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수학능력고사 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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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수학능력고사 또 바뀐다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2.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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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목 폐지?

2028 대입제도가 또 바뀐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초안을 보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수능을 치를 때 영역마다 과목을 일일이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통합형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대입제도 개편 시안’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형 수능’ 체제 완전 폐지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하는 이유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어·수학은 현재 영어처럼 선택과목은 사라지고 모두 동일한 공통 과목으로 평가하고 사회·과학탐구 영역 역시 응시자들이 과목을 선택할 필요 없이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 시험을 보게 된다. 내신 등급 체제도 현재 9등급 체제에서 2025년부터는 5등급 체제로 바뀌고 성적을 산출할 때는 절대평가 결과와 상대평가 등급이 함께 적용된다고 한다. 첫 수능(1994학년도) 이후 문·이과 구분이 완전히 사라진 수능이 부활하는 것이다.

수학능력고사...란 ‘대학에 입학해 교육을 얼마나 잘 '수학(修學)'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비행기 이착륙시간까지 조정하고 소수점 이하 몇 점으로 사람의 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시험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시작한 것은 1993년 8월부터다. 수능이 도입되기 전에도 대입 제도는 연합고사, 자격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순으로 4번이나 바뀌었다.

 

■ 바뀌고 또 바뀐 수학능력고사

사람의 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시험은 1945~1953년 대학별 단독시험제(대학별 입학시험)/1954년 대학입학 국가연합고사(자격고사)+대학별고사(본고사)/1955~1961년 대학별 단독시험제 부활+내신제(권장)병행/1962년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1963년 대학입학자격고사+대학별 본고사/1964∼1968년 대학별 단독시험제 회귀/1969∼1980년 대학입학예비고사+대학별 본고사/1981년 대입예비고사+내신, 선시험 후지원/1982~1985년 대학학력고사+내신/1986~1987년 대학학력고사+내신+논술/1988~1993년 대학학력고사+내신+면접 선지원 후시험/1994~1996년 수능+내신+대학별고사/1997~2001년 수능+학생부+논술/2002년 수시와 정시, 수능+학생부+논술/면접 등 14번이나 바뀌었다.

■ 수능은 공정한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하는 이유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공교육이 공정하였다는 가정하에서만 수능의 공정성을 얘기할 수 있다. 교실은 학생들에게 교육 환경의 동일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교실 환경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다르고, 특목고와 일반고가 다르다.’ 고려대 김경근 교수(교육학)가 낸 ‘한국사회의 교육격차’ 논문은 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학력 등에 따라 언어·수리·외국어 등 자녀들의 수능 표준점수 합계가 26∼57점씩 벌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소수점 아래 두 자리까지 계산해 사람 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수능이 공정하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존 롤스의 정의론에 따르면 공정에는 "노력에 따른 보상"을 중시하는 비례성의 측면과 "출발선의 보완"이라는 형평성, 두 가지 인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견해에서는 대학 입시는 성공의 열쇠가 아니라 성공의 징표로 보고, 계층화의 수단이 아니라 결과라고 주장한다. 줄 세우기는 비합리적 · 비과학적이다. 능력대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IQ 테스트도 5%정도의 오차가 있으며, 수능은 개발자가 직접 10%정도 오차가 있을 것으로 밝혔다. 실제로 500점 만점에 450점을 받은 학생과 448점을 받은 학생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100명이 입학정원인 학과에 100번째로 입학하는 학생의 점수가 450점이라면, 448점을 받은 학생은 450점을 받은 학생과 딱히 실력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게 된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능과 같은 시험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하나같이 ‘교육대통령’이었다가 취임을 하고 나면 오리발이다. 프랑스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특수대학 격인 그랑제콜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선발시험 없이 어느 지역, 어느 대학에나 지원할 수 있다. 중고교 과정을 거치면서 50% 정도가 응시자격을 얻게 되고, 절대평가로 20점 만점에 10점을 넘으면 합격하게 된다.

독일의 초·중등 및 대학교는 90%이상이 국공립이며 무상교육을 원칙으로 한다.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학교 입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는 주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객관식이 아니라 모든 문제가 주관식이다. 아비투어시험은 김나지움 마지막 학기(대체로 5월 중순)에 치러지며,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4과목을 정하여 각 과목에 대한 필기, 구술 및 실기시험을 치르는 형태다. 아비투어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획득하면 고등학교 졸업자격과 함께 대학진학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정권이 바뀌 때마다 바뀌는 수학능력고사. 수학능력고사 폐지 없는 교육개혁은 대국민 기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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