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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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2.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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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교수는 어쩌다 ‘이상한 놈’이 됐을까

2008년 7월 17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줄거리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장하는 우월한 기럭지 박도원(좋은 놈), 마적단 두목으로 등장하고 과거의 콤플렉스가 있는 박창이(나쁜 놈), 모자라 보이지만, 나름 순박하고 다분히 몸 개그끼가 있는 열차털이 범 윤태구(이상한 놈)’가 등장한다.

영화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진짜 ‘좋은 놈, 진짜 나쁜 놈, 진짜 이상한 놈'이지만 현실에서는 ’나쁜 놈이 ‘좋은 놈’이 되고 ‘나쁜 놈’은 ‘찍힌 놈’이 된다. 현실의 ‘이상한 놈’은 양다리 걸치다 망신만 당하고 마는 ‘멍청한 놈’이 되는게 세상사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가 〈프레시안〉 〈한동훈, 이준석, 인요한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박 대표는 국민의힘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좋은 놈’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나쁜 놈’으로 그리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이상한 놈’으로 패러디(Parody) 시킨다.

그러잖아도 인요한이라는 사람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게 됐다는 기사를 본 사람들은 ‘아까운(?) 사람 하나 버리겠다’고 쑥덕거렸다. 인요한이 누군가? 그는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기 전부터 오락가락했다. 인요한 교수는 “‘미국인이자 한국인이고, 호남 출신이자 보수주의자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존경하고,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결국 돌아서는...’ 오라가락 맨이엇다. 기준도 원칙도 없이 방황하다 결국 망신만 당하고 정치판에서 ‘이상한 놈’이 된 것이다.

 

■ 인요한 그는 누구인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987년 한국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1991년부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 교실 교수 겸 국제진료센터 소장을 맡았다. 북한 결핵사업 지원을 위해 형제들과 유진 벨 재단을 설립했으며 북한에 총 200여개의 결핵진료소를 설치하기도 한 인물이기도 하다.

박해성 대표는 ‘혁신위원회가 성공하려면 ‘첫째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위원장, 둘째, 기득권 타파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의 내용, 셋째 당 대표 등 지도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 교수는 40여일간의 혁신위 활동을 종료하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면서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빈손으로 직을 떠나면서까지 객관적인 평가도 하지 못하고 정계를 떠나면서까지 ‘이상한 놈’(?) 취급을 받은 것이다.

인요한 교수가 ‘정치’에 대한 자기 나름의 기준과 가치관이 확실한 사람이었다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국민의힘 정체성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인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을까? 짐작컨데 인 교수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바라보고 혁신위원장을 맡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인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사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철학이 있어서는 더더욱 아닌 사람이다.

그렇다면 인 교수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이유가 무엇일까? 인 교수는 명예와 인품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가질만큼 다 가진... 어쩌면 의사 세계에서 더 보람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정계에 진출이라니... 그래서 40여일동안 축구공처럼 차이다 망신만 당하고 정계를 떠나야 하는 수모(?)를 당하고 만다.

 

■ 주관과 소신없이 살면 ‘이상한 놈’이 된다

철학이 없는 지식교육은 그릇이 없는 반찬을 밥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말은 인요한 교수가 꼭 알아야 할 말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의료계에는 없어서 안 될 유능한 인물일지 몰라도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필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요한 교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혜가 없는 지식은 유능한 기능인으로 대접받을지는 모르지만,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세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안성맞춤이다. 지혜 없는 지식은 세상과 자신을 망친다. 지식이 없는 철학도 마찬가지다. 철학을 가르쳐주지 않은 학교는 ‘좋지 않은 나쁜 놈’을 길러낼지는 몰라도 ‘나쁜 놈’이 될지라도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소신 있는 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철학이란 관(觀)이다. 관이란 세상을 보는 눈. 자아관, 인생관, 행복관, 역사관, 정치관...이 곧 세계관이요, 철학이다. 철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누군지,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역사란, 종교란, 정치가.... 무엇이며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올곧은 판단력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그 똑똑한 머리로 정치판 주변을 기웃거리다 세인들의 웃음거리가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스스로 ‘나쁜 놈’이 되는 인생을 살겠다는 사람보다 더 ‘이상한 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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