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팔·이 전쟁을 통해 본 종교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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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팔·이 전쟁을 통해 본 종교의 본질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12.0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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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구원인가 아편인가

“상상해 보라, 종교 없는 세상을’. 자살 폭파범도 없고, 9·11도, 런던 폭탄테러도, 십자군도, 마녀사냥도, 화약음모사건(1605년 영국 가톨릭교도가 계획한 제임스 1세 암살미수 사건)도, 인도 분할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도...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대량학살도, 유대인을 ‘예수 살인자’라고 박해하는 것도, 북아일랜드 ‘분쟁’도, 명예살인도,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번들거리는 양복을 빼입은 채 텔레비전에 나와 순진한 사람들의 돈을 우려먹는 복음 전도사(‘신은 당신이 거덜 날 때까지 기부하기를 원합니다’)도 없다고 상상해 보라. 고대 석상을 파괴하는 탈레반도, 신상 모독자에 대한 공개처형도, 속살을 살짝 보였다는 죄로 여성에세 채찍질을 가하는 행위도 없다고 상상해 보라.” 옥스퍼드대학 석좌교수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의 서문 가운데 한 부분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전쟁도 따지고 보면 종교가 도사리고 있다. 이스라엘 예수회원이자 성서학자인 데이비드 노이하우스(David Neuhaus, 61) 신부는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조롱 섞인 비난을 받는 이-팔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종교와 정치가 뒤섞인 극우 민족주의를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아랍민족으로 구성된 팔레스타인들이 믿는 종교는 이슬람교다.

이슬람교인과 기독교인 같은 아브라함 후손이요 전지전능한 같은 하나님을 믿는다. 그런데 왜 싸울까? 기독교인의 ‘구약성서’와 이슬람교의 ‘꾸란’의 십계명도 안식에 대한 규정을 제외하면 나머지 9개는 똑같다. "하나님과 알라는 따지고 보면 같은 신(神)이다.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무슬림은 기독교 신자들이 믿는 신을 다르게 이해하고 섬길 뿐이다. 다르다면 기독교는 삼위일체의 유일신이요, 이슬람은 ‘알라’라는 유일신이다. 사랑과 자비를 외치는 이들이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참혹한 살상을 계속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1843년 출간한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종교적 고통은, 현실의 고통의 표현이자, 현실의 고통에 대한 저항이다. 종교는 억압된 피조물의 탄식이며, 심장 없는 세상의 심장이고, 영혼 없는 현실의 영혼”이라고 썼다. 레닌은 “나라는 종교에 관여하지 말아야 하며 종교 단체는 나라와 아무 관계도 없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종교를 아주 자유롭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종교가 없다는 것도, 즉 모든 사회주의자가 보통 그렇듯이 무신론자라는 것도 자유롭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신앙을 이유로 시민을 차별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공식 문서에 시민의 종교를 명기하는 것도 무조건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한민국 헌법 제 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했다. 용케도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너무 누리고 있어서일까? 대한민국의 기독교(정확하게 말하면 천주교가 아닌 개신교) 신자들은 하나님과 자신을 동격으로 믿는 겁(?)없는 목사가 있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대한민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대신복원) 소속의 전광훈 목사가 한 말이다.

그는 청와대 앞에서 저녁 집회를 하며 △문재인은 하나님이 폐기처분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는 하나님의 보좌를 딱 잡고 산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은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며 “내가 이렇게 하나님과 친하단 말이야, 친해!”라고 말했다.

 

■ 조찬기도회를 아십니까?

1965년 3·1절을 앞둔 2월 27일, 김준곤 목사(한국CCC 설립자)의 기획 주도로 김종필, 김영삼, 정일형 의원 등 20여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여 국회조찬기도회가 시작됐다. 김 목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며 권력을 잡은 전두환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고, 1968년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열렸다. 1974년 5월 4일에 제작된 '국가 조찬기도회' 영상을 보면 "하느님께서 대통령이 직책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을, 어려운 문제를 옳게 파악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가득 채워 줄 수 있도록 기도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들은 헌법 20조의 ‘정교분리(政敎分離)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 학살자 전두환을 위한 조찬 기도회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서 장진경 목사는 조찬기도회 중 전두환을 여호수아 장군에 빗대어 축복 기도를 하고 유신정권, 신군부독재를 뛰어넘어 이명박, 박근혜 시기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정권의 홍보수단이 되는 부끄러운 기독교의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 조찬기도회의 역사를 보면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는 분리가 아닌 ‘정교유착’의 고리 역할을 했다.

2022년 한국리서치 조사 기준 종교인 수 1위. 전체 인구의 종교인 비율이 49%인데, 그중 31%가 기독교인이다. 정확히는 개신교 20%, 불교 16%, 가톨릭 11%, 기타 종교를 믿는 사람은 2%이다. 즉 한국에서 종교가 있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기독교 신자인 셈이다. 개신교인의 인구는 최소 1/5에서 최대 1/4 정도 까지로 추정되며, 이는 아시아권에서 기독교 계열 교파들 중 가장 성공적인 정착 사례에 해당한다.

프랑스 철학자 마르퀴 드 콩도르세는 “기독교는 잘 다듬어지고 체계적인 미신이다”라고 했다. 프랑스의 소설가요 사상가인 볼테르는 “기독교에서 배울 것은 파렴치한 귀신들의 장난뿐이다.”라고 했으며 목사에서 무신론자가 된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의 공동 회장 댄 바커는 “당신은 말하는 동물들, 마법사들, 마녀들, 악마들, 뱀으로 변하는 막대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음식, 물 위를 걷는 사람들과 온갖 종류의 마술적이고 터무니없는 원시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을 믿으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기독경을 안 믿는 사람이라고 했다. 극우 기독교인들의 위헌은 무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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