 새로운 실천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곰곰이 짚어 보겠습니다.

정당한 교육활동 보장과 관련해 세종시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발의로 교육활동보호조례 제정에 나섰습니다. 참여하는 시민의 역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뜻이 깊습니다. 교육의 중요한 주체가 지역사회라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한 위원회가 아닌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세종교육회의가 출범한 일도 의미가 큽니다. 방학 중에도 멈추지 않는 세종교육에 대한 제안은 방학이 쉼의 시간이자 자람의 시간이라는 걸 상기시켜주었고, 공교육의 책무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였습니다.

방학 중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견을 나눠 이번 겨울방학에 협업학교를 운영합니다. 교육프로그램, 급식, 통학차량 등 여러 사항의 운영 결과를 통해 방학 중에도 성장하는 세종교육의 모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올해 우리교육청은 국정과제인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선정되어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운영의 우수사례는 전국으로 공유되어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유보통합은 양질의 교육과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생애 출발선부터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교육청이 함께 꾸준히 지혜를 모야야 합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세종의 학교에 기증한 휠체어 그네가 설치 근거가 없어 폐기되어 공개 사과를 한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민들과 조수미 씨께 사과한 이후, 정부가 필요한 안전인증 기준을 마련한 점은 다행스럽습니다. 휠체어 그네는 장애어린이들이 놀이터로 나올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장애어린이의 놀 권리라는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세종시법 재정특례에서 보통교부금의 보정액 교부기한을 연장하는 데 많은 힘을 집중했고, 그 결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방교육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보정액의 기부기한을 2026년까지 연장한 점도 다행스럽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교육청에서는 2024년 본 예산 편성과정에서 이전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에 대응해 1,606억원의 기금을 투입하여 세종교육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사업을 정비하고 예산심사를 강화해 재정의 건전성을 높였으며 책무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봄에는 세종의 두 번째 공립특수학교인 이음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올해 51명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입학해 배움으로 성장하는 이음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 학생들의 맞춤형 진로교육을 위해 진로교육원이 문을 연 것도 기쁜 일입니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개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체험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이 밖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수능성적 결과 세종의 학생들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학교 스포츠클럽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전인교육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학교폭력이 감소세를 보여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어 좋습니다. 관계중심생활교육과 예방교육의 효과로 보입니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최근 세종의 학생들이 전국 청소년 사회참여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도 뜻이 깊습니다. 학과 공부 이외에 세상의 많은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은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교육청 정문 옆에는“생각하는 사람 참여하는 시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과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것은 교육감으로서 매우 큰 기쁨입니다.

새해에도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 교사와 학생이 좋은 관계를 맺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어울려 더 큰 힘을 만드는 교육공동체를 위해 지혜를 모아가겠습니다. 단단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학교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마을교육생태계를 구축해 가겠습니다.

내년에도 밤늦은 퇴근길에 종종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겠습니다.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면서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이 문장을 떠올리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교육의 길을 묻고 답을 구하는 여정을 이어가겠습니다. 변화와 격동과 혼란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고 담대한 마음을 갖고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저에게는 함께 걷는 교육공동체가 있어 늘 든든합니다. 한 해 동안 많은 도움과 격려 그리고 응원과 조언을 보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는 더 크고 넓은 교육적 상상들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세종교육공동체 모두와 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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