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성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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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성도 사람이다
  • 김철홍 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 승인 2023.12.2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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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해방이 답이고 남성이 살고 싶은 땅이 있다
김철홍 자유 기고가
김철홍 자유 기고가

몇 개월 전 여성운동가인 지인으로부터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옌스 판트리흐트(Jens van Tricht)의 “남성해방(Why Feminism is Good for Men)”이란 책을 선물 받았다. 저자와의 만남 서울 행사에 참석해서 사 온 선물이라 의미와 소중함이 더 했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30여 년의 남성 페미니스트로 백인 남성으로 살면서 지배적이고도 해로운 남성성 때문에 자신과 다른 남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네덜란드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남성성을 변화시키고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발표, 워크숍,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남성해방운동단체 이맨시페이터(Emancipator)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 책은 독일어, 아랍어, 영어 그리고 우리말로 번역되어 쉽고 새롭게 희망적인 저자의 질문과 대답은 세계 곳곳에서 만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페미니즘(feminism)이 사전에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 또는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벌이는 실천 활동’이라고 나와 있듯 남성에게 이롭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목적지라고 한다.

그는 30여 년 자신 경험에 비추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남성이 남성성의 위기를 느끼며, 강한 남성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을 향한 공격성을 내포하는 움직임에 과연 남성성이란 무엇이고, 여성과 남성은 적대해야만 하는지 물음을 던진다.

오랫동안 남성 스스로 억압해 온 ‘진짜 남자’의 모습은 ‘생계를 책임지고, 강해야 하며, 울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부풀려진 모습을 보란 듯이 내보이고 그 속에 여리고 약한 자신은 숨겨야만 하는 이 해로운 남성 때문에 많은 남성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성다움’에 대한 관념이 진정한 자신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가로막고, 때때로 파괴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남성성이라는 오랜 억압에서 해방되어 다른 젠더와 서로 평등한 관계를 맺으면, 모두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눈물을 흘려야 사람이다, 남자도 사람이다!”
이처럼 남성의 사회적 기대와 억압 이야기를 다루고 전통적인 남성성에 대한 비판과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억압을 받고 있는지를 다룬다.

MZ세대의 관점에서는 남성이 스스로 억압해 온 진짜 남성의 모습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일부 MZ세대는 전통적인 남성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강함과 남성상에 대한 강한 기대를 부정적으로 여길 수 있다. 이들은 남성도 감정을 표현하고 취약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주제이며, 모든 MZ세대의 관점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각 개인은 자신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

그는 “어떤 일은 반드시 하지 않으면 그저 비겁할 뿐”이기에, 소년·성인 남자가 남성성을 변화시키고 인권 옹호에 참여하도록 용기를 북돋우고 과연 남성성이란 무엇이고, 여성과 남성은 적대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책 속에 담았다.

또한 네덜란드의 페미니스트 요크 스밋이 자신의 노래 “여성이 살고 싶은 땅이 있습니다”에서

<남성이 살고 싶은 땅이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용감하거나 대범하지 않아도 되는 곳 아무도 타인을 희생시켜 이기지 않으며, 남성이 된다는 것이 사려 깊음을 의미하는 곳 두려움과 슬픔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실업자들이 다름 아닌 자신을 돌보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미워하지 않아도 되며, 마침내 동반자로서 힘을 합칠 수 있는 곳>이라는 노랫말은 남성 해방의 중요성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자신과 관계, 다른 남성과 관계, 여성과 관계,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 아이들과 관계, 세상과 관계 등 여섯 가지의 의미 있는 영역 관계 맺기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남성 해방의 이로운 점을 제시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여성과 남성이 힘을 합치는 운동의 출현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둘 다 서로가 필요하고 또 각자 해방되어야 한다고 확신한 채,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평등한 기회, 평등한 권리를 위한 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남성이 반드시 힘을 보태야 한다는 사실, 남성이 해방됨과 동시에 서로 다른 젠더가 평등하게 관계를 맺음으로써 남성 자신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드센 여자들 때문에 위기에 처한 남자들’이라며 소위 여성상위시대라는 역전된 상황을 다시 반전시켜 강한 남성의 시대로 회귀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쓰기 시작한 ‘남성 해방’이라는 용어의 뜻을 바로 잡고자 노력하고 “남성과 젠더 정의를 위한 남성 해방, 남성 해방이 답이다!”라는 저자와는 비록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남성들이여, ‘무거운 짐 진 자여, 내게로 오라’며 내미는 여성들의 손을 흔쾌히 잡아야 한다.”는 최재천 교수와 더불어 필자도 같은 목소리로 그의 “남성 해방”을 뜨겁게 환영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조선 후기 여류문학을 대표하는 3대 시인에 속하는 김호연재가 당시 여성에게는 순종의 미덕이 강요되고 유교 사상과 남녀유별을 강조한 시대에 저속하고 비열한 남성 중심 가치관을 선명한 논리로 반박하며 여성들의 한숨을 통쾌하게 대변한 탁월한 ‘젠더 감수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임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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