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이낙연이 아닌 원외 조직이 신당 창당 선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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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이낙연이 아닌 원외 조직이 신당 창당 선언한 이유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3.11.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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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을 지지하는 세력이 신당을 만들 모양이다. 26일 언론에 일제히 ‘이낙연 원외 조직 신당 창당 선언’이란 제목으로 기사가 쏟아졌다. 

보도에 따르면 친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실천행동'이 "용산 전체주의와 개딸 전체주의를 거부한다“는 명목으로 신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 박병석 ‘모색과 대안’ 대표와 지난 대선 당시 이낙연 캠프 소속 김효은 전 선대위 대변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삶을 존중하는 다원주의에 가치를 분명히 세우고 민주주의를 실천한다"며 "말의 자유에 칼을 대는 용산 전체주의를 거부한다. 폭언과 막말로 이견을 색출하는 개딸 전체주의를 거부한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꾼다"라고 창당 취지를 발표했다.

 

양비론 속에 숨어 있는 꼼수

이들은 겉으론 이처럼 양비론을 펼쳤지만 실제로는 ‘폭언과 막말로 이견을 색출하는 개딸 전체주의 거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즉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이 존재하는 한 민주당에 있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들은 "극단적 여의도 정치를 손가락질하고 비토하는 몸짓을 너머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겠다"며 "내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앞뒤 다른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의도 정치를 도덕적이고 유능한 정상정치로 회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극단적 여의도 정치를 손가락질하고 비토하는 몸짓’이란 결국 개딸의 문자폭탄을 의미한다. 자신들은 당원 78%가 지지해 당선된 당 대표를 검찰의 아가리 속으로 처넣으려 하고, 날마다 언론에 나와 할 말 다하면서 개딸들이 문자 좀 보내면 과민 반응을 보이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이낙연이 아닌 원외 조직이 나선 이유

이상한 것은 이낙연이 전면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이낙연과 전혀 상관없는 조직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왜 이낙연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원외 조직이 나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을까? 그 이유를 추론하면 다음 같다.

(1) 이낙연이 전면에 나서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선 때 핵심 지지자들이 윤석열 캠프로 건너가 대선을 그르치게 하더니 총선마저 그르치게 하려 하는가?” 하는 비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2) 따라서 우선 원외 조직 명으로 신당 창당을 띄우고 민주당과 여론의 반응을 살핀 후 ‘가결파’가 나중에 합류할 수 있도록 길을 깔아 주기 위해

(3) 신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 표가 분산되어 국힘당 후보가 당선될지도 모르니 신당을 창당하기 전에 공천을 보장하라는 압박을 넣기 위해

모르긴 모르되 이상과 같은 이유 때문에 이낙연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원외 조직이 먼저 신당 창당 선언을 한 것 같다. 이들은 말은 이낙연 원외 조직이라지만 ‘듣보잡이’들로 구성되어 있어 설령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파급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신당을 창당한다고 했을까? 바로 (2)때문이다. 즉 나중에 비명계, 일명 ‘수박’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플랫폼을 미리 만들어 보자는 생각인 것이다. 이들의 실제 목적은 (3)으로 보인다. 즉 자신들을 공천해 주라는 하소연인 것이다.

 

경선 탈락 두려워 협박하기

그러나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으로 후보가 두 명 이상이면 누구나 경선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소위 ‘수박’들은 경선에서 대부분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론조사 ‘꽃’에서 몇몇 관심 가는 곳을 조사했는데, 수박들은 대부분 신예 후보에게도 밀렸다. 그러자 이상민은 국힘당으로 갈 것처럼 했는데, 정작 국힘당 반응이 싸늘하자 의문의 1패를 당했다. 국힘당도 5선이나 되는 이상민을 영입해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경선 없이 전략 공천을 해주란 얘긴데, 이건 마치 몽니 부리고 밥 한 그릇 더 주라는 심보와 같다. 이들 딴에는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자객을 보냈다고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발적으로 지역구를 선택해서 갔지 그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와 의논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들도 다시 몸풀기

그런데 이낙연 원외 조직의 신당 창당 보도가 나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박들이 나서 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수박 중 ‘왕수박’으로 불리는 김종민, 조응천, 이원욱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두 번째 민심소통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개딸 파시즘 정당’, ‘이재명 사당’이 됐다”라고 성토했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민주당 역사상 주류가 비주류를 이렇게 대놓고 탄압한 적이 있나"라며 "거의 홍위병처럼 최고위원들이 비주류 색출을 말하고 개딸에 호응하는 파시즘적 행태는 본 적 없다”라고 성토했다. 조기숙은 이어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 200석 이상 얻을 수 있다는 당내 일각의 ‘낙관론’에 대해 "‘자뻑’도 이런 ‘자뻑’이 없다"며 "이대로 가면 과반은커녕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 일갈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도 "민주당의 무기력은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개딸 중심 이재명 사당화 체제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라며 "개딸에 기대는 ‘개딸빠시즘’ 정당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히틀러의 당인 나치당도 소수당이었다가 시민들이 개딸처럼 맹렬히 지지하다 보니 권력이 넘어가고 전체주의 국가가 된 것"이라며 "그나마 민주당이 야당인 게 다행이다. 만약 집권당이었으면 마치 히틀러처럼 더 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개처럼 짖어대놓고 개딸들에게는 조용하라는 수박들

이처럼 수박들은 자기 마음대로 말하고 평가하면서 개딸들이 무슨 문자라도 보내면 민주주의 파괴니 파시즘이니 나치니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당원들이 그들을 벼르고 있는 이상 그들은 경선에서도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다. 그게 두려워 저 발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신당을 치리든 국힘당으로 투항하듯 관심이 없다. 있어도 해가 되는 존재는 차라리 자발적으로 나가 주는 게 예의다. 오죽했으면 2선, 3선까지 한 사람들이 신예 후보에게도 밀리고 있겠는가?

참고로 ‘개딸’은 민주당 전체 당원의 1%도 안 된다. 그들이 두려우면 정치 그만 하라. 지난 총선에서 손학규당(민생당)이 3%도 못 얻어 비례대표도 못 낸 것을 기억하라. 신당 차리면 표가 저절로 나올 것 같은가? 그렇게 해서 민주당이 지게 하려는 심보가 아닌가. 그러니 그러기 전에 공천을 보장해 주라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신당 차리려면 이낙연이 당당히 나서서 하라. 왜 뒤에 숨어 또 장난질인가? 호남이 그렇게 우스워보이는가? 하지만 호남도 당신을 지운 지 오래 되었다. 참고로 필자도 호남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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