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소통한 정황 나왔다
상태바
[타파스]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소통한 정황 나왔다
  • 뉴스타파
  • 승인 2023.12.24 2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2일,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 라고 주장하는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 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 사퇴한 김기현 대표에 이어 실질적인 여당의 대표를 맡게 된 것이다.

한동훈 전 장관(‘전 장관’이라는 표현이 왠지 어색하다)은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김건희 여사와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만큼, 이번 특검법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훈 장관

그런데 며칠 전 기자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질문하자, 한동훈 장관은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악법” 이라고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보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특검법에 대한 한 전 장관의 평가는 일단 접어두고, 이번 주 ‘타파스’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새롭게 밝혀진 정황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난 주에는 주로 ‘통정매매’ 관련 정황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선수’를 둘러싼 정황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참고로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평소 주식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뉴스타파 박상희 기자의 보도 영상에 관련 내용이 자세히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윤석열의 해명… ‘김건희는 주가조작 관련 없다’ 

아시다시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뉴스타파의 2020년 보도에서 시작됐다. 이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선 이후에도 계속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21년 10월 15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은 이렇게 해명했다.

“이 양반(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한 네 달 정도 (증권 계좌를)맡겼는데 손실이 났고요. 저희 집사람은 거기서 안되겠다 해서 돈을 빼고 그 사람하고는 절연을 했습니다.”

▲ 2021년 10월 15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후보).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총 2차례에 걸쳐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 중 ‘1차 작전’을 주도한 이 모 씨라는 인물이 있다. 이 씨가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주가조작에 활용했고, 김 여사 역시 주가조작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당시의 핵심 의혹이었다.

윤 대통령은 일단 ‘1차 작전’ 시기 김건희 여사가 이 모 씨에게 증권 계좌를 맡긴 것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이 씨가 알아서 계좌를 운영했을 뿐 김 여사는 주가조작과 아무 관련이 없었고, 나중에는 이 씨와의 관계도 끊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법원을 통해 입수한 통화 녹취록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와 직접 소통한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주가조작 ‘1차 작전’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말이에요. 김 여사가 주가조작과 관련이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과는 배치되는 정황이다.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소통한 정황 

문제의 녹취록은 2010년 1월 27일,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통화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다. 당시는 검찰이 적시하고 법원이 인정한,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 통화가 이루어지기 약 2주 전부터 김건희 여사의 증권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있었다. 2010년 1월 12일부터 27일까지 김 여사가 사들인 주식은 총 40만 60주, 약 10억 원에 달했다. 

당시 김건희 여사 계좌에서는 주식을 당시 현재가보다 높게 사들이는 주문도 여러 번 나왔는데, 의도적으로 주가를 높이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수가 이어지던 1월 27일 오후,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고 있던 증권사 직원이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증권사(신한금융투자. 현 신한투자증권) 직원이 “8만 5천 개 더 샀다” 라고 이야기하자, 김건희 여사는 “그 분이 사라고 하죠?” 라고 묻는다. 여기서 ‘그 분’은 ‘1차 작전’의 주범 이 모 씨를 뜻한다.

실제로 이 씨는 지난 2021년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계좌로 주문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라고 인정했다. 즉 위 대화 내용은 이 씨가 증권사 직원에게 매수를 지시하고, 증권사 직원은 계좌 주인인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보고하는 상황이다.

위 대화 내용으로 보아, 김 여사는 증권사 직원을 통해 이 씨가 자신의 계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어지는 대화는 이뿐만 아니라, 주가조작 선수 이 씨와 김건희 여사가 직접 소통한 정황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김건희 여사는 “그 분이 빨리 팔아준다 하더라고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증권사 직원은 “그것까지는 못 들었습니다” 라고 되묻는다.

다시 말해 김건희 여사는 이 씨에게 ‘빨리 팔아주겠다’ 라는 말을 들었는데, 증권사 직원은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와 이 씨가 증권사 직원을 끼지 않고, 직접 소통하고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가 ‘이 씨에게 계좌를 맡겼을 뿐’ 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이 씨는 김건희 여사와 별다른 소통 없이 알아서 계좌를 운용했어야 했다.

그런데 위 대화 내용을 보면, 이 씨는 김 여사에게 ‘빨리 팔아주겠다’ 라며 주식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지시를 받고 있던 증권사 직원조차 ‘그 얘기는 못 들었다’ 라며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다. 

실제로 다음 날인 1월 28일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10만 주를 팔았는데, 이 중 약 6만 주를 이 씨가 운영하는 다른 계좌에서 사 갔다. ‘빨리 팔아주겠다’ 라는 말이 하루만에 실현된 셈이다. ‘통정매매’, 즉 서로 짜고 치는 거래도 의심되는 정황이다.

 

김건희, ‘시세 조종 거래’ 알고도 승인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날의 녹취록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시세 조종성 거래를 알고도 승인했거나, 직접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래는 2010년 1월 29일 오후에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에 이루어진 통화 내용이다.

이날 통화에서 증권사 직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2,550원까지 빠졌다(내려갔다)” 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증권사 직원은 이어서 “조금 더 사서 보태야 될 것 같다” 라고 말한다. “2,600원에서 2,650원까지” 라는 구체적인 가격도 정해서 말이다.

즉 현재 2,550원인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주식을 매입해서 2,600원 선까지 올리겠다는 말이다. 대놓고 시세를 조종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는 이 말을 듣고도 태연하게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 김건희 여사는 시세 조종 사실을 알고도 이를 승인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주당 2,670원까지 올랐다. 김 여사가 승인한 시세 조종이 성공한 셈이다.

이날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증권사 직원은 2021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뭐라 이야기를 못 하겠다” 라며 사실상 시세 조종을 시인하기도 했다.

또 ‘김건희가 먼저 전화해서 주식을 사자고 했던 것 같다’ 라며 김 여사가 직접 시세 조종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피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이 뭉갠 진실, 영원히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가조작범 이 씨가 김건희 여사 계좌를 맡아서 관리한 것은 사실이나, 김 여사는 주가조작과 관련이 없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주가조작 시기 김건희 여사가 이 씨와 직접 소통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김 여사는 이 씨에게 주식 거래 정보를 전달받았고, 이 정보는 실제로 실현됩니다.

김건희 여사는 자신의 계좌로 시세 조종성 거래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승인했습니다. 당시 계좌를 관리하던 증권사 직원은 ‘김건희가 직접 시세 조종을 지시했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즉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오히려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의 관계를 입증하는 정황이 다수 드러난 거예요.

위에서 분석한 녹취록들은 모두 뉴스타파가 법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녹취록을 작성한 것은 다름아닌 검찰이에요.

검찰은 이미 위에서 말씀드린 정황을 확인해 놓고도,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아무런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가 처음으로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것이 2020년 2월이니까, 거의 4년 가까이 사건을 ‘뭉개고’ 있었던 셈이에요.

한동훈 전 장관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선전선동을 위한 악법’이라는 평을 내렸습니다. 검찰이 스스로 뭉개고 있던 사건을 드러내는 것이 과연 ‘선전선동’인지,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자는 국회의 요구가 과연 ‘악법’인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한 전 장관은 이전 정권부터 검찰의 핵심부에 있었고, 현 정부 들어 법무부 장관까지 맡았던 인물입니다. 오히려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지금까지 사태를 키운 것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뉴스타파는 위 녹취록들이 포함된 증권사 직원의 진술조서 원문을 뉴스타파 데이터포털에 공개했습니다. 필요하다면 누구나 원문 파일을 내려받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그래서 그 어떤 권력자라도 진실을 숨길 수는 없다는 것이 증명되기를 바랍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김건희 녹취록 추가공개(선수와 소통, 시세조종 알았다.)

 

이런 기사도 있어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